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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스님의 늙어감

법구경 조회수 : 3,676
작성일 : 2025-10-19 17:35:00

늙어감 / 무념스님

 

한 친한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가 가래가 끓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요즘 병원에 다니고 있어요.”

“이런 젠장! 나는 20년 전부터 가래가 끓고 있습니다.”

 

은행알이나 도라지 스프를 먹기는 하지만, 병원에 가거나 약을 먹지는 않는다.

 

또 한 친한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가 이명이 생겨서 병원에 다니고 있어요. 척추 교정으로 이명을 치료하는 유명한 분에게도 일주일에 한 번 가고 있어요.”

“이런 젠장! 나는 25년 전부터 귀에서 매미가 울기 시작하더니, 지금도 울고 있습니다.”

 

40대에 암자에서 2년 정진하고 살았는데, 그때 김치하고 밥만 먹어서 영양실조가 와 이명이 생긴 이후로 지금도 그런 상태다. 그래도 아직 듣는 데는 지장이 없다. 물론 잘 알아듣지 못해서 “뭐라고요?”라는 되물음에 상대방이 답답해하긴 하지만, 그게 뭐 나의 답답함인가? 상대방이 답답할 뿐이지.

 

그리고 상대방의 말을 못 알아들어도 알아들은 체한다.

어차피 대부분의 말들이 별 쓸데없기 때문이다.

 

또 한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요즘 갑자기 시력이 떨어진 것이 노안이 시작된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 민생지원금으로 안경을 맞췄어요.”

“이런 젠장! 나는 15년 전부터 돋보기를 쓰기 시작해서 자꾸 초점이 멀어져, 안경을 두 번이나 바꿨네. 그리고 나도 이번 민생지원금으로 안경을 다시 맞췄네.”

 

눈이 흐려지고 침침해져도 아직 걷는 데 지장은 없고, 안경을 쓰면 글을 읽을 수 있으니 나름 나쁘지 않다.

 

“한 손에 몽둥이 잡고 한 손에 대검을 들고

오는 늙음 몽둥이로 치고, 오는 백발 대검으로 치랬더니

늙음이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이런 시를 예전에 읽은 것 같던데….

 

늙어가는 것에 저항하고 신경 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현대 의학을 빌려가면서까지 발악한다고 몇 년 더 사는 것도 아니고, 더 산다고 뭐가 더 좋을 일이 있겠는가?

더 산다고 뭐 특별한 일이 있을 것 같지도 않다.

오히려 오래 살면 추해 보인다.

쭈그러진 면상을 보면서 한숨만 더 나올 것이 아닌가?

 

난 병원 검진도 안 받은 지 십 년이 넘었다.

병원 검진하다가 암이라도 발견되면 그게 더 골치 아파진다.

늙으면 세포는 변이를 일으키고, 육체는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자연의 이치 아닌가.

 

오줌발도 약해져 찔찔 나오고, 하수통을 자주 비워야 하는 통에 어디를 가든지 먼저 화장실 위치 파악이 전쟁터의 적 위치 파악보다 더 중요해졌다.

 

그래도 특별히 아픈 데는 없어서 삶은 그럭저럭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고 삶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 같지도 않다.

 

“봉급쟁이가 월급을 기다리듯이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는 어느 성인의 말씀이 가슴에 와닿는다.

 

 

 

IP : 211.234.xxx.130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차분 담담한 글
    '25.10.19 5:44 PM (220.117.xxx.100)

    잘 읽었습니다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살아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네요
    자연스러움이 저의 가장 이상적인 삶의 기준이예요
    사람과의 관계도 세상과의 관계도 나 자신과의 관계도…
    이제는 나이든 사람 축에 속하는지라 ‘잘 죽음‘에 대하여 많이, 자주 생각합니다
    삶과 죽음은 별개의 세계가 아니라 삶을 마치는 마지막 페이지, 마침표보다는 느낌표이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매 순간 잘 사는 것이 잘 죽는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2. 봉급쟁이 월급
    '25.10.19 5:51 PM (175.123.xxx.145)

    맞는 말이네요
    월급 기다리면서 죽음에 서서히 다가 갑니다

  • 3. ..
    '25.10.19 5:54 PM (180.70.xxx.237)

    50이 넘어가고나서는 몸이 부쩍 쓰시고 예전같지 않음을 느끼게 됩니다.
    4년전부터 매일 걷기 시작한 이후로 4계절 그리고 자연이 주는 기쁨을 하나씩 만끽하고 있어요.
    오늘은 무릎이.. 오늘은 발목이.. 어. 오늘은 어깨가.. 어 오늘은 멀쩡하네 하며 걷기전 컨디션 체크를 하지만 매일 걸을수 있는것에 감사하게 되네요.

    건강하게 잘살다가 마침표를 잘 찍고 싶어요.

  • 4. 원글이
    '25.10.19 6:01 PM (211.234.xxx.190)

    우연히 읽게 된 무념스님의 글이 좋고 사유해 볼만 하더군요.


    세 종류의 종교인

    종교를 믿는 종교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을 크게 분류해 보면 세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영적인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
    두 번째, 깨달음을 추구하는 사람들.
    세 번째, 학문으로 접근하는 사람들.

    첫 번째 부류는 영적인 것, 영성, 성령, 신성한 것, 성스러운 것, 영적 에너지, 영적 교감, 기, 에너지 교류, 신비주의와 같은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신과 인간을 연결해 주는 매개자나 중재자를 자처하는 목사나 신부가 있고, 신에게 제사를 주관하는 제사장, 주술사, 무당이 있고, 절에서는 기도와 제사, 염불, 주력을 하는 분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샤머니즘이라고 부른다.

    두 번째 부류는 깨달음을 추구하는 수행자 그룹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태어났는가? 삶이란 무엇인가? 존재란 무엇인가? 존재에는 끝이 있는가?“와 같은 존재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자아 탐구자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부류는 몸과 마음으로 깨달음을 체험하려는 현실적인 경험주의자들이다.

    세 번째는 신비주의자나 경험주의자가 아닌 제삼의 부류로, 역사적으로 깨달았다는 성인의 말씀을 연구하거나, 영적으로 성스럽다고 여겨지는 성자의 말씀을 이해하려는 사람들이다.
    문헌적으로, 학문적으로, 논리적인 이해를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여기에는 철학자들도 포함된다. 왜냐하면 철학이라는 것도 종교를 학문적으로 이해하려는 것이거나 존재론을 논리적으로 이해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헌적으로 연구를 하든지, 철학적 사유를 하든지, 뭐든 머리로 문제를 해석하려는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당신은 어디에 해당하나요?
    나는 확실히 두 번째 부류입니다.
    나는 내가 경험한 것이 아니면 믿지를 않습니다.
    남의 말은 남의 것이고, 내 경험은 순전히 나의 것입니다.
    나는 경험주의자이자 실천주의자입니다.

  • 5. 인간은
    '25.10.19 6:18 PM (210.222.xxx.250)

    죽을거 왜 태어난걸까

  • 6. 스님
    '25.10.19 6:54 PM (211.206.xxx.191)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인간도 자연이니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고 하는 것 일뿐.

  • 7. 제 마음
    '25.10.19 7:01 PM (210.105.xxx.36)

    제 생각을 그대로 정리 해 주신 듯한 글 입니다
    자식들 결혼해서 각자의 삶을 잘 살고 있고 남편을 먼저 떠나 보내고 나니
    제 죽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건강 검진 안 한지 여러 해이고 모든 걸 받아들이며 살아가려 합니다
    남은 시간 누군 가 에게 보탬이 되는 사람으로 남고 싶네요

  • 8. 제 마음님
    '25.10.19 7:03 PM (211.206.xxx.191)

    댓글을 읽으니 숙연해지네요.
    제 마음님의 평화를 빕니다.

  • 9. 죽을거를 왜
    '25.10.19 7:04 PM (116.41.xxx.141)

    태어난건지 하는 물음 ..
    저도 종종 했는데요

    근데 세상모든게 다 죽어요

    광물도 다 지금 모래 자갈도 다 큰바위의 죽음의 결과
    빙하나 물 풍화등의 콜라보로 탄생된 ..

    저 어마무시 크기가늠안되는 심지어 가속팽창한다는 우주도 우리보다 좀더 길게 존재할뿐

    여기서 전지전능한 그 무엇을 호출하면 아는 영역 넘어선 믿는영역 종교가 시작되는거고

    저처럼 아 다 생물 무생물의 공진화가 지금 나라는 결과물이구나 싶으면 생자필멸은 걍 순리구나 싶고 ..

  • 10. ㅇㅇ
    '25.10.19 7:39 PM (59.10.xxx.58)

    " 봉급쟁이가 월급을 기다리듯이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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