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할머니랑 같이 살아서
김장철이면 고모들도 오시고 무슨 잔치마냥 왁자지껄 속에 김장하고,
돼지고기 살이 야들야들해질 정도로 삶아서 김장김치에 수육을 싸서 먹곤 했지요.
옆집 아무개네도 나눠주고 그런 문화 속에 살았어요.
결혼하고 시댁과 친정에 가서 같이 김장하고 김장비도 드리고 했는데.
직장 다니기 시작하면 평일이나 주말에 김장 참석도 귀찮아지기 시작하고 몸도 피곤하고,
김장은 알아서 한다고 선언했죠.
하나 있는 아들도 이제 독립해서 나가서 밖에서 식사를 해결하기도 하고.
남편과 저만 남았는데 김장 안 하고 주위에 가끔 김치 받으면
집집마다 젓갈 종류와 젓갈 양도 다르고 특유의 젓갈 냄새도 그렇고요.
제가 유일하게 담는 김치는 간단하게 각 한단 씩 열무얼갈이 김치, 깍두기, 배추 겉절 정도는 하는데
이제 김장은 안 합니다. 사 먹어요. 대기업 제품이나 김치만 전문으로 하는 회사꺼 사서
맛없으면 익혀서 김치찌개나 김치찜 정도 해서 먹는데 맛은 괜찮네요.
핵가족화, 일인가구 증가 등의 이유로 겨울철 김장 문화도
현 주부들의 50,60,70대가 사라지면 없어질 문화가 될 지도 모르지요.
김장부심도 한 세대를 상징하는 희귀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주위에 말을 많이 하는 직업을 가지신 분은 김치 먹고 나면 젓갈 땜에 김치를 몇 년째 안 먹는 사람도 있네요. 요즘에 들어 밥상에 꼭 김치가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인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