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중반에 직장잡고, 아들 둘 키우며 치열하게 살아온 직장맘이예요
마음이 굳건한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사소한 일에도 마음이 흔들리고 불안해서 무기력한 적이 많아요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직장일이야 30년 넘은 내공이 있고, 나름 승진도 해서 더 욕심도 미련도 없이 정년까지 다니면 되고,
남편도 자기 할 일 잘 해나가고, 한 번도 속썩인 적도, 기분나쁜 심한 말을 한 적도 없어 걱정없고,
시댁, 친정은 그냥 연세가 드시니 가끔 편찮으시나 금전적이나 정서적으로 힘들게 하지 않는 편이신데,
왜 이렇게 불안한 마음이 들까..생각해 봤어요
먼저, 약 6년간 좀 힘든 부서에서 초긴장하며 직장생활했어요. 그 때 전정기관이 망가져서 한쪽 귀는 못 쓸 정도로 되었는데, 그때 많이 힘들었었나 싶어요
그리고, 아들 둘
어려서부터 공부를 잘한 편이었던 큰아들, 지금은 공대대학원에 다니는데 고등부터 온 사춘기로 힘들었고, 대학원에 가서 영 실력에 부치는지 힘들어하고, 힘든 일이 있으면 저에게 전화해서 다 털어놓는.... 어제도 전화왔길래, 들어주다가,, 너에게 잘 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말을 해버렸어요. 전화가 오면 반갑게 받으나 또 무슨 일이 있나 두근거리고
세상 산만했던 둘째 아들, 유초중고 다니면서 큰일은 저지르지는 않았으나, 늘 산만하다, 규칙을 소소하게 안지킨다. 학원 안온다, 숙제안했다... 이런 전화를 수없이 받았지만 독과외반, 학원반으로 겨우 겨우 3등급대로 국립대 사범대 보냈는데 적성에 안맞는다고 경찰준비한다고 학교 그만두고 집에서 학원 다녀요
제 성향은 매우 계획적으로 해야 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미리 준비해서 어긋남이 없어야 되는데, 다른건 어찌어찌 해봐도 자식일은 제맘대로 안되더라구요. 타고난게 9할이다 싶어요
이 좋은 세상을 이렇게 걱정과 불안으로 살아야겠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나는 여행중이다라고 생각해 보려구요
돈이 필요하니, 직장 다니며 돈벌어가면서 여행을 하고 있고,
가족들, 내주변 사람들은 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잘 대해주고 거리를 두면서 몰입되지 말자
여행은 어차피 끝이 있는거니, 그냥 즐거운 마음으로 지내자
집구석에만 틀여박혀있지 말고, 즐기자
여행 중 예상치 않은 어려움도 있고, 쓸데없는 돈도 쓸 수도 있으니 연연해 하지 말고,
이왕 여행하는거 소소한 행복을 놓치지 말자
그리고, 여행을 마치고 피곤에 지쳐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의 나는 노년의 내 모습이 되겠구나. 행복한 추억을 간직한 귀향길이 되길...
이런 생각이 얼마나 갈지 모르겠으나, 제 마음이 좀 편안해 지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