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전세 만기되서 다른 지역 전세로 이사하게 되었는데
이 집에서 8년 살았어요.. 오래된 구축아파트 1층 대형평수..
축구좋아하는 아이들이 있어서 이쪽으로 온건데,,
창문도 입주때 그대로, 누수는 8번인가 6번인가 (글 올린적이 있었죠) ,,
겨울은 너무 춥고 여름은 습하고 옷에 곰팡이가 말도 못하게 생겨서 버린옷도 수십개,
이사가 잦으니 이 집으로 오면서 장농문이 다 고장나서 그냥 다 떼고 살았어요.
마루마다 두르는 그 걸레받이 안에 곰팡이가 다 생겨서 교체를 몇번이나 하고,,
씽크대가 금이가서 씽크대 서랍안으로 물이 새서,, 그 안은 사용도 못하고,,
베란다 천장에 페인트는 벗겨져서 수시로 떨어지고,, 쥐도 나오고 거미도 우리집에서 커가고,,
암튼 말도 못하게 고생하고 지냈는데,,
층간소음없으니 아이들이 자유롭고,
옆동언니 맛있는거 하면 문앞에 걸어두고,,
많아진 농산물이 버거우면 문앞에 가져가라 쌓아두고,
독감에 못나가면 윗집할머니 비빔밥해다가 건네주고,
아들아이 딸아이 갑자기 아파 택시못잡아 동동거리면 응급실까지 태워주고,
넓은 집이니 동생들 조카들 아이친구들 걸핏하면 모여서 함께 놀고,
성당 구역모임 장소제공은 항상 우리집..
지나고 나니 궁상스럽게도 살았다 싶다가도, 좋은사람들과 그 시간 참 잘 지냈다 싶어요.
아이들은 이 집에서 지낸 시간들이 너무 행복했다하고,
남편은 층간소음이 없어 마음이 편했다고 하고
살림하는 저야 이래저래 짜증나는 일들도 힘든일도 많았지만 그 시간 다들 행복했다니
저도 좋은 마음을 가지고 다음집으로 갑니다..
새로운 집은 아주 수리가 잘된 멋진 집이더라구요.
다른거 하나도 안보고 오로지 수리여부만 봤거든요..
임대인은 20년동안 그 집에서 살다가 노후에 편안하게 사시려고 작년에 배관을 포함해서 아주 잘 수리를 했는데 새로운 집이 당첨이 되어서 그쪽으로 간다고 하네요..
가전도 다 새로 구입하셨는데 가는 집에 다 구비가 되어 있어서 제가 가져오기 낡은 것들은 버리고 와서
자신의 것들을 써도 된다고 하셔서 많이 절약이 되었어요.
에어컨 인덕션등.. 저희는 다 바꿔야 하는 거였거든요.
남의 집으로 가는건데도 괜히 설레이고 자꾸 뭘 버리지? 뭘 사서 좀 줄이지? 싶은 생각에 즐겁습니다.
사실 평수를 20평이나 줄여서 가는거라,, 버릴 것이 엄청나거든요..
기본적으로 일도 하고 투잡러라서 살림을 잘 못하는 사람이라 걱정도 엄청 되고 ,,,
장소가 협소해서 그 많은 짐을 어쩌나 고민도 되지만,
그래도 새집같은 집으로 이사가서 너무 좋습니다.
원래 추석연휴에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다 취소했어요..
몇일 날잡고 아이들과 짐 정리하고 버릴것들은 다 버려야 할 것 같아서요...
남편이 내집으로 가는 것도 아닌데 누가보면 집사서 가는 줄 알겠다며 속없는 사람이라고, ㅎㅎ
교통도 지금보다 불편해서 제가 운전을 배워야 하는 단점도 있고 아이들도 조금은 불편해질 것 같아요.
그리고 이사가면서 투잡으로 하던 일도 접어야 할 것 같구요..
그대신 아이들에게 더 집중할 수 있고 제 삶을 좀 더 단정하게 꾸려갈 수 있겠지요..?
좋은 기운으로 잘 살수있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