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식 가르치는 거..그 힘든 걸 하는 엄마입니다. 4학년부터 본격적으로 엄마표로 가르쳐 지금 만 2년 가르쳤고 이제 6학년 올라갑니다. 행복하고 건강하게 키우면서도 공부에 찌들리게 하고 싶지는 않고 그렇지만 공부는 잘했으면 하는 모순적인 엄마의 욕심들이 합쳐 엄마표를 하게 되었습니다.
강남 한복판 이 동네에서 구구단을 2학년에, A,B,C는 3학년에 시작했고, 그 흔한 학습지도 한번 해 본적이 없어요. 그 모든 시간을 놀이터에서 놀았어요.
4학년이 되어 여태 원없이 놀았으니 우리도 이제 공부란 걸 해보자고 이야기하고, 어차피 학원에 맞는 레벨도 없고 너를 제일 잘 알고 열심히 가르칠 사람도 엄마밖에 없으니 엄마가 가르친다 했어요. 그 대신 엄마랑 공부하는 시간 외에는 너는 자유다 라고 했어요. 여전히 학원도 다니지 않고, 숙제도 자습도 없어요. (영어 발음은 지방출신의 40대 후반의 엄마가 해서는 안 될 것 같아 회화개인과외는 최근에 추가 했어요) 2년간 꾸준히 한 결과, 수학은 지금 중학 2-2학기 하고 있고, 영어는 브릭스 300정도 원활하게 하니 엄마표로는 나름 성공적이었다 자부하고 있어요.
엄마표를 하면서 저의 다짐은 꾸준히 하자였어요. 저 어릴 때 아버지가 신문에 나와 있는 오늘의 한자 가르쳐 주면서 하루에 한개씩 외워도 1년이면 365개 외울수 있다는 그런 고루한 이야기 하셨는데 딱 그 느낌으로 했어요. 엄마의 컨디션, 아이의 컨디션, 이런저런 집안사정, 엄마의 야근 등과 상관없이 무조건 정한 시간 (학년, 방학, 주말, 평일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영어1시간, 수학 1시간 내외)은 하기, 아이와 같이 집중해서 문제 푸는 거 지켜보면서 취약점 찾고 보충해주기 가 핵심이에요. 열이 40도가 되어도 하고, 야근하고 오느라 밥 먹을 시간 없으면 에너지바 먹으면서 가르치고, 저녁약속 한번 안잡고 가르쳤어요. 아이에게 공부는 꾸준히 하는 것이고, 꾸준히 하는 게 모이고 모여 얼마나 큰 성과가 될 수 있는지 경험을 시켜주고 싶었거든요.
엄마들 모임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으면 한없이 흔들리고, 중학 수학은 이제 몰라서도 가르치기 힘든 때가 왔지만, 나도 의지가 없어 못하는 걸 저 어린것에게 어떻게 하라고 시키나 싶어 EBS 인강보고 공부해서 가르쳤어요. 직장 다니고, 살림살고, 40대 후반이 되다 보니 노안도 오고 머리도 잘 안돌아가고, 껌딱지 같은 늦둥이도 매달려 있어 죽을 것 같이 힘들때도 있는데...
세상에서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라는 재수없는 말처럼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직장생활, 시집관계 등등과는 달리 나혼자 하는 공부는 할만하더라구요. 드라마 끊고 인강보고, 지하철에서 쓸모없는 뉴스 검색하는 대신 인강보고, 아이들 모두 재우고 조용한 밤, 식탁에 앉아 수학을 풀때면 다시 머리를 쓸 수 있어 행복감을 느끼기도 해요. 왠지 변태같네요.
아이가 사춘기가 오는 것 같아서 엄마표를 얼마나 더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이와 상관없이 저는 고등수학까지 해볼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