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견디는데 술만큼 쉬운 방법이 있을까?
마시다 보면 취하고, 취하다 보면 밤이고...
그렇게 하루가 간다.
이 생활도 괜찮구나.
우울한 기분은 잠깐.
우울하면 또 마시면 된다.
동네 어른이 잠깐 도와달래서 도와줬더니, 그 뒤로 틈틈이 부른다.
돈도 주고 밥도 주면서.
하루에 몇 시간 아니었지만 일하면서 술 마시니
그렇게 쓰레기 같지만은 않은 느낌.
어느 날 갑자기 이 마을에 들어와 조용히 술만 마시는 나에게,
사람들은 섣불리 말을 걸거나 자기들의 세계로 끌어들이지 않는다.
뭔가 쓴맛을 보고 쉬는 중이겠거니 생각하는 듯.
사람들과 말없이 지낸다는 게 이렇게 편한 거였다니.
그동안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을 어떤 인간으로,
어떤 위치에 놓아야 될지,
얼마나 피곤하게 계산해가며 살았었는지 새삼 느낀다.
난 왜 항상 행복의 사이즈를 줄여서 닥쳐올 불행의 사이즈를 줄이려고 할까.
덜 행복하면 나중에 덜 불행할 것이라는 이 생각의 근거는 대체 뭘까?
왜 내겐 불행이 마땅하다고 느껴질까?
너무 행복했다.
왠지 거대한 불행이 올 것 같다.
멈춰야 된다.
거대한 불행이 덮치기 전에 멈추고 떠나야 한다.
확실해?
봄이 오면 다른 사람이 돼 있는 거.>>>
아까 어떤 분이 구씨는 왜 산포싱크에서 일하게 됐는지 묻는 질문에 답글로 손석구씨가 직접 자기 캐릭터 소개하는 나레이션 영상을 올리셨길래 들었는데 너무 좋네요.
덤덤하게 툭툭 던지는 목소리지만 진심이 가득 담긴 그 한마디 한마디에서 왜 산포여야 했는지, 왜 산포가 좋아졌는지, 왜 하나씩 채워지는 행복의 시간들을 끝내는 밀어내고 가버렸는지에 대한 배경이 잘 전달되는 것 같아 듣고 또 듣다 직접 타이핑 해 봤습니다.
글을 꼭꼭 씹듯 읽다보니 구씨가 더 잘 보여지는 듯 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