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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예전 비행기에서 있었던 일

심심해서 조회수 : 4,449
작성일 : 2019-06-18 16:39:13

아... 할일은 많은데 오후 되니 왠지 심심해져서 82 글 읽다가 어느 분 비행기 안 얘기 쓰셔서 저도 문득 생각나 가볍게 끄적여 봅니다.


뭐 좀 일이 있어 칠레 가던 길이였는데. 한 5년 전 일인가.. 싶네요.

에어프랑스 타고 프랑스에서 산티아고행으로 갈아탔어요


자리 찾아가니 제 자리 옆에 머리는 대머리인데 얼굴은 기가 막힌 남자가 앉아 있더라구요.

뭐 얼굴을 봐서는 국적은 알 수 없었고..

그저 머리카락이 없어도 잘생길 수 있구나.. 하며 앉았고 근 8시간 비행이였던 것 같아요

2시간 정도 남긴 상황에서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글쎄 이 남자가 저에게 말을 거네요??

어머나~~~ *^^*

목소리도 저음의 뭔가 매력적일 것 같은 남자.

무심한 듯한 하얀 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남자.


칠레 사람인데 예전에 부모님이 이민 가셔서 스웨덴에 사시고 거기 다녀가는 길이고 매년 한달 정도는 오고

바이크 타는 게 취미이고 발파라이소 사는데 집이 두어 채 있어서 임대 주고 있고.. 어쩌구 저쩌구...

한 마디로 잘 먹고 잘 놀며 살고 있다였지요~

그 뒤로 묻지도 않았는데 전와이프가 병으로 가버렸고 그렇지만 반지는 아직도 이렇게 끼고 있다 ..

사생활 얘기를 얼마나 잘 풀어내던지.


뭐 이런 디테일을 나에게 얘기하나 싶기도 했지만 잘생긴 외국 남자가 얘기하니 뭐가 홀렸던지 맞장구도 쳐주고 아하.. 하며 이해하는 듯한 제스츄어도 해 주고 핫 혼자 그 순간을 즐겼더랬어요.


비행기 타기 전에는 아이고.. 또 어찌 그 시간을 가나... 했는데 이제는 도착 방송이 안타깝게 들릴 정도로 아쉬웠더라는.

아주 친한 사이였던 것 처럼 인사하고 내렸는데 가다 보니 보여서 알레한드로~~ 부르며 사진 한방을 찍었지요.

그 사람은 멋적은 듯 히~하며 찍고는 게이트 밖으로 사라졌어요.


마중 나온 사람에게 엄청 자랑하며 - 자랑할게 뭐 있다고 - 떠들며 웃기지도 않는 설레임에 그 날 잠자리에 들었고

다음 날 가방을 정리하다 보니... 달러가 든 지갑이 없어진 것을 그 때서야 발견...


핫~~~~

돌이켜 보니 여권이며 지갑이며 든 조그마한 가방 좌석 주머니에 찔러 놓고 잽싸게 화장실 다녀온 그 때

이 망할 알레한드로가 제 지갑 슬쩍한 후 제가 혹시나 눈치 챌까 싶어 착륙하기까지 계속 말을 시킨 거지요.

하하~~~~~ 한심한 나. 비행기 타기 전까지 소지품 검사 일일히 다 하고 꼼꼼히 챙겼었는데..

비행기에서 지갑을 털리다니... 이 무식한 처자는 상상을 못했었습니다.

칠레 친구가 그 전에도 수십번 얘기해 주었는데... 칠레 사람 조심하라고.....

지금도 사진 남아있네요. 


조지 알레한드로. 니 이름 잊고 싶어도 못 잊는다.  잊을만 하면 내 친구가 너 잘 지내냐고 묻는다.

그 돈 가지고 잘 살고 있지?


심심해서 가볍게 적어 봤으니 가볍게 보시기를 바라며

좋은 오후 되세요~









IP : 220.78.xxx.61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9.6.18 4:44 PM (116.36.xxx.197)

    원글님 유쾌하시네요.
    즐거운 하루되세요~♡

  • 2. ㅇㅇ
    '19.6.18 4:45 PM (1.240.xxx.193)

    사진찍자고 불렀을 때 알레한드로는 들킨 줄 알고 얼마나 놀랐을까요 ㅎ 로맨스를 예상했는데ㅜ 원글님 참 성격도 좋으시고 긍정적이신듯요

  • 3. ㅎㅎㅎ
    '19.6.18 4:45 PM (211.192.xxx.148)

    반전이네요.
    8시간 즐거운 여행 시켜준 댓가를 자기 손으로 먼저 가져갔어요. ㅎ

  • 4. ㅇㅇ
    '19.6.18 4:50 PM (39.7.xxx.228) - 삭제된댓글

    이 글 보니 류준열, 이제훈 여행프로..제대로 본 건 아닌데 칠레 깄짆아요. 카메라 돌아가는 와중에도 사기 치는게 그 나라 사람이라면서요

  • 5. 잘될거야
    '19.6.18 4:56 PM (123.212.xxx.19)

    어떻게 그 중요한걸 소지하지 않은 채 화장실을 가셨대요? 그놈은 그와중 사진을 찍혀주긴 했네요 ㅋ

  • 6. ㅇㅇㅇ
    '19.6.18 4:56 PM (110.70.xxx.244)

    저도 로맨드 각인줄 알고 하트하트됐는데♡♡..
    지갑없어졌다는 부분에서 산통이 다 깨졌어요

    이런 주길놈의 알레한드로..!!!!
    지갑 소매치기하고는 사진까지 찍고가고.. 넉살이 좋네요.
    그래도 멋쩍게 히~웃고 갔다니 일말의 양심은 있었나봐요.

    상상과는 달라서 뒷맛이 씁~쓸하지만..원글님이 유쾌하게
    풀어가셔서 웃을수 있었어요 ㅋㅋㅋ
    여기다 썰 푸셨으니 알레한드로의 기억은 멀~~~리다가
    보내버리시길^^

  • 7. ..
    '19.6.18 4:58 PM (106.255.xxx.9)

    칠레 진짜 여행프로보니 전인구의 반이상이 사기꾼인듯

  • 8.
    '19.6.18 4:58 PM (175.201.xxx.200)

    지금이라도 사진 인터넷에 올리지 그러세요.
    증거가 없어서 안되려나요?

  • 9. 00
    '19.6.18 5:01 PM (175.210.xxx.248)

    전 페루 사람한테 당해본 경험이 있네요...ㅎㅎㅎ
    공기업에서 연결해줘서 온 페루 바이어 공항픽업부터 먹는거 까지.. 남미사람들은 정말 조심해야함..

  • 10. 저는
    '19.6.18 5:03 PM (223.33.xxx.82)

    카타르항공타고 몰디브 신행가는데 화장실 몇번 왔다갔다하니 화장실근처 중동 남자가 작업 걸어서 나 허니문이라고하는데도 계속 그러던데 중동 남자도 남미 못지 않은듯

  • 11. ㅇㅇ
    '19.6.18 5:50 PM (110.12.xxx.167)

    비행기에서도 소지품 신경써야 하는군요 세상에
    신분 들어나는 비행기에서 절도라니 ㅜㅜ
    원글님 스토리는 너무 재미있었어요
    님은 속쓰린일이었겠지만
    글솜씨가 좋으시네요

  • 12.
    '19.6.18 9:37 PM (14.42.xxx.217) - 삭제된댓글

    타이 항공 승무원이 기내에서 저한테 작업,
    방콕 도착해서 그 남자 차 타고 시내 나가서 데이트 했는데,
    화징실 간 사이에 제 지갑에 있던 8,300바트 슬쩍.
    저도 그 새끼 이름 16년이 지났어도 기억해요.
    Ken Tua 이 새끼 너 방콕에서 나한테 걸리면 뒈진다.

  • 13. 전...님
    '19.6.18 10:16 PM (112.148.xxx.93) - 삭제된댓글

    댓글 읽다가 마시던 물 뿜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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