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손가락에 끼워져있던 금반지.
안보인지 꽤 오래되었어.
내 생각엔 한 6,7년의 세월은 흘렀던 것같아.
지금으로부터 20년전 엄마의 환갑날 나와 남편이 어렵고 힘들게
마련해준
넉돈짜리 반지.
그반지가 어느날부터 내눈에 보이지않았고.
엄마는 관절염으로 어깨, 목, 무릎어디하나
아프지않은곳이 없었어.
지난 세월, 고개고개마다 힘들었지.
오죽하면 유년시절의 나도 호랑이가 고개마다
나타났던 그 동화책을 떠올렸겠어.
그래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라는 말.
어떤 책의 페이지만 펼쳐도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말
참 잘나오더라, 왜 이런말이
잘 보이는지 이해가 안될정도로
유년의 내게, 또 사춘기의 내게, 또 성인이 된 뒤의 내게
한동안 많이 보이고 읽혀졌어.
가난으로 점철된 그 시절을 보리밭처럼 푸르게 건너올수있던건
바로 그 문장들때문이었다는 것을 난 50나이에 알았고.
엄마가 어제 이불집에서 칠천원에 사왔다는 푸른스트라잎무늬 베겟잇을
손으로 쓰다듬을때
나는 엄마의 반지는 이미 오래전에 분실되었음을 맘속깊이 알았으면서도
물어보지않았다가,
갑자기 베겟잇속에 반지를 숨기면 타인은 전혀 알수없고,
신체와 가장 밀접하게 닿을수있는 물건이 베게일때
어쩌면 반지는 베게속에 숨겨져있지않을까 라는 한점 희망을
버리지못했다.
그런 기대는
엄마, 그 반지 혹시 잃어버렸어?
라는 성급한 질문으로 나왔고
엄마의 늙은 손은 그만 베겟잇한가운데에서 그냥 멈췄지.
어떻게 내 반지가 없어진걸 알고있었니.
오래전에 머리감고 하수구구멍에 쌓인 머리카락치우려고
마개들어올리면서 가락지 두개가 다 물살과함께 휩쓸려
내려갔다.
아, 머리감을땐 빼놓아야하는구나~~그때 알았다..
아, 그런 사소한 깨달음을 얻기엔 너무 큰 댓가.
혹시 내가 죽으면
너에게 다시줄까.
라고 했던 엄마.
내게 다정하지않았던 엄마,
가난한 엄마가 내게 줄수있는 건
이젠 단 한개도 없구나하는 맘과 함께
넉돈 금반지를 두개나 삼킨 검은구멍을
얼마나 먹먹히 바라보고 앉아있었을
엄마를 , 오늘 하루종일 또 지금도 떠올린다.
넉돈 금반지 두개가 엄마의 옹이진 손가락에서
반짝이던건 너무도 찰나였고
빈손가락은 참 길다..
나의 엄마, 그 속울음과 분노를
어찌 참았나. 근데 나도 왜이리
하루종일 눈물이 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