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이 7살에 학교를 들어간데다가 좀 느렸어요.
애 학교 들어간 그 해에 엄마와 아빠 모두 암으로 돌아가셨는데 두분 다 발병한지 몇달만에 가셨어요.
상상도 못한 슬픔에 정신이 없던 상태라 애한테 신경을 많이 못썼었습니다. 가끔 필통도 없이 학교에 갔었더군요. 그래도 잘 지내겠거니 하면서 일상으로 돌아오려고 노력했는데 어느날 담임이 전화해서는 애가 좀 느리다고 잘 살펴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정말 죄송하다 제가 정신이 없어서 신경을 많이 못썼다. 앞으로 잘하겠다하고 끊었습니다. 그런데 통화하고 조금후에 문자 한통이 날아왔어요.
내용을 보고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 우리반에 맛탱이 간 애가 하나있는데 글쎄 걔 엄마가 공무원이래.. 헐~"
그걸 보는데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더군요.
사실 바로 전화해서 난리치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봤자 울 아들은 계속 학교를 다녀야하고 그냥 나의 분풀이 외에는 아무런 해결도 안되겠더라구요. 생각을 하고 하고 또하고....
편지를 썼습니다.
" 선생님, 오늘 통화했었는데 아이때문에 너무 힘드시지요? 집안에 안좋은일이 계속 있어서 제가 잘 못챙겼습니다. 앞으로는 잘 보살피도록 하겠습니다. 선생님 힘든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우리아이는 좀 느리긴 하지만 칭찬을 좋아하는 아이라 조금만 칭찬받으면 아마도 더 잘하려 노력할것입니다. 가끔 아무것도 아닌일로도 칭찬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라고 아이손에 편지를 들려서 보냈습니다.
돌아온 아이에게 물어보니 그 자리에서 읽고는 아무말 없었다고 하더군요.
울 아들은 지금 26이 되었고 그나마 인서울 공대 나와 취업도 수월하게 하고 사회의 일원으로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
가끔 그때 그 문자가 생각나 울컥 할때가 있습니다.
아들만 아니어도 저도 문자로라도 한마디정도 돌려줬을텐데...
' 아, 문자 잘못왔네요' 이런 문자도 못보내서 아직도 속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