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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KAI)의 강구영 대표가 대통령실과 관련된 기사를 무마하려 언론사를 찾아간 정황이 뉴스타파 보도로 드러난 데 이어, 또 다른 의혹이 포착됐다. 강 대표는 자신의 취임 직후 비리 척결을 내세워 국민 세금이 포함된 1,000억 원대 사업을 돌연 중단시켰는데, 실제로는 정치적인 목적이 숨겨져 있었단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강 대표 측이 대통령실과 소통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국산 전투기와 헬기를 만드는 국내 방산 대기업에 잇따라 정치권 낙하산이 꽂히면서, 국가 안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갑작스러운 사업 중단 배경과 배후 세력 여부를 소상히 밝혀 비슷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스마트플랫폼' 사업 특별점검 지시 후 임직원 해고
강구영 대표는 윤석열 정권 출범 직후 KAI 대표로 임명됐다. 공군 중장 출신으로, 김용현 전 국방장관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취임 한 달 만인 2022년 10월, 정부 지원금 500억 원 투입이 예정된 총 1,000억 원 규모의 ‘스마트플랫폼 사업’에 대한 특별 점검을 지시했다. 두 달 뒤 사업은 전면 중단됐다.
이 사업은 KAI의 항공기 제조 공정을 스마트화하는 프로젝트로, 전임 안현호 대표 시절 시작됐다. KAI는 두 달 간의 특별 점검 후, 이 사업에 참여했던 전·현직 임직원 7명을 100억 원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고발 사유는 내부 자료 유출, 허위 계약일 기재, 무승인 과제 착수, 인력 관리 소홀, 비교 견적 없는 고가 계약 체결 등이었다.
그런데 뉴스타파는 고발장과 다소 배치되는 내용의 문건을 입수했다. 당시 KAI 관계자가 직접 작성해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 제출한 ‘국민청원서’라는 제목의 문건이다. 여기에는 강 대표가 스마트플랫폼특별 점검을 지시하며 민주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언급했다는 내용이 기록됐다.
문건 작성자는 당시 KAI의 임원이었던 김 모 씨다. 그는 스마트플랫폼 특별 점검 후에 해고됐다. 김 씨는 뉴스타파 인터뷰에서 특별 점검과 임직원 해고는 '정치적 프레임'에서 이뤄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강 대표가 자신과 만난 자리에서 스마트플랫폼 사업이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정치자금과 연결됐다고 말하는 걸 직접 들었다고 한다.
● 김○○ (전 KAI 임원) : 갑자기 보고를 하고 들어갔는데 보고를 끝내고 (강구영 대표가) 갑자기 좀 앉아봐 이렇게 하더니만 스마트플랫폼 관련된 것이 김경수 지사 하고 관련이 돼 있고, 정치자금하고 관련이 돼 있어 그렇게 이야기하길래 저는 스마트팩토리와 무슨 관계가 있어요? 그리고 제가 스마트 플랫폼과 관계돼 있는 게 뭐에요? 제가 이렇게 이야기를 했죠. 굉장히 이제 당혹스럽고 의외였죠, 그런 이야기를 들은 것이. 사실은 (강구영 사장이) 회사에 들어와서 오자마자 감사를 시작했었단 말이에요. 그리고 감사를 왜 하는지 이유를 몰랐었었요 그 때. 근데 이제 그 때 비로소 알게 된 거죠. 아 스마트팩토리 감사를 이런 프레임을 가지고 하는 거에요. 그걸 그때 느끼고는 할 말을 잃어버린 거죠.
김○○(전KAI임원) 뉴스타파 인터뷰 (2025.6.18.)
또, 자신을 포함한 KAI 내부의 특정 세력을 ‘빨갱이’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인사 조치를 단행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한다.
● 김○○(전 KAI 임원) : 저도 그렇게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러니까 제가 깜짝 놀란 것이 저는 사실 정치 성향이 없습니다. 갑자기 무슨 뭐 좌익 세력이다 빨갱이다 이렇게 몰려 있는 걸 보고 그 이야기를 듣고 이제 깜짝 놀랐던 거죠. 그건 말이 안되는 이야기죠. 기업에서 근무하던 사람들이 무슨 그런 뭐 정치적인 성향을 가지고 그렇게 하겠습니까. 그건 뭐 말이 안되는 거죠. KAI에 저렇게 비전문적인 소양을 갖춘 분들이 와서 기업 경영을 정치적으로 한다는 것은 이거는 사실은 제 입장에서 말이 안되는 거에요.
-김○○(전 KAI 임원) 인터뷰(2025.6.18.)
또 다른 KAI 내부 관계자도 뉴스타파에 “상무 이상 임원 14명을 연속으로 자른 회사가 어디 있나. 그것도 다 빨갱이라며 잘랐다고 대외적으로 얘기했다. 박상욱(경영본부장)이 그런 얘기를 했다고 들었다. 대통령실 그분에게 전화했더니, ‘다 좌파라서 자른 거다’라고 말했다더라"라고 전했다. 박 본부장은 강구영 대표가 데려온 인물로 알려졌다.
전직 임원 A씨는 뉴스타파 취재진을 만나 "임원 해임 과정이 당시 김용현 경호처장에게도 보고됐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다"고 말했다. 이 세 사람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대대적인 임직원 해고는 강 대표의 단독 행동이 아닌 대통령실의 승인 혹은 교감 아래 이뤄졌다는 결론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