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김치 거의 다 드셨대서 엄마 댁으로
열무3단+얼갈이2단+쪽파1단을 인터넷으로 한 농장에서 주문했어요.
요즘 날이 더우니 금방 절여지니까 택배 올 즈음에 시간 맞춰서 버무리신다고 양념도 슬슬 준비하셨지요.
택배 도착 문자가 제게 오고 얼마 후
엄마가 전화를 하셨어요.
쪽파가 안 오고 무슨 미나리 같은 것이 왔다고.. 엄마 사시는 동네는 채소 사기가 쉽지
않으니 엄마가 난처해 하시더라고요.
김치에 쪽파 안 들어가면 큰 일 나는 줄
아는 분이라 저도 대략 난감...
사진을 받아보니 그거슨....고수!
판매자에게 톡톡으로 문의하니 곧바로 전화가 왔어요. 고수 대신 쪽파를 받았다는 분 한테 연락이 와서 아! 서로 바뀌어 출고가 됐구나 싶어 전화를 기다리신 모양...
죄송하다고 사과를 연신하시더라구요.
시간상 당일 출고는 끝난듯 했고요.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제가 그 고수 주인은
어디 사냐 하니 개봉동...저는 안산...
주소를 보니 선술집 같더라구요.
판매자분께 제가 개봉동으로 고수 들고 갈테니 쪽파랑 바꾸자고 전해달랬어요.
판매자분은 날도 더운데 안 된다고 만류를...그런데 그 고수 주인은 고수가 급한 것 같더라구요... 잠시 후 연락이 왔어요. 고수 주인은 당연히 그래주면 너무 감사하다고...
판매자분께 그 분 연락처를 받고 제가 직접
전화를 걸었어요. 고수...남이더라구요.
저는 쪽파...년데 ㅋㅋㅋ
개봉역에서 1번 마을 버스 타고 삼원목욕탕에서 내리면 가게가 바로 있다고...
5시 전이면 고수남이 개봉역으로 오겠대요.
그런데 시간이 맞지 않아서 직접 가게로 가겠다고 했죠.
엄마 집에 가서 고수 담긴 스티로폼 상자 받아 서해선 지하철 역에 도착.
6시 가까이 되니 주차비가 공짜!
아싸~~데헷!~~
와~~~~서해선 지하철 안 너무 시원해서 행복! ㅡ소사역에서 내려 1호선으로 환승하고 개봉역에서 하차ㅡ1번 마을 버스 탔는데 또 너무 시원함, 물어물어 삼원목욕탕 앞에서 하차ㅡ앗! 목적지가 시야에 들어옴 ㅡ딸랑 하고 들어가니 고수남이 반갑게 맞아줌ㅡ얼음물 한 컵 시원하게 얻어 마시고 갔던 길 다시 되짚어 와서 엄마께 무사히 쪽파 전달, 미션완료!
집에 도착해 지하 주차장에서 차 대고 있는데
판매자분이 전화를 하셨더라구요.
이런 일이 처음이라 어안이 벙벙하고 뭐라 고맙단 얘길해야할 지 모르겠다고요. 그러면서 뭐 좋아하시냐고..고추 농사도 좀 짓는데 고추 보내주겠다 하시길래 각자 필요한 것 잘 찾아갔음 됐으니 저는 괜찮다..다음에 혹시 열무시키면 열무나 한 단 더 넣어주세요 했죠. 그랬더니 그럼요, 그럼요 드리고말고요 그러시는데 마음이 찡했어요.
그런데 아 글쎄...
좀전에 고추가 배달이 됐다고 엄마가
연락을 주셨어요. 판매자분이 보내신 거죠.
놀라서 문자를 드리니 너무 감사했다고 건강하시라 답장이 왔어요.
저 이젠 엄마한테 고추 받으러 가야해요 ㅋㅋ
저 어제 고수남한테 가는데
남편이 퇴근했는데 제가 없어서
또 숨은 줄 알고 안방 농장 다 뒤지고,
방문 뒤 다 뒤지고, 베란다 창고까지 뒤졌는데 진짜 없으니 어디냐고 연락이 왔어요.
이래이래서 쪽파 찾으러 간댔더니
이런 반푼이가 있나 하는 듯한 반응...
어젯 밤 드르렁 드르렁 코를 골며 어찌나 잘 자던지라며 남편이 놀리더라구요.
아무튼 저는 이제 고추 찾으러 갑니다요~~
고추장아찌 도전해 보려고 김대석 쉐프님 영상 백 번은 봤나보네요 ㅋㅋ
82님들 주말 잘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