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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중독 아버지

여름 조회수 : 1,578
작성일 : 2025-05-22 18:18:24

아버지가 도박중독이셨어요. 

한참 돈 버실 때 모은 돈을 모두 강원랜드에 박아 넣었답니다. 돈을 모을라치면 도박하고 또 모을라치면 주식에 박아넣으시고는 금수저들은 물려받은 재산이 넘쳐난다며 신세한탄을 하셨어요. 

 

어머니는 아버지가 그러시는 걸 자식들에게 말씀 안 하고 꾹 참으셨고요. 저 스무살 되고나서 어머니가 저에게 이야기 털어놓고 아버지와 못 살겠다 하셔서 제가 어머니께 집을 나가서 안전한 곳에 계시라 했었어요. 저는 다 컸고 동생들은 제가 케어하면 되니까 어머니가 그런 혼인 생활 마치는 게 낫겠단 생각이 들었거든요.

 

헌데 며칠 안 되어서 어머니가 집으로 돌아오셨어요. 아버지가 무릎을 꿇고 당신 없이 못 산다 비셨다는군요. 엄마 아버지는 그렇게 사시다가 10년 뒤에... 

 

아버지의 직업이 최고로 잘 나가던 시점에 아버지가 일으킨 성추행 사건으로 아버지가 고소 당하시고 아버지 일을 주변 사람이 모두 알게 되었어요. 남편이 외간 여자를 만져서 고소 당한 사실도 수치스러운데 아빠의 직업은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직종이었어요. 당신 남편이 그랬다면서? 소문 내는 사람들이 생기고 엄마를 대하던 사람들의 태도가 변했어요. 

 

정신적 충격을 심하게 받으신 어머니에게 희귀암이 왔어요. 그 암에 걸린 가정 보호자분들을 제가 몇 분을 만나고 다녔어요. 공통점이 암진단 전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거나 과로와 부담감이 심하셨더군요. 

 

엄마는 3년 투병하시고 돌아가셨어요. 엄마가 일기장을 남기고 가셨는데 아빠는 엄마가 아프던 와중에도 도박 문제를 일으켰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어요. 저 스무살 때 엄마를 이혼시켰어야 했는데 그때 제가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지금 엄마가 제 곁에 있었을까 아직도 생각해요. 

 

엄마 가시고나서 집안은 이전과 달라졌습니다. 가정의 균형을 이끄는 역할을 어머니가 하셨는데 그 자리가 사라지고나서 남은 자녀들이 아버지를 참을 수 없어해서 동생 한 명은 아버지와 절연하고 집을 나갔어요. 

 

저는 아버지 어머니 인격의 민낯과 그분들이 지닌 상처와 그분들의 장점과 단점을 가장 곁에서 오래 겪고 그분들에게 가장 많이 사랑받고 학대 또한 가장 많이 받은 자식 첫째 아이였는데 아버지가 싫으면서도 아버지 곁에서 떠나기 어렵더군요.

 

엄마가 돌아가신 뒤에도 여러 일이 있었는데 주로 돈 문제였어요. 

 

어머니 돌아가시고 정신적으로 무너진 저는 돈벌이를 하지 않고 몇년간 집에만 있었는데 당시 정신과 치료를 받는 비용이 한 달에 4만원 가량이었거든요. 

 

정신과 의사 선생님이 해주시는 정신치료비용이 세션당 15만원으로 책정되어 있었는데 선생님께선 제가 안좋은 선택을 할 것이 우려된다며 거의 돈을 받지 않으시고 매주 그리고 제가 힘들어 할 때마다 상담치료를 해주셨어요. 

 

아버지는 한 달에 드는 그 4만원의 돈을 아까워 하시고 내주지 않으려 하셨고 그 계기로 저는 집을 나와서 사회복지시설에서 거주를 하고 케어를 받으면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취업에 필요한 자격증들을 취득하며 지냈어요.

 

아파하는 저를 일으켜 세워준 건 정신과 의사 선생님, 사회복지사 선생님들과 국가기관이었어요. 

 

그때 아버지에게 배신감을 느꼈던 것은 보이스피싱을 당해서 돈을 날리셨는데 그 일당에게 내어준 돈이 7천만원 가량이었다고 합니다. 

 

저는 아버지 수중에 돈이 하나도 없는줄 알았어요. 병원비 4만원을 못 내준다고 하셨으니까요. 그런데 보이스피싱 범죄자에게 줄 돈이 7천만원이나 있었다니.

 

딸에게도 돈을 쓰지 않고 그렇게 아끼고 모으고 또 모아서 또다시 헛되게 돈을 날리다니. 어르신들이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자가 되는 경우는 많지만 아버지는 그 이전에도 무수히 돈을 많이 날리셨기에 아버지에게 동정이 가는 마음이 잘 들지 않았어요.

 

지금은 아버지와 따로 살고 있는데 오늘 핸드폰으로 문자가 하나 왔어요. 휴대폰 통신사로 결합된 가족 핸드폰이 이용정지가 된다고요.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생긴건가 싶었는데 직접 전화해서 물어볼 엄두는 안 나고 통신사에 전화 걸어 물어보니 휴대폰 소액 결제 금액이 너무 커서 그 연체금으로 인해 이용정지가 된다고 합니다. 

 

저는 그 돈을 갚아주고 싶지 않아요. 그렇게 살고 있고 예전에는 잘나갔지만 이제는 완전히 허물어져서 도박할 돈도 없어서 소액결제에 중독된 아버지를.

 

만난지 2년 된 남자친구가 있고 그 사람은 제가 성실한 사람이라고 결혼하자 하면서 아버지와도 이제 다시 자주 만나서 밥도 먹고 친밀한 관계를 맺으라고 하는데 저는 아버지가 무서워요. 자식들 인생마저 아버지가 망쳐 놓을까봐.

 

동생도 이미 아버지에게 말해 두었다고 해요. 부모가 자식에게 재산은 못 물려줄 지언정 최소한 빚을 물려주지는 않아야 한다고요. 

 

아버지랑은... 이대로 거리 두고 사는 게 맞는 거겠죠?? 요새는 병원을 안 다니고 있고 어디 물어볼 데가 없어 여기 적어봅니다. 

 

 

 

 

IP : 112.147.xxx.153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5.5.22 6:23 PM (116.36.xxx.72) - 삭제된댓글

    네, 거리 두세요. 어쩔 수 없죠. 제 아버지도 도박으로 모두 탕진하고 스스로 세상 뜨셨어요. 어쩔 수 없다 생각해요. 육체에 병이 든 것처럼 정신에 병이 든 것.

  • 2. ...
    '25.5.22 6:23 PM (121.137.xxx.59)

    네 아버지와 영원히 거리를 두세요. 가까이 하는 건 서로에게 아무 도움이 안 됩니다. 돌아가신 뒤에 연락오면 가보시든가 하세요.

    저는 비슷한 남동생 때문에 부모와도 최소한의 연락만 해요. 엄마가 끝없이 빚을 내서 남동생에게 보내고, 아빠도 이걸 말라지 못하고 묵인하고 있어요. 자식이니 매정하게 끊기 힘든가봐요. 저까지 엮이면 온 집안 망하는 건 시간문제에요.

    나중에 남동생이나 엄마가 죽으면 연락할 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 3. 절대
    '25.5.22 6:26 PM (221.149.xxx.103)

    연락하지 마세요. 원글님의 평안을 빕니다. 건강하시길

  • 4. 얼씬도 마세요
    '25.5.22 6:29 PM (211.247.xxx.84)

    너무 고생 많으셨어요
    힘들게 버티셨는데 마음 약해지면 안돼요
    행복하시길 빕니다.

  • 5. ㅇㅇ
    '25.5.22 6:37 PM (219.250.xxx.211)

    핸드폰 가족 결합을 끊으세요
    다른 것도 결합된 게 있으면 끊으세요
    남자 친구, 즉 미래의 남편분에게, 아버지와 연결되면 우리 가정도 영향 받아서 서서히 망가진다고
    확실하게 끊어 주는 것 그게 아버지를 돕고 우리 가족을 돕고 나를 돕는 길이라고
    슬퍼도 내가 더 슬프지만 그게 최선이라고 명료하게 말씀하세요
    앞으로도 아버지와의 관계를 끊으세요
    그러면 아버지 노후는 국가가 책임져 줄 거예요
    어설프게 아버지 인생에 손 내밀지 마세요
    원글 님 삶만 생각하세요
    이게 정답이에요

  • 6. 강해지셔요
    '25.5.22 6:46 PM (218.233.xxx.109) - 삭제된댓글

    저는 여자문제로 중학교때부터 학교에 아빠 여자가 정문에 찾아오기도 했어요
    저도 장녀이다보니 아빠에 대한 책임감이 있었어요
    그런데 제 가족이 생기다보니 아빠가 더 이해 안되고 더 미워져요
    아이를 낳으면 부모 심정 이해한다는 말 저한테는 아닙니다
    더 화가 나고 분노가 생겨요
    몇달전에 저에게도 전화가 와서 이 게시판에 사연을 남겼는데
    전화번호도 바꾸라고 했는데 진짜 그러고 싶었는데 직장 때문에 못하고 착신거절 해둔 상태인데 저는 아빠 장례식을 안다고 해도 안 갈 생각이예요
    강하게 마음먹고 이제 성인이니 하고 싶은대로 사시길 바랍니다
    병원약 보다는 하루 한시간 땀 흘리는 운동 추천합니다

  • 7. 세상에
    '25.5.22 6:52 PM (180.68.xxx.52) - 삭제된댓글

    어떠한 죄책감도 원망도 갖지마세요. 부모자녀로 맺은 인연도 딱 서로에게 좋았던 그 시간까지였다고 생각하세요.
    그 관계를 위해 할 수 있는 만큼 했었고 지금은 할 수 없고 하고 싶지 않은거잖아요. 내가 그렇게 결정했으면 그게 맞는겁니다.

  • 8. ㅡㅡ
    '25.5.22 6:55 PM (112.169.xxx.195)

    남편도 남이에요. 친정일 시시콜콜 밝히지 마시고요.
    님네 가정사도 결국은 약점되요
    아버지와는 절연하고 사는게 1명이라도 제대로 살수 있는 방법

  • 9. ----
    '25.5.22 7:34 PM (211.215.xxx.235) - 삭제된댓글

    진작에 단절하셨어야 했어요. 어머니도 끊지 못하셨고 원글님도... 가족결합이라니....
    중독자가정의 공동의존 에 대해 찾아보시고 관련 책도 한번 읽어보세요.

  • 10. 절연하시고
    '25.5.22 8:22 PM (122.36.xxx.84) - 삭제된댓글

    남편에겐 아버지 먼 지방에서 일하시고
    오지 말랬다 하셔야지 어떻해요.
    결혼할 사람이 처갓집 가자하면 난감하겠어요.
    차라리 죽었음 걱정도 없을텐데
    요즘은 오래오래 살더군요. 90가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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