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국립중앙박물관 '우리들의 이순신'

... 조회수 : 1,599
작성일 : 2025-12-04 10:42:06

https://www.museum.go.kr/MUSEUM/contents/M0202010000.do?menuId=current&exhiSpT...

 

'우리들의 이순신'이라니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 제목치고 너무한다 생각했습니다

너무 자아비대나 국뽕 아닌가 하면서 말이죠

그래도 언제나 국립중앙박물관은, 특히나 특별전은 나를 실망시킨적이 없어서 가서 봐야지 해서 어제 잽싸게 다녀왔습니다

미리 작정한 건 아닌데 어제 오후에 이상하게 일이 어그러져서 시간이 좀 붕 뜬데다가, 마침 수요일이라 야간개장까지 하는 날이라 휘리릭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아무튼 이 전시는 11월 말에 개관한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으로 개관기념으로 오늘까지 무료관람이 가능합니다. 

특별전 입장료가 5천원밖에 되지는 않지만, 5천원 정도 없는 사람도 아닌데도, 웃기고 치사하게도 공짜라니 혹 하게 되더군요. 악착같이 챙겨야지 싶은 ㅎㅎㅎ

친구 직장 사무실이 덕수궁 근처인데 매월 마지막 수요일 문화의 날에 덕수궁 무료입장이라고 그날은 꼭 점심시간에 덕수궁 산책한다고 하더라구요. 입장료 겨우 천원인데 이상하게 꽁짜라고 하면 안가면 손해보는 느낌이라나 뭐라나...

 

늘 갈 때마다 생각하지만, 우리나라 박물관 미술관 학예사들 정말 능력이 출중합니다

박물관이 단지 곰팡내나는 쿵쿵함 옛날 물건이나 잔뜩 쟁여놓은 곳이 아니라 그 옛날 물건들이 어떤 이야기를 품고 그걸 어떻게 일반인들에게 전달해서 들려줄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서 재미나게 감동적으로 전달해주는 게 내 소명이자 직업윤리다라는 생각으로 일하는 사람들 같다고나 해야할까요?

 

'우리들의 이순신'이라니...

국사책에 박제된 멀고먼 이순신, 너무나 대단해서 그냥 너무나 비현실적인 전설로 느낄 뿐인 이순신을 끌어다 내 곁에 앉혀두고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뭐길래 이런 전시를 만들었을까?

대한민국 사람치고 모르는 사람도 없지만,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또 정작 얼마 안되고 그냥 막연히만 알고 있는 그 대단한 인물을 어떻게 조명하고 알리고 싶었길래 '우리들의 이순신'이라고 했을꼬?

 

위인전에서 튀어나온 이순신, 거북선 이야기가 아니라서 우리가 이미 익히 알고 있는 이순신 이야기는 쏙 빼고 객관적인 유물로 증거하는 이순신의 이야기, 그리고 그 후에 사람들이 이순신을 어떻게 기려왔는지에 대한 기록과 살아남은 자료가 얼마 없어 상상으로만 대충 알고 있는 거북선의 최대한 복원된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시가 꾸려졌습니다.

 

또하나 늘 생각하는 거지만, 우리나라 박물관 미술관이야말로 미디어 아트, 그래픽 아트를 가장 잘 이용하는 공공기관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현존 사료와 사료사이의 이어지지 않는 사라진 사료의 공백을, 상상과 가설만으로 구성해야하는 역사의 빈 공간을 미디어 아트와 그래픽 아트를 이용해 일반 대중에게 전달하는 기능을 완벽하게 구사하는 듯 싶습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거북선의 외양, 기능, 실제 어떤 인력이 얼마나 타서 어떤 식으로 함선이 운용되었는지를 미디어 아트로 아주 잘 구현해냈습니다.

거북선의 모양조차 정확하게 합의된 상태가 아니라 여러 연구기관마다 조금씩 다르게 추정하고 있다는데, 일반 대중에게 가장 알려진 형태는 옛날 사람들이나 기억할 500원 지폐(이 지폐도 이번 전시회에 나옵니다 ㅎㅎㅎ)에 그려진 그림이나 영화 '한산'에 등장했던 거북선일텐데요.

이 두 거북선 모양도 외형적으로 아주 다른데, 이번 전시회에 나온 거북선 모형은 해군박물관(? 해사박물관?)에서 연구한 모형으로 나왔습니다. 그래서 앞에 언급한 두 모형하고도 또 조금 다릅니다.

모형과 결합한 약 7~8분 정도의 동영상을 보고나면 거북선에 대해서 꽤나 잘 이해하게 됩니다

저는 이 동영상을 보면서 감탄했습니다. 이걸 누가 처음에 이렇게 만들자고 했을가? 진짜 너무 좋다... ㅎㅎㅎ

 

수군 합동훈련하는 거대한 그림이 한점 전시되었는데, 이 그림에 보면 생각보다 거북선이 엄청 많았었나본데, 그 많던 거북선은 다 어디가고 남겨지지 않아서 이렇게 거북선에 대해서 이렇게도 정확히 모르게 되었나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생각보다 볼만하고 생각할 꺼리가 많은 전시라 관람시간도 꽤 길게 공들여 봐야해서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픕니다만, 급작스럽게 이렇게 와보길 잘했다 싶은 전시였습니다

당연히 5천원 입장료가 아깝지 않을 전시였지만,  공짜라서 더 흡족했던 것도 사실이고요

개관 기념 무료 관람은 오늘 12월 4일까지지만, 이순신 장군이 전사한 12월 16일에도 또 하루 무료 개관할 예정이랍니다. 홀해가 400주기가 되는 해라는군요.

어찌보면 장군님 제삿날이지만 무료초청이니만큼, 많은 사람이 제사가 아니라 축제처럼 참석해서 절 한번 올린다 생각으로 전시 한번 보는 거 적극 고려해보시기 바랍니다

처음 생각에 촌스런 제목이라 생각했던 '우리들의 이순신', 과연 우리들에게 이순신은 무엇이었고 누구였길래 수백년동안 잊히지 않는지, 잊지 못하는지, 애써 기억하는지, 한번씩 생각해볼만하다 싶었습니다.

 

나오면서 진짜 누가 이 전시를 기획한건지 궁금해져서 마지막 퇴장길에 적힌 크레딧을 열심히 꼼꼼히 읽어봤습니다. 관장님 이름부터 실무자, 협력사, 전시작품 대여협조한 기관 이름까지 꼼꼼히 적힌 크레딧을 하나하나 읽어보면서 참 고맙다고 한마디 맘속으로 전했습니다.

단지 이름일 뿐이라 그들이 누구인지 저는 알 수 없으나, 이런 스토리라인으로 전시를 만들고 유물, 작품들을 선정하고 기관마다 대여협조를 구하고 자료를 만들고 전시동선을 짜고 기타등등 이 전시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회의하고 싸우고 다독였을 그들이 상상이 되어서...

 

힘들게 전시 보고 힐링하는 마음으로 3층으로 올라가 제가 좋아하는 상감청자, 은입사 금속공예 작품들, 청화백자들 한번씩 봐주고 깜깜해진 후에야 박물관을 나섰습니다

힘들어 죽겠다 하면서도 오늘 잘 왔구나 싶습니다.

여러분께도 추천합니다. 

이 특별전 말고도 여기 볼거 많은 거 아시죠? 요즘 열풍이 좀 꺽여서인지 좀 한가하더군요.

한가한 때 원하시면 저처럼 수요일 오후 늦게 와보세요.

널널하고 아주 좋습니다

IP : 58.145.xxx.130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5.12.4 10:43 AM (211.114.xxx.69)

    좋은 전시 소개해주셔서 감사해요. 요즘 좀 한산해졌군요~ 한번 가봐야겠네요.

  • 2. 덕수 이씨
    '25.12.4 10:45 AM (128.134.xxx.26)

    덕수 이씨
    남편이 너무 좋아하겠네요
    고맙습니다

  • 3. ..
    '25.12.4 10:47 AM (223.39.xxx.254)

    겨울에 좋은 전시정보 감사해요
    이순신장군은 역사의 영웅이지만 요즘 시국에 생각해보면 더 대단한 인물로 와닿네요
    전시 꼭 가볼게요

  • 4. 감사합니다
    '25.12.4 10:49 AM (118.36.xxx.122)

    16일!
    꼭 가보려구요
    자세한 후기 감사합니다

  • 5. ..
    '25.12.4 10:50 AM (211.49.xxx.125)

    좋은 전시 보셨네요. 국격이 올라간게 맞아요.
    국격이 오른것에 국뽕이라는 말은 맞지 않다보고요.
    겸손이 지나쳐 너무 스스로 하대하는것 같아 슬퍼요.
    우린 멋진 대단한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 6. 저도
    '25.12.4 10:51 AM (61.73.xxx.75)

    참고할게요 기다리던 좋은 정보네요 고맙습니다

  • 7. 나무木
    '25.12.4 10:51 AM (14.32.xxx.34)

    놀면 뭐하니 라는 프로그램을 평소에는 안보는데
    지난 주엔가 채널 돌리다가
    유홍준 관장 나오길래 보게 됐어요
    이순신전 준비하는 과정들이더라구요

  • 8. ..
    '25.12.4 11:29 AM (211.246.xxx.60)

    와아! 이런 글 너무 좋아요!
    감사합니다!

  • 9. ...
    '25.12.4 11:32 AM (58.231.xxx.213)

    지난 일요일에 갔다가 관람객이 너무 많아 되돌아 왔습니다.
    오후 늦게까지 줄이, 줄이...

  • 10. ..
    '25.12.4 11:42 AM (118.235.xxx.208)

    지난 목요일에 가서 이순신전 개장 준비 하는것만 봤어요
    해군의장대 있길래 무슨일인가 했어요
    하루 먼저 가느라 이순신전 못보고 오는거 너무 아쉬워서 끝나기전에 한번 다녀오려구요 한번 가려면 큰맘먹고 가야 하는지라 ㅠㅠ
    여기서 알려주셔서 얼리버드로 예약했던 빛을 수집한 사람들 기획전 보고 왔는데 그것도 너무 좋았어요

  • 11. ㅇㅇㅇ
    '25.12.4 12:01 PM (223.38.xxx.224)

    이순신 장군은 세계에 널리 널리 알려져야 됩니다
    이렇게 뛰어나고 위대한 분을 세계에서 일반 사람들이 모르는게 너무 너무 안타깝습니다
    이런분을 알게되면 금방 그분에게 매료되어 존경을 아니할 수 없습니다

  • 12. 로라이마
    '25.12.4 12:15 PM (211.198.xxx.176) - 삭제된댓글

    원글님 글을 참 잘쓰시네요. 감사히 읽었습니다^^
    우리나라를...세종대왕이 이끌고, 정조가 밀어주고, 이순신에 지킨 나라라고...
    김용옥 교수님 말씀이 생각나네요

  • 13. 로라이마
    '25.12.4 12:16 PM (211.198.xxx.176)

    원글님 글을 참 잘쓰시네요. 감사히 읽었습니다^^
    우리나라를...세종대왕이 이끌고, 정조가 밀어주고, 이순신이 지킨 나라라고...
    김용옥 교수님 말씀이 생각나네요

  • 14. ...
    '25.12.4 12:38 PM (223.38.xxx.173)

    우리들의 이순신 기사 보고도 깜박했네요.
    오천원 내고 보겠습니다.

  • 15. gks
    '25.12.4 4:14 PM (118.235.xxx.119)

    원글님 글을 참 잘쓰시네요. 감사히 읽었습니다^^
    우리나라를...세종대왕이 이끌고, 정조가 밀어주고, 이순신이 지킨 나라라고...
    김용옥 교수님 말씀이 생각나네요22

  • 16. ....
    '25.12.4 4:27 PM (211.201.xxx.112)

    원글님 글 참 좋네요. 이순신전.. 시간되면 가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78683 저희 엄마 얘기해요 7 고민 10:57:19 2,010
1778682 유로 환율 16 ㅇㅇ 10:51:31 1,459
1778681 집 팔고 두 달... 8 매매 10:45:36 3,034
1778680 아이가 고3 앞두고 마음이 작아지네요 13 d 10:43:43 1,326
1778679 국립중앙박물관 '우리들의 이순신' 15 ... 10:42:06 1,599
1778678 인과응보는 없나봐요 14 uㅈㅂ 10:41:28 2,268
1778677 올해 첫 결로 결로 10:41:14 345
1778676 참치액 원래 이런가요? 30 요리초보 10:37:33 3,515
1778675 시중 샌드위치 계란은 다 액상이죠 3 계란 10:37:32 1,353
1778674 크리스마스 디너 옷차림 7 크리스마스 10:37:22 947
1778673 책 많이 읽으시는 분 한 달에 몇 권 읽으세요? 10 책 많이 10:33:54 986
1778672 어디 케익 좋아하세요? 10 oo 10:32:22 1,530
1778671 “우리 마음의 등불” 낯뜨거운 ‘안동시장 찬가’···선관위 “선.. 4 ㅇㅇ 10:30:51 810
1778670 회사에서 중국산으로 목걸이 수공예를 시켜요 5 아줌마 10:27:50 1,437
1778669 히히 내가 감히 7 ..... 10:26:53 1,127
1778668 장작으로 구운 도자기 및 생활용기 1 구해요 10:25:34 308
1778667 이번달 도시가스 10만원. 11 .... 10:24:02 1,800
1778666 전근가시는 선생님께 선물해도 되나요? 5 선물 10:23:36 463
1778665 요즘 세탁소 드라이 얼마정도 하나요 5 세탁소 10:18:27 795
1778664 재판장에서 공개되었다는 김건희 문자 엄청나네요 15 ㅇㅇ 10:16:51 3,805
1778663 서울 지금 날씨 어때요? 4 ㅇㅇ 10:16:44 957
1778662 유동인구 많은 번화가 사거리인데 1 -- 10:16:42 443
1778661 썩은 물 냄새 너무 나네요 8 ... 10:15:12 1,936
1778660 李대통령 잘한다" 73.9%···진보층 긍정평가는 91.. 29 낙동강 10:12:24 1,575
1778659 TIGER 다우 커버드콜 수익났을 때 팔아야 할까요? 4 커버드콜 10:11:23 7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