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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 전우용님 페북

... 조회수 : 1,907
작성일 : 2019-06-17 19:56:22
2002년 여름, 중국 남경에서 ‘역사인식과 동아시아 평화’라는 주제로 학술회의가 열렸습니다. 회의가 끝난 후, 저녁 식사 자리에서 각국 참가자들이 일종의 합창 경연대회를 열었습니다. 중국 참가자들은 항일전쟁기의 노래를 불렀던 것 같은데, 일본 참가자들이 어떤 노래를 불렀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한국 참가자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습니다. 노래 부르는 도중 좌석이 술렁술렁하더니, 다 부르고 나니 중국과 일본 참가자들이 무슨 노래냐고 물었습니다. 선조들의 운동가요나 관제 애국가요가 아니라 ‘우리 세대의 운동가요’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 뿌듯했습니다.

기록상 우리나라 운동가요의 역사는 동학농민혁명 때 ‘새야 새야’로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대한제국 시대에는 수많은 계몽창가가 만들어졌고, 독립군가도 노래책 한 권 분량은 됩니다. 1970년대 민주화운동 과정에서는 외국 노래를 번안하거나 대중가요 가사를 바꿔 부르는 일이 흔했습니다. 운동가요가 본격적으로 만들어져 널리 유포된 시기는 1980년대입니다. 재능 있는 사람들이 저작권료 한 푼 받지 않고 숱한 노래를 만들었고, 그 노래들은 방송 한 번 타지 않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들 노래는 시대의 불의를 폭로하고 정의를 위한 행동을 촉구했습니다. 이 시대에 만들어진 노래들은 한국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증거물이며, ‘임을 위한 행진곡’이 그 대표곡입니다.

함께 부르는 사람들 사이에 ‘감성적 연대’를 이끌어 내는 데 노래만한 것은 없습니다. 노래는 정의에 대한 신념 하나만으로 불의한 권력의 무도한 폭력에 맞설 수 있는 용기를 불어 넣어줍니다. 좋은 노래에는 공포를 이기게 해 주고 사람들을 정의로 뭉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혁명운동이나 해방운동 과정에서 널리 불렸던 노래를 국가로 택한 나라가 많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며칠 전 젊은 야당 정치인 한 명이 홍콩 시민들의 시위에 지지와 연대를 표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부 여당을 비난했습니다. 타국 문제에 대한 정부 여당과 시민의 발언 사이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볼 정도로 외교에 무지한 자가 ‘정치인’을 자처하는 꼴이 한심스러웠고, 최루탄과 곤봉과 물대포 앞에서 옆 사람과 어깨 걸고 노래 부르며 행진하는 것이 어떤 일인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인생을 살아온 자가 ‘연대’ 운운하는 작태가 너무 역겨웠습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광주 시민들의 장엄한 죽음 뒤에 탄생한 장엄한 노래입니다. 이 노래에 담긴 정서는, 정의를 지키기 위해 죽음을 선택한 광주 시민들에 대한 절절한 연대의식입니다. 정의와 인도주의에 대한 '전면적 공감' 없었다면 이런 노래가 만들어지지도, 널리 불리지도 못했을 겁니다. 지금 홍콩뿐 아니라 태국, 미얀마,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각국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번안되어 불리는 것은, 이 정의감과 연대의식이 인류적 보편성을 갖기 때문입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거리로 나와 더러운 욕설이나 내뱉는 무리는 결코 이런 노래를 만들 수 없습니다. 저들에게는 공포에 맞설 용기도, 목숨을 걸 결연함도, 죽어간 동지들에 대한 연대의식도 없기 때문입니다. 저들의 양심으로는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라는 가사를 절대로 생각해 낼 수 없습니다. 혹시 누가 돈 받고 노래를 만들어줄 수는 있겠으나, 그런 노래로는 인류의 보편적 정의감을 자극할 수 없을 겁니다. 그들이 어떤 노래를 함께 부르는지 보면,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습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아시아 민주화 운동의 상징 중 하나가 되었지만, 저 무리는 인류 역사에 악취만 남길 겁니다.
IP : 218.236.xxx.162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9.6.17 8:02 PM (211.36.xxx.60) - 삭제된댓글

    참 좋은 글이네요

  • 2. 사랑도명예도없이
    '19.6.17 8:04 PM (39.125.xxx.230)

    앞 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 3. ..
    '19.6.17 8:07 PM (223.38.xxx.118) - 삭제된댓글

    그래서 5.18을 그리 생각하는자가
    찌찔을 빠는 거임?

    가족인지 끈질기게 님자 붙이며 글 옮겨오는데
    경기도에서 김제동처럼 1500만원 받으며 강연하나라도 하고 싶어서 그러는지?

  • 4. 223.38.118
    '19.6.17 8:11 PM (218.236.xxx.162)

    사람이름 옆에 님 붙이는 것 왜 불편하죠~ ?
    전우용님 페북이나 트윗 내용 퍼오시던 분들 예전부터 님자 붙이셨어요~~

  • 5. 판다
    '19.6.17 8:20 PM (109.205.xxx.1)

    전우용님을 싫어하시는 분인가 보네요...

    저도 누가 이명박님 그러면 화날 것 같아서요,,,

  • 6. 젊은야당
    '19.6.17 8:27 PM (114.111.xxx.155)

    정치인은 이준석을 말하는 거네요.
    어린 넘이 어찌 그리 징하게 구는지.....

  • 7. 223.38
    '19.6.17 9:13 PM (183.101.xxx.159) - 삭제된댓글

    저녁은 처묵했다니?

  • 8. 아~~
    '19.6.17 9:29 PM (223.62.xxx.90) - 삭제된댓글

    183.101 찟지지자였구나 ㅎ

  • 9. ...
    '19.6.17 9:41 PM (1.245.xxx.199)

    전우용님 역시 사이다입니다~~

  • 10. 118.44님
    '19.6.17 10:22 PM (110.70.xxx.247)

    동의합니다~~

  • 11. 전우용님
    '19.6.18 1:25 AM (211.108.xxx.228)

    역사적 식견이있으니 글을 맘에 와닫게 쓰시네요.
    새야 새야 기억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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