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 첫날 중학생 아이와 보러갔습니다.
영화평은 좋았지만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만큼 드라마틱한 요소도 없고
소문도 떠들썩 하지 않아서
주로 엄마들이 자녀와 손잡고 올 줄 알았어요.
방학이니까 낮시간을 이용해서 엄마 자녀들이 올 줄 알았는데...
그날 제 자리 주변의 관람객 층은 의외였습니다.
팝콘사느라 상영시각 5분이 지난뒤 들어가 주변을 잘 살펴 보지 못한 상태에서
자리에 앉았습니다.
제 옆자리에는 암환자이신 듯한 분이 민머리에 모자를 쓰고 핼쓱한 표정으로
앉아계신 것을 영화 불빛으로 얼핏 보았는데 한 60대 전후이신 듯했어요.
영화 중간에 제 뒷줄에서 일본말을 드라마 대사 따라하듯 그대로 따라하는 분이 있어서
일본사람인가 생각도 했는데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기도 해서 헷갈렸네요.
영화 몰입 중간중간에 저도 약간씩 감정이 북받쳐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물도 그렁그렁하는데
앞줄 뒤줄 옆에서 흑흑 소리와 코를 훌쩍이듯 우는 소리가 났습니다
아주 요란하지는 않고 약간 억누르는 듯한..
영화가 끝난 후 실내에 불이 켜지고 일어나 나가려다 주변을 살펴보니
관객층이 모두 70대 전후의 나이든 분들이었어요.
단체로 관람오신 것같지는 않은데 모두 영화에 나오는 긴 코트를 단정히 입고
몇 분은 중절모를 쓴 모습이 마치 영화 밀정 한 가운데 제가 있는 듯 했어요.
어떤 분은 아주 좋았어 하고, 어떤 사람은 괜찮았지? 하고 슬쩍 묻는데..
순간 이분들 숨은 독립운동가의 후손들 모임에서 아니면 조선어학회 회원들 모임에서
오셨나 싶었어요. 지금 한글어학회이겠지만요.
어쨌든 제 주변의 관람객들 모습 덕에 저는 영화에서 현실로 돌아오는데 한 10여분간
걸린 것 같습니다. 기분이 좀 묘했어요.
영화 자체로는 유해진이 열 일 했다 싶지만 다른 배우들도 괜찮았습니다.
유해진의 아들은 그러지 말지 할 정도로 겁먹은 아이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딸 순이는 정말 순이스러웠어요.
집에 와서 최초의 우리말 사전의 발간을 둘러싼 뒷얘기를 검색해보니
정말로 최초의 우리말 큰 사전의 원본이 서울역 운송부 창고에서 우연히 발견되었답니다.
정말 우리말모이를 누군가 목숨을 걸고 지켜낸 것이겠죠?
갑자기 한글창제를 둘러싼 세종대왕과 신하들간의 정치적 갈등을 다룬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가 다시 보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