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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식 양옥집?의 삶이 몽글몽글 그리워요.

폴라포 조회수 : 3,492
작성일 : 2019-06-14 20:03:04
전 70년대 중반 태생이고 
옛날 할머니댁에 자주 놀러 갔었어요.

할머니댁은 양옥집이었는데, 집의 대문으로 들어서면 가운데에 마당이 있었고
크지도 않은 (지금 생각하니 10평 정도였던듯) 마당 한가운데는 화단이 있었고
마당 구석에는 대추나무가 심어져 있어서 매년 대추를 간식으로 따먹었어요.
별로 달지도 맛있지도 않은 생 대추를 엄청 많이 먹었었네요. 전 익어서 쭈글거리기 전
초록색 대추가 더 좋았어요.

지금식으로는 거실격인 마루가 방 여러개를 이어주고 있었지만
마루에는 난방이 전혀 안 되어 있어서 
겨울에 미닫이 문으로 바깥과 분리되어 있었지만 그냥 바깥이랑 다름 없는 추운 곳이라
봄 여름 가을에만 이용할 수 있는 곳이었어요.
그러나 이용 가능한 시기에는 이곳에 앉아서 바깥 화단을 보거나 좁은 하늘을 구경하기 좋은 곳이었고
여기 누워서 빈둥거리고 있으면 할아버지가 풍선을 하나둘씩 꺼내서 불고 놀으라고 주셨고
옥수수를 먹거나 사탕을 먹는 호사도 누렸고
스케치북에 그림도 그렸어요.
할머니댁 동네는 서민 동네였는데도 그 와중에 그 집에 방 하나 세들어 사는 언니도 있었어요.
언니가 슥 지나가면 한눈 판 사이에 제 스케치 북에는 멋진 해바라기가 그려져 있었어요.
어린 제 눈에는 꿈도 꿀수 없는 실력이었어요.

대문 바로 옆에는 옥상아닌 옥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시멘트로 대충 만든 계단이 있었고
올라가면 있는 공간에는 재미없는 항아리만 가득했지만 그런 공간이 있다는 것 자체가
어린 제 마음에는 너무 기쁘고 즐거웠어요. 
아래서는 볼 수 없는 다른집들의 지붕들이며 옆집 마당들이 보였으니까요.

마당 가운데 또 펌프질 해서 물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구가 있었어요. 명칭은 기억이 안나네요.
여기서 물을 찌걱찌걱 꿀렁꿀렁 퍼올려서 등목도 하고 세수도 하고 발도 닦았어요.
막내 삼촌이 결혼해서 작은엄마와 할머니가 쓰시는 안방 바로 옆 작은 방에서 신접살림을 차렸는데
할머니와 마찰이 잦았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작은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해가 가요.
한번은 작은 엄마가 짐을 싸서 울면서 집을 나가셨는데 집에 저 혼자 있었던 때라
울며 불며 다시는 작은엄마 못 볼 것 같아서 잡았지만 뿌리침 당하고 말았던 슬픈 기억 있어요.

그랬던 구조의 집에는 아주 많은 추억이 있어요. 아파트에서 살았으면 못 느껴봤을 것 같은 소중한 추억이 있어요.
요즘 '초면에 사랑합니다' 보다 보니 주인공 진기주가 사는 집이랑 비슷한 사이즈였던 것 같아요.
그집에 돌아가고픈 추억 뿐이지만 돌이켜 떠올려보니
추억은 책임감이 필요 없는 유년 시절에 좋은 일들이었네요.
지금은 헐려버린 그 오래된 집이 지금까지 남아 있었더라도
개미가 드글거리던 마당 생각해 보면 아마 기둥이랑 서까래도 나무였으니 속을 파먹어 구조가 약해 졌을 수도 있을거고
옛날엔 없던 미세먼지 영향으로 마당으로 향하는 미닫이 문도 잘 안 열어 둘것 같아요. 

그래도 마당이 있는 집에서의 유년시절은, 아무리 작은 마당일 지라도, 천금을 주어도 살 수 없는 아련함이 있어요.


IP : 94.254.xxx.145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원글
    '19.6.14 8:03 PM (94.254.xxx.145)

    앗 올리고 나서 생각해 보니 저런 집은 양옥집이 아니라 한옥이라고 해야하나요? 그러나 기와가 얹어져 있을 뿐 한옥은 아니었는데...

  • 2. 아참
    '19.6.14 8:07 PM (94.254.xxx.145)

    그리고 처마 밑에는 제비가 해마다 둥지도 틀었어요. 바쁘게 오가며 벌레를 잡아 새끼를 먹이는걸 신기하게 구경하곤 했어요.

  • 3. ㅌㅌ
    '19.6.14 8:19 PM (42.82.xxx.142)

    좋은 어린시절을 보내셔서 부럽네요
    전 시장통에 살아서 그런 기억이 없어요
    추억거리가 있는게 얼마나 행복한 인생인지..

  • 4. 제가
    '19.6.14 8:39 PM (180.68.xxx.100)

    그런 단독 주택에 세를 살고 있습니다.^^
    새로 지은 빌라를 보러 다니다가
    부동산에서 권해서 한 번 봤는데 한 눈에 반해서
    당장 계약 하자고.
    마당이 있고 크지 않은 화단에는 살구 나무와 명자 나무가 있고
    해가 아주 잘 드는 남향집인데다가 옆집 지붕만 보이고
    아무것도 가린 것이 없어요.
    서울 한 복판인데 말이죠.
    집에서 100미터 거리에는 산이 있고.

    그런데 다 좋은 것만은 아닌것이
    외부에서 들어 오는 커다란 바퀴벌레에 혼비백산 한 적이 여러번.
    한 술 더 떠서 무지막지한 지네도 마당에서 으악~~

    우여곡절 끝에 주인댁에서 화단을 없앴어요.
    그래서인지 그 후는 거의 집 안으로는 바퀴가 들어 오지는 않는데
    거실 큰 유리창 밖에는 제가 화분으로 꾸민 화단이 있답니다.
    ㅈ[리늄, 라벤더, 산딸기, 다육이들, 국화, 장미, 그리고 고추와 토란...

    고민이예요.
    만기가 되면 다시 더 살아야 할지
    우리 아이 말로 바선생 때문에...
    그동안 이십년 넘게 아파트에서만 살다가 조용한 단독 주택 골목으로
    이사 와서 행복 했었는데 이 골목도 이제 오래 된 주택을 허물고
    원룸 건물로 하나 둘씩 채워 지고 있답니다.

  • 5. 내가
    '19.6.14 8:56 PM (121.162.xxx.38)

    저도 그런 단독 주택에 세를 살고 있습니다.^^
    청와대 뒷 편 동네입니다

    원래 살던 집에서 도보로 1분 거리의 집이고 저녁에 산책 다니면서 그 집 앞을 지날 때면
    아... 이 집에는 누가 살까? 궁금하고 부럽기도 했는데 운 좋게도 그런 집에 한달 전에 들어왔습니다

    네... 작은 마당도 있고 옥상에 올라가면 서울 시내가 정말 쫙 펼쳐집니다
    전 세입자 말로는 지금 전세계에서 공연하는 모 아이돌 그룹이 와서 뮤직 비디오 찍고 싶다고 했다는데

    좋습니다

    그런데 윗 님이 언급하신 것 처럼....
    바르다 김선생이 아니라 바 선생과 돈벌레.... 그리고 오래된 집이라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이런 저런
    하자 문제 등등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동네가 곧 재개발 될 예정이라 마음이 좀 복잡합니다

  • 6. 윗님
    '19.6.14 9:07 PM (90.193.xxx.204)

    세 얼마나 주신건가요

  • 7. 어리둥절
    '19.6.14 11:23 PM (58.140.xxx.143)

    바 선생이 뭔가요?나만 모르는가봉가

  • 8. 바선생
    '19.6.14 11:42 PM (39.112.xxx.199)

    바퀴벌레.....

  • 9. 어리둥절
    '19.6.14 11:45 PM (58.140.xxx.143)

    아 그 분?

  • 10. 세헤레자데
    '19.6.15 4:44 AM (80.222.xxx.155)

    우리집은 아니지만 가까운 친척이 이층 양옥집에 살았어요. 마당에 키우던 개며 다락방 쓰던 친척자녀들 생각이 나요. 나중에 친척분 아이들이 다 크자 그 집을 헐고 아무 특징 없는 시멘트 주상복합을 지었는데 친척 분은 세 받을 수 있다고 좋아하셨지만 어린 마음에도 옛날 집이 더 좋았는데 싶어 아쉽더군요.

  • 11. ..
    '19.6.15 10:12 AM (114.124.xxx.137)

    저도 그리워요.

    저희집은 아버지는 어릴 때 요양중이라 어려웠거든요. 주인집 뜰 밖에 지은 바깥채(?) 같은 단칸방에서 네식구 살았는데요.

    멀지않은 곳에 이모가 그런 집에서 사셨어요.
    놀러가면 무서운 사돈 어른이 계시긴 했지만
    마당에 흔들그네도 있고 거기에 포도나무가 있어서 포도도 먹고 했네요. 마당에서 사촌이랑 놀다 집에 돌아오는게 다였는데도 늘 좋았어요.

    가끔 이모와 사돈어른이 하시건 부업을 도우러 마당에서 마루로 들어가면 차가운 마룻바닥이 참 좋았던 기억이 나네요.
    한편에는 스팀 난방기가 있었던걸 보면 이모부 사업이 잘 되던 시절 같아요.

    무서웠던 사돈 어르신도 지금 생각하니 어려운 사돈 손주까지 가끔 놀러오는거 뭐라 안하시고 간식 주시고 하셨던거 보면 따뜻하셨던 것 같아요.

    사촌들 롤러장 놀라 갈 때마다 저는 늘 집으로 다시 오곤 했는데 한번은 데리고 가주셔서 따라갔던 기억도 나요.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어요. 엄마한테 따라갔다고 크게 혼나서 그 뒤로는 따라갈 수 없었거든요.

    저희.집도 아닌데 구옥만 보면 저도 추억에 잠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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