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할일은 많은데 오후 되니 왠지 심심해져서 82 글 읽다가 어느 분 비행기 안 얘기 쓰셔서 저도 문득 생각나 가볍게 끄적여 봅니다.
뭐 좀 일이 있어 칠레 가던 길이였는데. 한 5년 전 일인가.. 싶네요.
에어프랑스 타고 프랑스에서 산티아고행으로 갈아탔어요
자리 찾아가니 제 자리 옆에 머리는 대머리인데 얼굴은 기가 막힌 남자가 앉아 있더라구요.
뭐 얼굴을 봐서는 국적은 알 수 없었고..
그저 머리카락이 없어도 잘생길 수 있구나.. 하며 앉았고 근 8시간 비행이였던 것 같아요
2시간 정도 남긴 상황에서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글쎄 이 남자가 저에게 말을 거네요??
어머나~~~ *^^*
목소리도 저음의 뭔가 매력적일 것 같은 남자.
무심한 듯한 하얀 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남자.
칠레 사람인데 예전에 부모님이 이민 가셔서 스웨덴에 사시고 거기 다녀가는 길이고 매년 한달 정도는 오고
바이크 타는 게 취미이고 발파라이소 사는데 집이 두어 채 있어서 임대 주고 있고.. 어쩌구 저쩌구...
한 마디로 잘 먹고 잘 놀며 살고 있다였지요~
그 뒤로 묻지도 않았는데 전와이프가 병으로 가버렸고 그렇지만 반지는 아직도 이렇게 끼고 있다 ..
사생활 얘기를 얼마나 잘 풀어내던지.
뭐 이런 디테일을 나에게 얘기하나 싶기도 했지만 잘생긴 외국 남자가 얘기하니 뭐가 홀렸던지 맞장구도 쳐주고 아하.. 하며 이해하는 듯한 제스츄어도 해 주고 핫 혼자 그 순간을 즐겼더랬어요.
비행기 타기 전에는 아이고.. 또 어찌 그 시간을 가나... 했는데 이제는 도착 방송이 안타깝게 들릴 정도로 아쉬웠더라는.
아주 친한 사이였던 것 처럼 인사하고 내렸는데 가다 보니 보여서 알레한드로~~ 부르며 사진 한방을 찍었지요.
그 사람은 멋적은 듯 히~하며 찍고는 게이트 밖으로 사라졌어요.
마중 나온 사람에게 엄청 자랑하며 - 자랑할게 뭐 있다고 - 떠들며 웃기지도 않는 설레임에 그 날 잠자리에 들었고
다음 날 가방을 정리하다 보니... 달러가 든 지갑이 없어진 것을 그 때서야 발견...
핫~~~~
돌이켜 보니 여권이며 지갑이며 든 조그마한 가방 좌석 주머니에 찔러 놓고 잽싸게 화장실 다녀온 그 때
이 망할 알레한드로가 제 지갑 슬쩍한 후 제가 혹시나 눈치 챌까 싶어 착륙하기까지 계속 말을 시킨 거지요.
하하~~~~~ 한심한 나. 비행기 타기 전까지 소지품 검사 일일히 다 하고 꼼꼼히 챙겼었는데..
비행기에서 지갑을 털리다니... 이 무식한 처자는 상상을 못했었습니다.
칠레 친구가 그 전에도 수십번 얘기해 주었는데... 칠레 사람 조심하라고.....
지금도 사진 남아있네요.
조지 알레한드로. 니 이름 잊고 싶어도 못 잊는다. 잊을만 하면 내 친구가 너 잘 지내냐고 묻는다.
그 돈 가지고 잘 살고 있지?
심심해서 가볍게 적어 봤으니 가볍게 보시기를 바라며
좋은 오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