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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시어머님의 임종

결국 조회수 : 3,604
작성일 : 2025-06-18 17:11:25

아버님 돌아가시고 8년을 혼자 사시면서 점점 건강이 안 좋아지셨어요. 큰 병은 없지만 잘 챙겨드시지도 않고 돌봐드리는 사람도 없어서 많이 약해지신 것 같아요. 한 달 전쯤 넘어지셨단 얘기 듣고 남편이 먼저 가서 근처 요양병원으로 옮겨드렸고 저도 아이 학교랑 직장 휴가 얻자마자 뵈러 갔는데요. 그동안 일주일 넘게 식사도 전혀 못하시고 말도 못하고 눈도 못 뜨셨다던 분이 제가 가니까 거짓말처럼 눈을 뜨고 저한테 예쁘다고 인삿말도 하시고 귤 먹고 싶다고 하셔서 속껍질 까서 몇 개 드리기도 했는데요. 그 다음날부터 임종 단계에 접어드셨다고. 간호진분들이 아무래도 며느리를 보고 가려고 기다리셨던 것 같다고 해도 그 말을 안 믿었죠. 며칠 그 상태를 유지하시길래 전 또 직장 나가야 해서 그만 떠난다고 어머님께 인사드리고 공항에 나갔는데 보딩하기 직전에 전화를 받았어요. 진짜 임종하실 것 같다고 빨리 오라고요. 

 

부랴부랴 달려갔더니 제가 옆에서 손잡고 쓰다듬어 드리고 한 시간 정도 하다가 숨을 멎으시더라고요. 너무 평온하고 자연스러워서 눈물도 나지 않았어요. 편안하게 가셔서 감사하고 다행이다 싶고. 남편도 평생 남한테 신세 한번 안 지고 얌전히 사신 분이 가실 때도 얌전하게 가셨다고. 며느리라고 제가 잘 해드린 거 하나도 없는데 저를 끝까지 의지하신 듯한 모습에 마음이 쓰이네요. 도대체 우리가 무슨 인연이었길래. 이제는 고아가 된 남편 잘 위로해 주는 일이 중요하다 싶고요. 

IP : 86.135.xxx.98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ㅠㅠ
    '25.6.18 5:16 PM (118.235.xxx.168)

    글 읽는데도 눈물이 나네요
    시부모님과 며느리도 보통 인연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자식만큼이나 깊은 인연
    삼가 어르신의 명복을 빕니다
    원글님도 마음 잘 추스르시길 바랍니다

  • 2. ..
    '25.6.18 5:17 PM (222.105.xxx.237)

    맘씨 고운 며느님을 정말 마음 깊이 아끼셨나봐요.
    삼가 고인의 명복과 남은 가족들의 위로를 빕니다.

  • 3. 평온하게
    '25.6.18 5:18 PM (125.178.xxx.170)

    가셨다는 글에 제가 다 좋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4.
    '25.6.18 5:20 PM (14.44.xxx.94)

    시어머니 원글님 부부 다 복받으셨네요
    얼마전 남편형제가 병원에서 처절하게 투병하다가 가셨는데 마약진통제로도 통증을 못잡아서 간병하던 동서 병문안 간 다른 형젤이 그 모습을 보고 충격받아서 몸져 눕고ㆍ
    다시 한 번 느끼는데 고통없는 평화로운 죽음이 최고인 거 같아요

  • 5. ....
    '25.6.18 6:45 PM (182.211.xxx.204)

    "남편도 평생 남한테 신세 한번 안 지고 얌전히 사신 분이 가실 때도 얌전하게 가셨다고. 며느리라고 제가 잘 해드린 거 하나도 없는데 저를 끝까지 의지하신 듯한 모습에 마음이 쓰이네요. "

    참 좋은 시어머니를 두셔서 너무 부럽네요.
    저는 시어머니 입원할 때마다 간병하고 뒤치닥거리.
    친정 부모님 뒤치닥거리를 평생 하다시피 하는데
    돌아가실 때까지 저를 얼마나 힘들게 하실까 두려워요.
    힘들지 않게 하시는 분들은 끝까지 안힘들게 하시고
    힘들게 하시는 분들은 끝까지 힘들게 하시더라구요.
    ㅠㅠ 그렇게 편안히 가시면 얼마나 좋겠어요.

  • 6. 저도
    '25.6.18 7:29 PM (86.135.xxx.98)

    누구 돌아가시는 모습을 앞에서 지켜본 게 처음이라서요.
    충격일수 있는데 너무 쉽고 단정해서, 친정같은 82에 얘기하고 싶었어요.
    마지막이라서 약을 드렸다고 하더라고요. 통증은 없어 보이지만 혹시나 몰라서 마약성 진통제를 드렸대요. 주무시면서 숨을 쉬시는데 간격이 점점 멀어지다가 마침내 멎는 모습이 물 흐르는 것처럼 가벼운 바람이 한번 지나간 것처럼 너무 자연스러웠어요. 나도 저렇게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머님 복이겠지요. 한 달만 더 사셨으면 90세 채우셨을텐데. 아쉽기도 하지만 그건 산 사람들 미련이고요. 제일 사랑했는데 사고로 일찍 떠나보낸 그리운 작은 아들과 이제는 만나셨으려나 그런 생각을 하니 잠든 모습이 더 평안해 보였어요. 저라면 자식 먼저 보내고 그렇게 씩씩하게 살아내지 못했을 것 같은데 남은 손주들도 다 키워내고 이제 할일 다 하고 훌훌 쉬러 가신 것 같아요 ㅠㅠ

  • 7. wood
    '25.6.18 7:47 PM (220.65.xxx.17)

    가슴에 잔잔한 물결이 이는 이야기 입니다.
    어머님과 며느님이 참 좋은 인연 이었나봅니다
    저도 저렇게 평온히 가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요
    어머님의 명복을 빌어봅니다.

  • 8. 정말
    '25.6.18 8:02 PM (42.24.xxx.29)

    서로 맺힌 게 없늕고부 사이였나봅니다.
    어머님의 임종을 담담하게 쓰셨는데
    어머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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