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아이 논술땜에 오랜만에 대학로 간 김에 지쳐있는 아이를 위로할겸 연극 한편을 봤어요.
뭐가 재밌는지 몰라 네이버 연극 후기 중 좋은 걸로 골라 예매를 했어요. 평이 모두 빵빵 터진다, 너무재밌다 천지더라구요.
아이가 웃으면 좋겠어서 이거다 하고 간건데 좀 유치해서 90분간 보는 내내 ‘어, 후기 뭐지??’ 생각뿐이었어요.
젊은 연기자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정말 열심히 연기했고 또 연기를 잘하기도 하더라구요. 근데 스토리가 탄탄하지 않고 과한 액션과 유치함이 너무 많았는데 관람객들은 그래도 많이들 웃으시더라구요.
아, 나랑 딸이 좀 웃음에 인색한가? 싶기도 하고 무대에서 보면 관람객 표정이 다 보인다는데 나랑 딸땜에 배우들 김새겠다 싶기도 했어요.
(하기사 저는 개콘보고 웃은 적이 없긴 하네요)
그런데 공연이 끝나고 무대인사 중 배우들이 관객들에게 공연후기 잘 남겨달라고, 잘 남겨주면 선물이벤트 한다하고 혹시 2,3점 올릴거면 후기 근처엔 얼씬도 하지 말라구 하더라구요.
아, 이러니 어디 솔직한 후기를 남기겠나 싶었어요.
배우들이 이리 열심히 하는데 아무리 유치하다해도 그냥 잘 봤다 생각하고 말아야지요.
다음엔 꼭 이름이 나있는 공연으로,
빵빵 터지지 않아도 극본이 탄탄한 공연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인생 첫 연극을 보고 온 딸의 소감은
자리도 불편하고 나는 그냥 영화를 볼래~ 하네요.
괜찮은 연극들도 많은데 아이에게 연극에 대한 첫경험을 좋게 해주지 못해 좀 안타까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