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가족은 부모님과 1남 3녀입니다. 1남이라고 하면 대부분 막내가 아들이라고 생각하시는데, 저희는 둘째가 아들입니다.
1972년생인 제가 맏이고, 남동생, 여동생 둘입니다.
어릴 적 경제적으로 많이 어려웠어요. 경기도 수원에 살았는데, 저희는 시골보다 못한 환경이었어요. 가난한 집이었죠. 단칸방에 여섯 식구가 살았어요. .
한 쪽으로 머리 여섯을 두고 잘 수 없을 정도로 작은-집이 아닌 -방에.
부엌은 있었는데, 거의 오픈 된 곳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비닐로 둘려쳤을 뿐 비닐 앞으로는 사람들이 다니고. 그나마 연중 행사로 목욕을 할 수 있도록 목욕 통을 놓을 만한 공간은 벽돌로 쌓아줘서, 밖을 살피면서 목욕을 했어요.
저희 집이 큰 집이었는데 조부모님 제사 때는 고모님 댁, 작은 아버님이 두 분 계신데, 우리 집으로 제사를 지내러 왔어요.
명절 때는 작은 아버지들 가족이 왔지요. 더럽고 오기 싫은 형님 집이지만, 작은 아버지들도, 작은 어머니들고 의무라고 생각하고 오셨겠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굳이 왜 오셨을까 싶어요?
작은 아버지 가족들과 모이면 저와 저의 동생들은 그냥 좋았어요. 서울에서 사는 친척들이 있다는 것만으로 좋았거든요. 은근히 무시하는 작은엄마의 말투와 눈빛도 모르고요.
어렸지만,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는 것들이 있어요. 작은 어머니는 며느리라 어쩔 수 없이 오셔서, 저희 집에서 아무것도 드시지 않고, 저희 엄마를 경멸하는 눈초리로 있으셨구요. 더럽다고 안 드셨던 것 같아요.
고모는 와서 엄마한테 삿대질을 하시면서 음식 타박을 하시고, 고모부는 서울에 사는 작은 아버지의 아들들에게 '판사님'이라고 불러주시는데, 동갑인 제 남동생에게는 눈길 한번 주시지 않으셨어요.
지금 현재........
저희 집은, 맏딸인 저는 인품 좋은 남편을 만나서 결혼 후 공부하여 전문직으로 살고 있고, 눈길도 못 받던 남동생은 대한민국 최고의 학교에서 박사 받고 교육계에 있어요. 여동생들 두명도 스스로 대학 졸업하고 백화점에 매장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부모님들도 늦 복이 있으신지, 지금 노후 대책 다 되어 있고 자식들한테 소소한 걱정 안 주시면서 지내고 계십니다.
저희 집을 무시하던, 고모와 고모부는 자식들이 나몰라라 하는 상황이고(고모가 며느리들 엄청 잡았다고 하심), 저희 집과 엄마를 경멸하던 큰 작은 아버지는 사업 망하고 작은 어머니는 아직까지 잘난 척 하십니다. 고모부가 판사님이라고 불리던 작은 집 아들들은 40살이 넘었는데, 제 밥 벌이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몇년 전부터 엄마한테 전화를 합니다. 소소하게 몇 십만원에서 몇 백만원 빌려달라고요. 아빠는 절대로 주지 말라고 하시구요. 솔직한 인간의 마음으로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도와주고 싶지는 않아요.
어린 제가 느낀 무시감을 저희 부모님은 얼마나 크게 느끼고 상처가 됐을까요?
얼마 전에 아빠가 울면서 말씀하시더군요. 저희들한테 미안하다고, 작은 아버지한테 보증 서서 그런 상황이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고모부가 제 남동생한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이름 한번 불러주지 않는 것은 가슴에 맺혔다구요.
지금 돈 빌려달라고 얘기하는 것을 보면, 사람이 얼마나 뻔뻔한지 무섭습니다.
한가지 자신있게 드릴 말씀은, 저희 가족이 모두 잘 웃고 긍정적입니다.
두서없이 감정을 다스리면서 적었는데, 반감이 드는 분들도 계실거에요.
그냥 이런 가족도 있구나 하셨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