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이 첫 명절이었는데
그때는 짧게 있다가 갔고
이번에는 두 밤 자고 갔네요.
좀 전에 느즈막이 일어나
원래 내 아침 메뉴대로 계란후라이 버터 바른 빵 하나 토마토 오이 샐러드
커피를 먹고 나니
"이거지!"
하는 생각이
며느리 시절에도 명절은 별로였는데
시어미가 되어도 명절은 쉽지 않네요.
며칠 전부터 장봐다가 냉장고에 쟁이는데
남편은 이제 그만 사라고 난리
살림에 손 뗀지 오래라 뭘 사야 할지도 모르겠고
뭘 먹여야할지도 모르겠고
82에선가 말한대로 갈비찜을 하려고 했는데
괜히 갈비만 버릴까봐 코스트코 한우불고기로 대체하고
미역국 끓여놓고(이렇게 메뉴가 구체적이면 며느리가 볼지도)
과일이랑 기타등등 먹을만한 걸로 냉장고 채워넣고
반찬 준비하고
토요일날 온다더니 금요일날 점심에 와서
점심은 국수먹고 들어가고
저녁은 위의 메뉴로 먹고
담날 아침엔 샐러드와 고기 구운 걸로
점심은 외식하고 근처 티라미슈 맛집으로
저녁은 건너뛰고(냉장고에 모든 재료가 다 있으니 자율배식하자고 )
며느리랑 우리 모두 늦게 일어나고 아침 안 먹으니
열시 넘어서 일어나자고 하고 자는데
남편이 아홉시 전에 들어와 아침 먹여야 하지 않느냐고 하는 바람에 깸
며느리도 일하고 저도 일하고 명절날 늦게까지 자면 안 되나요?
애들 어릴 때부터 일요일 아침마다 밥하라고 깨운
남편에 대한 분노가 한순간에 솟구쳐서 마음 다스리기가 힘들었네요
근처 아들내외 남편과 오일장에 가서 송편도 사고(원래 녹두소를 넣는 집인데 녹두송편은
다 팔렸다고, 내가 좋아하는 콩떡도 팔리고 꿀떡만 남음)
전도 사고 점심으로 오일장 맛집에서 곰탕먹고 돌아와서
사온 전이랑 송편 맛보다가 그게 저녁인 걸로
나빼고 셋이 헬스랑 사우나 하라고 근처 호텔 사우나권 줬는데
남편과 아들만 가고 며느리는 안 가더군요.
오랜만에 아들하고 사우나 한 남편은 얼굴이 훤해지고
어제 아침 어제 사온 전과 불고기 기타등등
준비한 반찬에 밥을 먹는데
반찬도 맛이 없고 전도 맛이 없고 입맛이 없어서
김썰어 놓은 거랑 밥만 먹었네요.
점심 기차로 애들 처가에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남편과 칼국수 먹으러 가다가
남편이 길을 잘못들어(의도적인듯)
다른데서 헤매다가
배가 고픈데 식당에 안 간다고 남편이랑 싸우다가
집에 들어와서 냉면 끓여 먹었네요.
오늘 아침 일상이 돌아와 너무 행복합니다.
딸년은 미혼인데 추석때 바쁘다고 집에 안 온답니다
그래 땡큐다!
남편만 땡잡은 명절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