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몸이 좀 이상했는데요
병인줄 모르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네요
아이 10살쯤에서야 제가 진단을 받았어요
아이는 몸이 약하지만 다행히 제 병이 유전된 것 같지는 않고요,
병원에서도 임상을 위해서인지 아이도 데려오라고 했는데, 제가 거부했어요.
아직까지는 증상이 없으니 유전은 피한것 같아요.
희귀병은 있지만 열심히 살았어요
친구도 모임도 많고
취미활동도 여행도 많이 다니고
좋아하는 일 직업삼아 20년 넘게 하니 이제 돈도 잘벌어요
근데 몸이 너무 힘들어요
어려서부터 아프던 거라 통증을 참는게 기본값이 되어서
그냥 잘 견디는데
사실은 무슨 일을 하건 늘 아픈걸 참는 상태로 사는 거예요
요새는 갱년기가 온건지
난 왜 이런 몸으로 태어났을까 너무 한스럽고
아프고 불편한거 참는 것도 지겹고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게 힘들어요
열심히 사는 걸로 극복할 수 있는 한계를 지나고 있는 것 같아요
근데 열심히 사는 걸 포기하고, 통증 참는 걸 포기하면
어떤 선택지가 있을까요
가족에게 민폐끼칠 상황이 되면 죽으려고 했는데
그 전에 내가 참고 노력하기 싫으면 어떡해야 하나요
저보다 더 힘들고, 큰 장애를 이기고 사는 분들 많은데
전에는 그런 분들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어요.
근데 이제는 그렇게 마음을 다잡기도 싫어요.
이런 몸을 가진 게 너무 화가 나고
그래서 내가 가질 수 없었던 기회들이 너무 억울하고
늘 누워있는 엄마, 함께할 수 없는 아내로 있는 것도 한심스러워요
근데 그러지 않으려면 애쓰고 노력해야하는데
이제는 그만 애쓰고 그만 노력하고싶어요
사는게 너무 피곤하고 지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