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article/050/0000095241?sid=101
백인 노동자들의 지지를 등에 업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제조업을 되살리기 위해 약달러 선호 신호를 지속적으로 시장에 던졌다. 1기 집권 당시 재무장관 스티브 므누신은 “달러 약세가 미국에 이익”이라고 공언했고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재집권 전부터 “강달러는 미국 제조업에 재앙”이라고 말해왔다. 재집권 후엔 금리인하를 노골적으로 요구하며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을 압박하기도 했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투자금이 더 높은 금리를 찾아 이동한다. 달러 가치가 떨어진단 얘기다. 일반적으로 자국 통화가 약세면 수출 기업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 유리하다.
달러는 태생부터 모순을 안고 있다. 기축통화국으로서 미국은 전 세계 무역과 금융에 필요한 달러를 공급해야 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무역적자를 키우고 달러 약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미국은 달러패권을 잃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달러가 세계 곳곳에서 널리 사용되는 것이 궁극적 목표이며 이를 위해서는 강달러가 유리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딜레마가 발생한다. 게다가 달러는 언제 어디서든 보유하고 싶은 안전자산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닷컴 버블 붕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미국 신용등급 강등 등 위기 때마다 달러는 오히려 상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이후 관세와 환율을 동시에 지렛대로 삼아 무역 불균형을 바로잡겠다는 전략을 내비치고 있다. 수입을 관세로 억제하고 달러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관세’에 집중돼 있었다. 약달러 발언은 이어졌지만 정작 달러가 폭락 조짐을 보이면 트럼프 행정부가 직접 ‘소방수’로 나서 시장을 진정시켰다. 달러 가치를 건드리지 않은 채 미국에 유리한 관세를 관철해온 셈이다.
달러 약세는 수출 기업엔 유리하지만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국내 인플레이션을 자극한다. 물가에 민감한 정치인에겐 부담이다. 무엇보다 미국은 그동안 ‘강달러’로 금융업계와 백악관 모두에 이익이 되는 구조를 누려왔다. 달러가 강세를 유지하면 미국은 재정적자와 무역적자가 동시에 불어나도 각국 정부와 투자자들이 꾸준히 미 국채를 매입했다. 국채 가격이 올라 금리는 낮아졌고 이는 미국 증시를 떠받쳤다. 또 기축통화 지위를 활용하면 국제 제재나 외교적 압박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