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서 의사 증원으로만 얘기해서 다들 그것만 아시는데요,
이번에 전공의들이 주장하는 걸 보면 크게 네 가지인 것 같아요.
의사증원, 공공의대신설, 비대면진료, 첩약급여화..
1. 의사 증원
: 1년에 400명씩, 10년간 4,000명을 증원합니다.
이거야 뭐..늘리면 늘리는거죠.
의사수 많아져서 국민들이 크게 손해볼 건 없잖아요?
물론, 의사가 많아지면 의료비가 증가합니다.
그런데 이건 내가 선택 가능한거니까..의사가 과잉진료 하는 것 같으면 거기 안 가면 되니까 제 입장에서는, 즉 의사를 감별할 수 있는 환자 입장에서는 큰 손해가 없어요.
즉..늘리겠다면 절대 반대는 안 합니다.
2. 공공의대 신설
: 이건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의대는 건물만 뚝딱 지어놓는다고 교육이 되는게 아니잖아요?
기존 의대도 기초의학 교수가 부족하고 임상교육이 부실한 곳도 있는데요.
빅3, 빅5..이런 데가 좋은 이유가 똑똑한 학생들이 입학해서가 아니에요.
병원이 크고, 환자가 많으니까 데이터도 많고, 그러니까 교수들이 논문도 많이 쓰고, 학생 교육도 잘 되는 거거든요.
공공의대 만든다고 머리 나쁜 학생들만 입학하겠나요?
의대 입학 자체가 전국 0.5% 정도의 학생들이 들어가는데요.
문제는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아무리 똑똑한 학생들이라 해도 제대로 된 교육환경이 안 된 곳에서 임상경험을 충분히 쌓지 못하면 유능한 의사가 될 수 없습니다.
굳이 의사 정원을 늘리겠다면, 공공의대가 아닌..기존 의대에 정원을 나눠서 몇 명씩 추가로 늘렸으면 합니다.
그러면 교육에는 큰 문제가 없지 않을까 하는 짧은 소견입니다.
3. 비대면 진료 허가
: 이명박때부터 꾸준하게 추진해오던 원격진료 얘기인데, 그땐 엄청 반대하시던 분들이 왜 지금은 가만히 계시나요?
이명박이 추진하는 건 나쁜 정책, 민주당이 추진하는 건 좋은 정책인가요?
이건 대형병원과 실손보험 같은 민간의료보험을 소유한 사람들이 원하던 정책입니다.
4. 첩약 급여화
: 누구도 원하지 않는 첩약 급여화를 슬그머니 끼워넣고 추진하는 이유를 모르겠네요.
의사들의 진료 행위는 아무리 첨단 논문에 발표된 내용이라 해도 그 근거가 명확하지 않으면 보험이 안됩니다.
의사들이 삭감을 감수하고 진료하는 경우도 많아요.
최신 신약은 비싸서 보험이 안 되는 경우도 많고요.
며칠 전에도 엄마가 유방암인데 약이 보험이 안된다고 급여화 청원에 동참해달라는 글도 올라왔었잖아요.
그런데...돈이 남으면 그런 것부터 급여화해주지 왜 굳이 한약을 급여화하나요?
한약 먹고 싶은 사람들은 자기 돈 주고 먹으면 되잖아요?
전 제가 내는 보험금이 이렇게 쓰이는 걸 원치 않습니다.
의사 증원 필요하면 해야지요. 개인적으로는 무조건 늘리기만 한다고 필요한 의사가 (흉부외과, 산부인과, 외상의사 등등) 막 생길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요.
세금을 쓰려면 그 결과를 예측하고 효율적으로 쓰기를 바랄 뿐입니다.
어느 의사 유투버 말이요..공공의대에서 비인기과 위주로 학생들을 뽑으면 기존 의대생들은 더더욱 그 과를 지원 안할거라는데, 거기에 동의합니다.
지금처럼 자기들끼리 경쟁하지 않아도 전문의따고 나오면 갈 데가 없는데 공공의대 출신들과 경쟁까지 해야 하니까요.
왜 갈데가 없느냐고요?
돈이 안되니까 민간 병원들이 흉부외과, 산부인과, 외상센터 운영을 안해요. 전문의 따면 뭐해요? 취업이 안되는데.
이국종 교수도 아주대에서 미움 받았다잖아요. 환자 진료할 수록 손해본다고..
굳이 공공의대 만들고, 학생들 공짜로 안 가르쳐도 흉부외과, 산부인과, 외상센터 같은 데 수가 올려주면 병원들이 알아서 그런 과 운영 할테고, 의사 뽑을테고, 그럼 전공의도 뽑을 수 있을텐데..이런 간단한 문제를 왜 더 많은 돈을 들이고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방법을 고수할까요?
저..정말 미통당 아니구요, 의사도 아니에요. 제 의견에 반대하시는 분들 논리적으로 말씀해주세요.
저도 다른 생각들을 듣고 싶어서 그래요.
의사도 아닌 제가 이런 글 쓰는 이유는요,
나중에 저희 아이가 애 낳을 때 산부인과 의사 없을까봐, 가족 중에 다쳤는데 응급으로 외상수술할 의사 없을까봐 걱정돼요.
외국보다 의사수 적다지만, 외국에서는 하루에 환자 20-30명 보면서 오래 대기시키는데 우리나라는 의사들이 아침 7시부터 밤 늦게까지 일하고 환자 많이 보면서 당일진료 가능한 시스템도 감사한데, 이런거 자꾸 건드려서 좋은 시스템 망가질까봐 걱정돼서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