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때 일인데, 제가 2주 정도 집을 비우게 되었어요.
가족과 함께 사는 집 아니고 저 혼자 살던 집.
엄마가 자주 오셨었는데, 올때마다 제가 산 물건들 마음에 안들어 하셨어요.
제가 자취하면서 필요한 드럼세탁기, 냉장고, 티비 그런걸 제가 알아서 구입했었고, 곰인형을 좋아해서 침대위에 늘어놓은 인형이 몇개 있었는데, 대형 곰인형도 있었죠.
제가 2주 정도 집을 비우기 전에 엄마가 오셨는데, " 너 없을때 저거 다 버려야지" 이러는 거에요.
저는 그 2주 여행 가는건 아니었고 중요한 시험을 치르러 가는 거였어요. 시험을 일주일 동안 봐야해서 시험장에서 숙식.
안그래도 초초하고 예민해 있는데 엄마 그 말 듣고 제가 놀라서 그러지 말라고, 절대 그러지 말라고, 시험만 보고 오면 제가 정리하겠다고 사정을 했고, 그러고도 마음이 안놓여서 엄마한테 손편지를 써서 줬어요.
엄마 그러지마. 내 물건 버리지 마. 내가 시험보고 와서 정리할께.
그리고 시험 보고 왔는데..
엄마 맘대로 다 버렸더라구요. 인형도 전부 다 버렸고,
제가 샀던 가전제품들도 맘에 안든다고 하더니.. 진짜로 멀쩡한 걸 다 버리고 새로 사놨던데.. 좋은 걸 사놓은 것도 아니고 저렴이를..
제가 쓰던건 삼성 드럼세탁기였으면 엄마는 옛날 스타일 통돌이 세탁기로 바꿔놓고.
제가 또 삼성 냉장고, 이건 중고로 샀던 거였는데 중고라서 맘에 안든다더니, 삼성 엘지 아니고 요즘은 안나오는 중소 브랜드 냉장고로 바꿔놨더라구요.
전 너무 놀라서 펑펑 울고, 왜 그랬냐고 화냈더니,
엄마는 목에 핏대 세우면서 동네 다 들리도록 악을 쓰고 소리를 지르면서 "길에 나가서 사람들한테 물어보자고, 엄마가 딸 집 물건 버린게 뭐가 문제냐고, 세상 사람들한테 물어봐!" 이러면서 미친 것처럼 악을 쓰고... 눈빛도 돌아 있고.. 칼로 찌를 것처럼. 너무 무서워서 제가 집밖으로 피했어요.
결국 그 악쓰는게 너무 무서워서 항상 제가
소리 지르지 말라고 울고 더이상 아무말도 못했어요.
그 통돌이는 세탁물 꺼내다가 통안에 빠질 정도.. 불편해서 몇년 후 다시 드럼세탁기로 바꿨구요. 냉장고는 몇년 후 고장났는데 고치는 비용이 커서.. 삼성꺼로 새로 삼..
지금 생각하면 그때 엄마 나이가 갱년기라서 올라오는 분노를 주체 못해서 그런건가,
생각도 짧고 뒷일 생각안하고 본인이 뭘 해야 겠다고 마음 먹으면, 전혀 급하거나 중요한 일이 아니어도, 딸이 울고 불고 하지 말라고 사정을 해도, 그냥 본인 뜻대로 다 하는 성격이었는데요,
그후에도 그러긴 했죠. 정말 아무 일도 아니고 중요한 일도 아닌데, 제가 싫다고 싫다고 하는데도 본인이 원하면 하고야 마는.. 그러고 나서 제가 엉엉 울면 엄마가 딸한테 하는게 뭐가 문제냐, 너는 왜 예민하냐, 그냥 넘기면 되지 왜 그러냐,
그럼 엄마는, 별로 중요한 것도 아니고 딸이 그렇게 싫다는데, 그렇게 싫다고 사정을 하는데도 기어코 그걸 해야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으면 악을 쓰고 소리만 지르고요.
어쩜 사람이 그랬는지.. 진짜 상처 되고 너무 싫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