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죽음이 주는 선물 같은게 있는 것 같아요

ㅁㄴㅇㅎ 조회수 : 3,456
작성일 : 2025-06-30 16:05:39

언제 느꼈냐면요

 

아빠가 돌아가실 때요

그때가 되니, 

아빠와 내가 왜 힘들었는지,

내가 왜 아빠를 피했는지,

아빠의 진의가 무엇이었는지,

그런게 비로소 이해가 되고요

 

신생아처럼 아무 힘도 의욕도 꿈도 미래도 없는 아빠를 보니

그제서야 측은한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죽음, 생명이 다하지 않았다면

생생한 아빠 앞에선 절대로 가질 수 없는 마음이었어요

 

자식이 무엇인지 부모란 어떤 존재인지도 알게 되고요.

자식은 배반하러 태어났구나 싶고,

나도 내 자식들이 나 섧게 대해도 그게 자연의 이치려니..하고 받아들여야지 하며

애들에 대한 마음도 한층 내려놓게 되고요.

 

명예, 돈, 학위, 직업 쫓던 것들이 작게 보이면서

있는 동안 가까운 사람과 사랑하고 사는게 위너란 생각 들면서

제 꿈이 바뀌더라고요

사랑 많은 할머니로 늙고 싶다...로요.

그래서 가까운 사람에게 늘 사랑과 평화를 주고,

지혜를 주는 그런 소박한 할머니가 되고 싶다...라는 

실현 가능해 보이지만 실로 어려운 그런 꿈이 생겼는데

그 꿈이 다른 이상처럼 절 절박하게 하거나 조급, 초조하게 만들지 않아요

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고

자주 떠올리면서 내가 그렇게 성숙해가고 있나...돌아보게 되고요.

 

 

아빠의 생각보다 이른 죽음이 아니었다면,

못만났을 그런 생각이 있어요.

그래서 죽음도 꽤 괜찮은 삶의 선물같아요.

그렇게나 많이 슬퍼할 일이 아니고,

살아생전 서로 사랑하지 못하고 아껴주지 못한게

더 슬프더라고요.

죽어야지만 아는 것들이 있어요.

 

IP : 222.100.xxx.51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25.6.30 4:07 PM (58.140.xxx.182)

    좋은글이네요
    마음에 새기게되네요

  • 2. ..
    '25.6.30 4:07 PM (98.244.xxx.55)

    공감되네요. 이별이 휴식이고 인생의 일부이다 싶고요.

  • 3. 언니가
    '25.6.30 4:09 PM (223.38.xxx.246)

    형부 하늘나라 가고 너무 힘들었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얻은 것도 있다고 그러더군요.
    그래도 아빠는 항상 마음 속에 계시죠?

  • 4. 좋은글
    '25.6.30 4:11 PM (98.45.xxx.21)

    쉐어해 주셔서 고마워요.

  • 5. 그런 거 같아요
    '25.6.30 4:16 PM (221.147.xxx.127)

    이승에서의 연이 다하고
    생사 갈림길에서 영원히 이별하게 되니까
    서로를 힘들게 하던 소소한 것들이 참 더 작아보이죠.
    어차피 누구든 한번은 죽게 되니까
    그 한번을 깨달음의 기회로 삼고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죽음은 선물이기도 하죠.

  • 6.
    '25.6.30 4:19 PM (1.241.xxx.96)

    이 고단하고 고단한 아부지 죽음을
    보면서 느꼈죠. 죽음이 아빠에게
    축복일수도 있겠구나.ㅠㅠㅠ
    사는내내 몸도 힘들고 마음도
    힘들었던 울~~아부지

  • 7.
    '25.6.30 4:22 PM (125.132.xxx.86)

    좋은 글이네요
    인생이 뭔지 생각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8. 6568₩??
    '25.6.30 4:26 PM (106.101.xxx.30)

    별 그지같은 글이네요
    본인이 그 선물을 받으심 되겠네요^^

  • 9.
    '25.6.30 4:50 PM (58.140.xxx.182)

    ㄴ미쳤나?

  • 10. ..
    '25.6.30 5:07 PM (118.44.xxx.51)

    글이 좋아 일부러 로그인했어요.
    저도 부모님 여의고 죽음이 가깝게 느껴지고,
    정말 잘 살다가 부모님 만나고 싶다.
    다시 부모님 만나는 날 떳떳하게 만나려고 노력중이예요.
    살아계실때 잘 못해드려 너무 아쉬움이 크지만, 그때 상황에서는 어쩔 수가 없었어요. 부모님 살뜰하게 외롭지않게 챙길 여력이 안됐어요. 그래도 서운한 내색없이 다 품고 가신 엄마를 생각하면 저도 제자식들한테 그대로 할거예요.
    서운하게 해도 다 받아줄거예요.
    너 사느라 애쓰는구나..하고 믿어줄거예요.
    이제 애들도 다 컷고 먹고 살만한데.. 시간 여유도 있어 이제는 모시고 여행도 다닐만한데.. 안계신 허전함을 달래며 살아요..

  • 11. 나의 죽음이
    '25.6.30 5:31 PM (222.100.xxx.51)

    내 가까운 이들에게 선물이 되면 좋겠어요.
    저도 아빠의 죽음으로 얻은게 있듯이요.
    그들이 뭔가 삶을 더 자기 답게 맘편하게 살 수 있는 손바닥한 만한 숨구멍 같은거요.
    아빠가 생전 안보고 싶더니
    죽어서 다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생전에 가졌던 온갖 속박과 부자연스러움을 벗고
    말간 얼굴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거요.

    다시 돌아간다면?
    다시 아빠 돌아가시기 전으로 돌아가면 마찬가지일 거에요.
    그래서 지금이 좋고요, 지금 더 충만하게 살아야지 싶어요.
    그게 아빠의 선물이었어요.
    현재를 더 잘살게 해주는..

  • 12. 1212
    '25.6.30 6:02 PM (121.149.xxx.247)

    요즘 읽은 글 중에서 제일 충격적일 정도로 마음에 남습니다.
    특히 자식은 배반하러 태어났다는 말이요. 제가 요즘 부모님을
    배반하는 중이고 제 자식들은 또 시시때때로 서럽게, 그립게
    하고 있거든요. 죽음이 주는 선물 맞아요. 제 남편은 시모 살아
    계실때 전화 한통 안하더니 돌아가신지 20년 넘었는데 아직도
    엄마 찾습니다. 삶은 유한해서 아름다운거 맞는거 같죠?
    사랑과 평화를 전하는 할머니가 되기를 노력 또 기억하겠습니다. 가끔 이런 보석같은 글 때문에 82를 떠날 수가 없네요.

  • 13. 저 역시
    '25.6.30 7:21 PM (106.101.xxx.137)

    애증관계였던 엄마의 죽음 앞에서
    깨달아지더라고요.
    내가 넘지 못했던 엄마와의 벽. 그 이유를요.
    그리고 그렇게 의식적으로 노력해도
    허물어지지않던 벽이
    저절로 무너지면서
    애증의 무게, 짐에서 자유롭게 됐어요.

    살아계실때 이랬더라면
    더할나위없이 좋았겠지만
    그때는 그것이 최선이었다는것을
    제 자신이 너무 잘 알아요.

    그래도 다행인건
    늦게라도 엄마와의 애증 관계를
    원만히 풀고
    좋은 마음으로 엄마를 기억할수 있게 되었다는 거죠.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해요.
    글 지우지 마세요.

    가끔 엄마생각 날 때,
    자식들때문에 서운할때
    읽으러 오려고요

  • 14. .....
    '25.6.30 7:41 PM (222.112.xxx.140)

    글 지우지 말아주세요. 너무 공감되는 글이예요.. 막연했던 제 감정이 원글님 덕분에 정리가 되네요 ㅜㅜㅜ
    감사합니다 ㅜㅜㅜ

  • 15. 선물
    '25.6.30 7:54 PM (222.100.xxx.51) - 삭제된댓글

    죽음이
    분명 아프고 슬프고 아쉽고 미안하고 죄책감들고 온갖 감정이 들지만,
    또 죽음으로 홀가분해 지더라고요.
    그 사람의 존재가 없어짐으로 얻는 해방감 같은 것이요.

    자연에서도 모든 새끼들은 다 부모를 아예 잊고 자기 삶을 살아가잖아요
    자기 삶을 살아나가기에도 얼마나 전쟁터인가요
    우리도 자연의 일부이고,
    자녀와 가정을 이루고 사는게 사랑이 목적이고 과정이고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많이 사랑하는 자가 위너...

    전 아빠와는 루저였지만(아빠가 저를 더 사랑하셨죠),
    우리 아이들과의 관계에서는 분명 내가 더 사랑할테고
    우리 아이들은 또 이기적으로 지들이 젤 중하게 살다가
    지 자식한테 또 쪽~빨리겠지...싶어요.

  • 16. 선물
    '25.6.30 7:56 PM (222.100.xxx.51)

    죽음이
    분명 아프고 슬프고 아쉽고 미안하고 죄책감들고 온갖 감정이 들지만,
    또 죽음으로 홀가분해 지더라고요.
    그 사람의 존재가 없어짐으로 얻는 해방감 같은 것이요.

    자연에서도 모든 새끼들은 다 부모를 아예 잊고 자기 삶을 살아가잖아요
    자기 삶을 살아나가기에도 얼마나 전쟁터인가요
    우리도 자연의 일부이고,
    자녀와 가정을 이루고 사는게 사랑이 목적이고 과정이고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많이 사랑하는 자가 위너...

    전 아빠와는 루저였지만(아빠가 저를 더 사랑하셨죠),
    우리 아이들과의 관계에서는 분명 내가 더 사랑할테고
    우리 아이들은 또 이기적으로 지들이 젤 중하게 살다가
    지 자식한테 또 쪽~빨리겠지...싶어요.
    그게 자연의 이치이거니...하고
    애들이 지 삶으로 달려갈 때, 바짓가랑이 잡지 않으려고요

  • 17. 노년에
    '25.6.30 9:26 PM (124.53.xxx.169)

    주변인들에게 짐짝되지 않고
    괜찮은 어른이 되는게 목표인데
    마음에 새기고 또 새기려고요.
    늙어가는 몸은 너무나 자연에 가까이 사는거하 생각이 들고
    피부가 어떻고 성형이 어떻고 ...ㅎㅎㅎㅎ
    제기준,한심하고 어이없어요.

  • 18. 노년에
    '25.6.30 9:27 PM (124.53.xxx.169)

    오타...자연에 가까이 가는거라 생각이 들고 ...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32239 심리상담 너무 비싸요 4 .. 22:00:11 497
1732238 이석증과 전정신경염좋아졌어요 ㄱㄱㄱ 21:59:48 316
1732237 구남친이 준 귀걸이 그냥 하고 다닐까요, 7 da 21:54:38 447
1732236 나중에 60세 70세 됐을 때 무슨 일 해야할까요? 8 ㅜㄷ43 21:53:55 991
1732235 상법개정 3 당근 21:53:46 280
1732234 안방에 시스템행거하고 파티션하면 어떨까요? 4 ... 21:52:31 190
1732233 톡파원에 추신수 부인 나온거에요? 8 ... 21:44:37 1,231
1732232 요양사입니다 .노인 전문 6 그냥 이야기.. 21:37:27 1,432
1732231 옷 찌든때 없애는 방법 5 .. 21:37:08 852
1732230 우리아이가 맞았어요 15 도와주세요 21:37:03 1,506
1732229 서울 이제 장마 끝이에요? 3 123123.. 21:35:45 1,126
1732228 30세미만 집사면 자금출처 밝혀야하나요? 8 ... 21:25:22 1,030
1732227 탈색 없이 애쉬그레이 4 몀색 21:25:10 365
1732226 사망신고하면 핸드폰 해지되나요? 10 엄마보고싶어.. 21:22:47 1,158
1732225 치통 있으면 머리가 아프기도 하나요 5 .. 21:22:09 238
1732224 나르시시스트 엄마와 언니 2 답장을어찌 21:16:56 855
1732223 친구가 보우짱 보내줬는데 6 친구가 21:15:26 1,091
1732222 [속보] 尹측 "내일 특검 출석 불가..건강상 문제로 .. 26 그냥 21:13:48 3,156
1732221 고3..정시러인데 엄마가 해줄게 없네요ㅠ 9 Vb 21:13:06 769
1732220 지역상품권 할인 아무리 많이해도 이제 안살거예요 9 ㅠㅠㅠ 21:10:46 1,462
1732219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2 ... 21:05:25 476
1732218 ‘여교사-초등생 로맨스’ 드라마 나온다···‘그루밍 미화’ 논란.. 13 ㅇㅇ 21:04:59 1,895
1732217 90년대 한국드라마 연예인 찾아주세요 7 빨강립스틱 .. 21:00:27 758
1732216 그린피스에 이거보여주고싶네요(혐) 2 ㅇㅇ 20:57:39 831
1732215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 김선민, 조국혁신당-전국공공기관노동이사.. 1 ../.. 20:51:01 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