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개인적으로 범죄영화, 조폭영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평도 좋고 흥행도 잘된 영화라도 보고 나면 그 찜찜하고 개운치 않은 기분이 싫어서요
어느 순간 내가 그 장르를 싫어하는구나 싶어서 요즘은 거의 안 보는 편이예요
'부산행'에서처럼 가끔 이미지와 사뭇 다르게 나와서 의외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그의 이미지에서 떠올리는 것에서 별반 벗어나지 않는 연기의 반복인 듯 싶어서요
그런데 올해 칸 영화제에 많은 우리나라 작품이 문을 두드렸으나,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악인전' 두편만 초청받았다는 뉴스를 보고 나서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워낙 봉 감독 작품이야 세계 영화제가 사랑하는 작품이지만, 이런 조폭과 썩은(? 죄송합니다) 경찰의 식상한 조합의 영화를 칸에서 불러들인 이유가 뭘까 싶었던 거죠.
물론, 칸이 선택한 영화라고 해서 작품성이 뛰어나다거나 훌륭한 영화라거나 재미있는 영화라는 인정이라거나, 절대 그런 의미는 아니지만, 그래도 영화라면 많이 보기도 하고, 만들기도 했던 심사위원들이 이거 남들 보여주고 싶다고 골랐을 때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이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범죄, 조폭, 마동석, 제가 좋아하지 않는 세가지가 조합된, 평상시라면 절대 보지 않았을 '악인전'을 이 단 하나의 호기심으로 개봉하는 날 바로 봤습니다.
아쉬운 점도 상당히 많았지만, 예상외로 꽤나 만족스러운 영화였습니다.
일단, 스토리의 뻐대를 이루는 사건의 조합이 매우 재미있습니다.
이 영화의 얼개를 이루는 주인공 3명의 축이 얽히는 대목이 나름대로 신선하면서도 설득력있습니다.
나름 스피디하게 진행되고 지루하지 않을만큼 새끈한 액션도 중간중간 들어갑니다. 마동석 형님 영화니까요. ㅎㅎㅎ
전 액션 영화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싫은 것도 참 많은 타입입니다 ㅠㅠ), 과한 액션도 좋아하지 않는데, 이정도 액션이면 제 수준에도 봐줄만 하다 싶습니다.
그리고 액션의 현장이 매우 한국스러운? 서울스러운? 장면들이어서 좋았습니다
결말도 나쁘지 않았구요.
그렇지만 이 영화에서 아쉽고 부족한 부분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우선, 대사 말빨이 너무 아쉽습니다.
일개 관객인 제가 보기에도 저 대목에서 저렇게밖에 대사가 안되나 싶은 대목이 상당히 많았거든요.
감독이 각본을 혼자 쓴 모양인데, 유능한 각본가가 붙어서 공동작업했었다면 훨씬 좋은 작품이 됐을텐데하는 아쉬움이 여러군데서 보입니다.
또하나 연출의 미흡함이라고 해야하나? 거슬릴만큼은 아니지만 군더더기들이 꽤나 많았습니다.
아예 편집으로 잘라내거나 아니면 약간의 다른 장치를 썼다면 훌륭하게 엮어 붙였을 법한 장면이나 인물들이 애매모호하게 달려있는 느낌을 줍니다.
그리고 미술쪽도 상당히 욕심 부린 흔적이 보이기는 하지만, 제대로 효과를 거두었다고 보기 힘들었습니다.
일부의 장면에서 박찬욱 감독의 미술을 흉내내고 싶은 분위기를 느꼈지만, 전체적인 톤이 일관되지 않아서 몇몇 장면은 생뚱맞게 보이기도 하고 감독의 의도조차 파묻히는 안타까운 장면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동석 형님.
이 영화 자체의 역할은 아주 잘 연기하셨지만, 그간의 선입견 때문에 제 집중력이 자꾸 영화에서 이탈하게 되더라구요.
이게 마동석 형님의 잘못인지 제 잘못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가장 아쉬운 건, 김무열 배우의 연기였습니다.
힘이 잔뜩 들어가 겉도는 연기가 상당히 거슬렸습니다. 중반이후에는 그나마 안정되어서 괜찮아졌지만, 저에게 이 영화 전체에서 가장 큰 옥의 티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난 느낌을 집 짓는 것에 비교하자면, 기본 설계와 핵심 골조 공사를 잘 해서 잘 지은 집에 인테리어와 마감을 엉성하게 해서 아쉬운 집 같았다고 해야할까요?
그래서 리메이크를 하면 훨씬 더 낫게 뽑아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악인전'이라는 제목이 어울리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이 영화는 한국사람보다 외국인들에게 훨씬 재미를 줄 수 있었겠다 싶었습니다.
자막 번역을 아주 잘 해서 아쉬운 대사의 말빨 부족을 감추고 마동석 배우에 대한 선입견이 없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한국사람인 저보다 훨씬 점수를 잘 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가 국내 개봉하기 전에 벌써 헐리웃 리메이크 말이 나오는가 싶기도 합니다.
리메이크에도 마 형님이 출연하기로 했다는데, 저같으면 아예 버터 냄새 나는 배우들로만 쫙 뽑는 것도 나쁘지 않아보이는데 좀 아쉽습니다. 마 형님 역할은 오히려 라틴계 선 굵은 배우나 아님 반전적으로 체구 작지만 탄탄한 백인 배우도 나쁘지 않을텐데, 헐리웃에서조차 본인이 하고픈 마 형님 욕심이면 저는 좀 아깝습니다.
가망없는 복수자들이 극장가에서 슬슬 물러나는 시점에 만원 정도 투자해서 충분히 볼만한 우리 영화가 나와주어서 좋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