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위장병 전문의 사우라브 세티 박사는 독성이 강한 가정용품 세 가지를 가능한 한 빨리 처리할 것을 촉구했다. 세 가지 용품으로는 어떤 게 있었을까?
◇향초, 호르몬 교란하고 발암물질 있을 수 있어
세티 박사가 첫 번째로 언급한 물건은 향초다. 세티 박사는 “향초에 호르몬 수치를 방해하고, 호흡기 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 프탈레이트가 포함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향초의 경우 향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 프탈레이트를 사용한다. 프탈레이트는 심장병, 비만, 당뇨병 등 다양한 건강 문제와 관련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프탈레이트는 남녀 생식 능력에 영향을 미치고, 생식 기관의 발달을 방해하는 내분비계 교란 물질이다. 임신과 출산에도 문제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 실제로 임신한 여성이 프탈레이트에 오랜 기간 노출되면 조산 위험이 높아지고, 남자 아기인 경우 생식 기관 발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이에 세티 박사는 “무향 양초나 천연 양초를 구매할 것”을 권했다. 가급적 합성물질이 들어간 향초 대신 천연 향초를 사용하고, 향초를 태울 때는 자주 환기를 시키는 게 좋다.
◇도마, 재료마다 따로 쓰고 꼼꼼히 세척해야
세티 박사는 “플라스틱 도마는 시간이 지나면서 미세 플라스틱을 방출할 수 있다”며 “목재 소재로 된 도마로 교체할 것”을 권했다. 플라스틱 도마로 음식을 다지고 썰 때 방출되는 미세 플라스틱이 식재료에 들어갈 위험이 높아서다. 실제로 미국화학회 연구에 따르면, 플라스틱 도마를 사용해 요리를 하면 매년 1400만개에서 7100만개의 미세 플라스틱에 노출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나무 도마의 항균력이 플라스틱 도마보다 강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위스콘신대 연구팀은 나무 도마와 플라스틱 도마의 살균력을 비교했다. 그 결과, 살모넬라균·대장균·리스테리아균 살균력의 99.9%가 몇 분 지나지 않아 나무 도마 위에서 사멸했다.
도마 사용 시에는 재료마다 전용 도마를 두는 게 좋다. 여러 개를 구비해 육류·생선용과 채소·과일용 등으로 구분해 사용하는 식이다. 도마를 사용하다 보면 홈이 파이거나 표면에 칼집이 는다. 올바른 세척 방법은 미지근한 물로 씻는 것이다. 베이킹소다 한 숟가락을 물에 풀고, 부드러운 스펀지에 묻혀 나무 식기를 살살 닦아낸다. 뜨거운 물은 금물이다. 나무에 뜨거운 물이 닿으면 틈이 더 벌어지는데, 틈 사이로 잔류 음식물이 더 쉽게 스며들 수 있기 때문이다. 도마 전용 살균 세제를 묻힌 행주를 도마 위에 얹어 하룻밤 두는 것도 방법이다. 세척 후 말릴 땐 반드시 바람이 잘 통하고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세워둔다. 특히 나무 도마는 세제가 스밀 수 있기 때문에 완벽하게 건조해야 한다.
◇코팅이 벗겨지거나 긁힌 프라이팬은 버려야
세티 박사는 마지막으로 “코팅이 돼 눌어붙지 않는 프라이팬이 벗겨지거나 긁히면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고혈압과 콜레스테롤, 호르몬과 관련된 PFA(미세 플라스틱에 포함된 화학물질)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티 박사는 “주기적으로 코팅이 벗겨졌는지 확인하는 게 번거롭다면, 스테인리스 스틸이나 주철로 된 제품을 교체하는 것도 방법이다”고 말했다.
영국 플리머스 해양 연구소에서 코팅이 벗겨진 프라이팬과 플라스틱 조리도구 등을 가정 내 미세플라스틱 주원인으로 꼽기도 했다. 과불화화합물을 활용해 코팅된 제품도 피하는 게 좋다. 과불화화합물로 코팅된 프라이팬은 열에 강하고 잘 눌어붙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작은 흠집이 생기면 다량의 미세 플라스틱을 방출한다. 호주 뉴캐슬대 연구 결과, 코팅된 프라이팬에 작은 흠집이 생기면 9000개 이상의 미세 플라스틱을 방출한다. 코팅된 프라이팬보다 스테인리스 스틸, 주철, 세라믹 소재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미세 플라스틱 노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