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사를 많이 다녔어요,
2년마다, 계약이 끝나면 다니던 이사가 7번이니까 우리가 거쳐갔던 방2칸짜리 소형빌라들이 7개.
그것이 알고싶다에 나올법한 외진골목길의 허름한 빌라에서도 살아보고
하수구냄새가 비오는날이면 더 진동을 했던 반지하에서도 살아보고.
나중엔 공동현관문이 비밀번호를 눌러야 열리는 신축빌라투룸에서도 살아봤지만,
결국은 장롱 한통 온전히 들어갈수없는 방들과 극강의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는 생활과,
간혹 예쁜 인테리어소품을 사고싶어도 극강의 인내력으로 그 유혹을 뿌리칠수있는 마음자세를
그동안만큼은 지닐수 있어요.
그렇게 아이들을 키우면서 이사를 숱하게 떠돌아도
곧 얼마안가 그 빌라안의 이웃들이 하나둘, 우리집벨을 누르기 시작해요.
텔레비젼소리가 들려서 같이 보면서 좀 앉아있다 가고싶어서 눌렀다고도 하고
심심해서 눌렀다고도 하고.
이유는 사람들마다 상당히 많아요,
나중엔 반상회처럼 좁은 11평투룸거실에 윗집 할머니, 옥탑방 교회다니는 아줌마,등등
의도치않게 7명이 모인적도 있었는데 한번 오면 절대 가질 않아요.
이상하게 저는 가는 빌라마다 그렇게 사람들이 우리집 벨을 잘 눌렀어요.
그일을 10년넘게 겪다보니 나중엔 스스로 체념도 했어요,
그러다가 결국은 아파트를 마련해서 이사오는 그 첫날, 옆집아줌마가 구경좀 해보자고
이삿짐이 어지러운 거실한가운데로 구둣발로 성큼성큼 걸어나가는거에요.
아~~.. 피로감이 우선 밀려들었어요, 이삿짐아저씨가 입주청소 다한집이라고 하자 팔짱낀채로
천천히 다가와서 얼마에 샀고 리모델링비용은 얼마나 들었냐고 물었는데 굳어버린 제표정을 보고
그냥 나가버리더라구요.
한동안은, 현관밖에서 조심스레 들리는 발자국소리에도 저절로 귀가 밝아졌어요.
그들은 늘 가볍고 즐거운 맘으로 오는대신 빈손이었고 한번오면 가지않는 사람들이었어요.
솔직히 질렸어요, 그리고 전 늘 이상하게 맘한켠이 늘 외로웠어요..
아파트에서 4년째 접어드는 지금은 좀 안심하고 있는중인데 이젠 코로나로 인해 옆집 아줌마와
아기가 우리집벨을 자주 눌러요, 엘리베이터앞에 서있으면 문을 급히 열고 학교개학했냐, 마트가시냐.
등등의 인사말을 건네요. 제가 그간의 경험을 통해 안건 먼저 자신의 집에 초대할 마음가짐없이
남의집에 먼저 들어가려는 사람은 절대 문을 열어주어선 안된다는것을 깨달았기때문에
이번은 한번도 우리집에 들어오게 한적이 없어요,
그런 스타일들은 절대 자신의 집은 초대를 해주지않고 우리집만 계속 편안하고 가볍게 빗방울처럼
오려고 해요.
많지는 않지만, 지금도 저의 얼굴을 보는순간
우리집에 가자고 말하는 엄마들이 가끔 있더라구요.
지금은 노우,노우에요,
어떤 엄마는 자기얼굴만 보면, 돈빌려달라는 사람들이 그리도 많다고 하소연인데
전 그런 이야기는 지금까지 3번정도 들은것 말고는 거의 없는대신
집구경좀 해보자, 차한잔좀 얻어마시자, 이런 식의 인사를 진짜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사람들마다 다 어떤 분위기들이 있나봐요.
저사람은 보자마자 돈빌려달라고 하고싶은 분위기
저 사람은 보자마자 먹을것좀 사달라고 하고싶은 분위기.
저사람은 집에 놀러가보고싶다는 분위기.
우리집에 문턱이 닳도록 놀러올정도면 어린애들도 있는데
뭐 천원짜리 사탕이라도 사들고 오시지, 매번 번번이 빈손에
그것도 한번 오면 떠날려고 하지도 않고 어쩜 그리 먹는건 많이 드시는지
누군가가 우리집에 온다는건
그사람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함꺼번에 온다는 시도 있지만,
그정도의 교감이 오간다는건 소울메이트급 친구에게나 해당될 말일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