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의식이 바다 위에 드러난 빙하라면
무의식은 바닷속에 잠겨 있는 보이지 않은 거대한 빙하.
바닷속에 잠겨 있던 무의식들이 서로 밖으로 튀어나오려고 싸우느라 우리의 머릿속은 하루종일 바빠요.
그러다가 그중 하나를 주인인 내가 끄집어냅니다.
그러면 그것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점점 세를 장악합니다.
그러면 이제 주인은 생각이고 저는 종이 됩니다.
벗어나고 싶은데 얘네들의 세력이 너무 커진 거지요.
그게 잡념이고 망상이고 집착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하루종일 바쁜 머릿속을 냅두기로 했어요.
너희들끼리 싸우든지 말든지 결국은 다 흘러가 버릴 것들.
그것이 물거품처럼 덧없는 것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순간 그것들은 힘을 잃는대요.
그러나 가끔 아닌 것도 있어요.
내 사고패턴이 그들에게 힘을 실어준 거죠.
그래도 그러거나 말거나 흐르는 강물처럼 지나가버릴 잡념들을 그냥 냅둬요.
이 생각을 안 해야겠다는 생각도 안 합니다.
나의 뇌는 나의 말을 잘 듣지 않거든요.
그냥 놀다 가라고 해요.
그러면 진짜로 놀다 갑니다.
아니면 다른 잡념에게 패배하고 가라앉아요.
한 번 해보세요.
마음이 괴로울 때 그냥 냅두기.
왜냐고 묻지 않기.
뇌에게 결심하지 않기.
강물처럼 흘러가는 잡념들에게 발목 잡혀 나를 소비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