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굵고 고구려 장수 같은 내 다리를 싫어했어요. 긴 다리에
큰 키 그런 모델 같은 사람들 너무 부러웠고 나 자신을 혐오하고
깎아내리고 그랬었는데 요즘은 5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지하철 계단 두 개씩 고속으로 뛰어넘고 뛰어서 급행열차를 기어이 타고야 말고 할머니의 캐리어를 들고도 날듯이 뚸듯이 계단을 돌파하는 제 다리가 대단해보이고 너무 감사하게 느껴졌어요.
최근에 가족이 아파서 10일 정도 입원했는데 그때 지겹게 느껴지는 이 일상과 이 건강과 병원비 안 드는 오늘 하루가 얼마나 감사하고 고마운 것인지 새삼 느꼈어요. 나에 대한 혐오를 좀더 일찍, 한 10년 전에만이라도 멈추고 나를 좀 더 사랑하고 나를 더 가치있게 여기고 더 발전시키고 그랬다면 좋았을텐데 도무지 바꿀 수 없는 내 키에 대해서 항상 불평했고 불만을 가졌어요.
근데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좋아했던 분들, 나를 무시하는 말도 면전에서 하고 선배인 나를 대놓고 무시했지만 아직도 잊지 못하는 그녀가 나보다 조금 많이 컸었거든요. 이 작은 키를 만회하려면 공무원이 된다면 고시룰 봐야겠고 전문직이 된다면 의사 정도는 돼야 할텐데 당장 그렇게 성공할 능력은 없는데 사랑도 지금 당장 할 수도 없어서 마음이 괴로웠어요. 젊고 아름다운 ㅂ로 지금, 너와 사랑하고 싶은데 나는 내 키로도 내 외로로도 내 능력으로도 어떤 것으로도 그녀의 가치에 닿을 수가 없으니
괴로웠어요.그렇게 사랑하고싶은데 사랑하지못해서 괴로워하며
보낸 세월이 10년이돼가네요. 그 긴 10년 동안 신세한탄하고
나를 혐오하고 시간 허송하면서 10년이 날아갔네요. 저는 완전 아저씨가 돼버렸구요. ㅠㅠ 주름 자글자글해졌고 체력도 이제 할배같은데 어떻게 사랑하죠? 누가 이런 남자랑 사랑하려고 할까요? ㅠㅠ 오늘 인용돼서 너무 기분 좋은데 울적해져서 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