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 이야기 지겨우신 분은 패스. ^^
제가 직업상 잘나가는 사람들, 여교수, 여자 아나운서들과 일을 많이 했는데
제 오십 평생 외숙모처럼 우아한 사람은 못 봤어요.
평생 시골 읍소재지에서
자식들 키우며 전업주부로 사셨어요.
행동이 단정하시고 말에 기품이 있으시고
표현이 밝고 긍정적이세요.
가족을 대하는 태도가 한결같으세요.
어려서 그 집에 가서 일주일씩 놀고 그랬는데 외삼촌이나 자녀들에게 언성 높이는 걸 본적이 없어요.
집은 항상 깔끔하고 음식도 정갈하게 하시고요.
팔순이 넘으신 지금도 항상 깔끔한 옷차림, 단정한 커트머리,
조용한 음성, 눈빛이 따뜻하시고
전화하실때 여보세요. 조차 차분하세요.
제일 좋은 점은 남의 욕을 일절 하지 않으세요.
손아래 시누이인 우리 엄마에게는 반존대를 하시는데,
한번도 사이가 나빴던 적이 없죠.
울엄마 성격이 정말 보통이 아닌데도 올케한테 함부로 하지 못하는건
외숙모가 감히 그럴 수 없는 사람인걸 알기 때문이라고 봐요.
외할머니한테도 평생 잘 하셨고,
물론 외할머니도 기품이 있는 분이라 며느리에게 예의를 차리셨고요.
한번은 엄마, 외삼촌, 외숙모 이렇게 같이 있는 자리에서
저희 엄마가 다른 누구를 욕하려고 드릉드릉 시동을 거는데
외숙모가 조금 듣고 계시다가 그 분위기를 슬쩍 무마시키시더라고요.
그런데 그 스킬이 대단했어요.
유머스럽게, 다른 화제로 전환시켜서 그 전체 분위기의 품위를 지켰어요.
저는 그런 내공이 정말 대단하다고 봤어요.
제가 일하면서 만났던, 세상에서 우아하다고 알려진 그런 사람들조차
우리끼리 사적인 이야기나누면서 누구 욕하는 분위기가 되면
정말 눈빛이 변하면서 그 뭐랄까...굉장히 인간적인, 나쁜말로 하면 원색적인,
그런 분위기가 되거든요. 물론 저도 당연히 그런 류의 인간이고요.
그래서 진정한 의미의 우아를 유지한다는 건 결국 본질적인 것과 관련이 있구나,
자신의 기품을 지키는 인간이 되기란,
정말 힘든 것이구나.
그냥 말 좀 흉내내구. 옷 좀 좋게 입고, 피부 관리 좀 받는다고 되는게 아니구나.
자기 본능을 다스리는 일이구나 싶어요.
외숙모 딸인 외사촌 언니도 굉장히 우아합니다.
말 한마디도 예쁘게 하고, 예의바르고 그래요.
사촌언니의 딸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저는 엄마를 닮지 않으려고 정말 노력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마무리가 슬프네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