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016년 8월 3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세우실 조회수 : 497
작성일 : 2016-08-03 07:39:37

_:*:_:*:_:*:_:*:_:*:_:*:_:*:_:*:_:*:_:*:_:*:_:*:_:*:_:*:_:*:_:*:_:*:_:*:_:*:_:*:_:*:_:*:_:*:_

소년도 소녀도 아니었던 그 해 여름
처음으로 커피라는 검은 물을 마시고
처음으로 나 자신에게 삐뚤빼뚤 엽서를 쓴다

누이가 셋이었지만 다정함을 배우지 못했네
언제나 늘 누이들의 아름다운 치마가 빨랫줄을 흔들던 시절

거울 속의 작은 발자국들을 따라 걷다보면
계절은 어느덧 가을이고 길을 잃지 않기 위해 놓아둔 흰 자루들
자루 속의 얼굴 없는 친구들은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고
스무 살의 나에게 손가락글씨를 쓴다
그러나 시간이 무엇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

새들은 무거운 음악을 만드느라 늙지도 못했네
언제나 늘 누이들의 젖은 치마가 빨랫줄을 늘어뜨리던 시절

쥐가 되지는 않았다 늘 그 모양이었을 뿐.
뒤뜰의 작은 창고에서 처음으로 코 밑의 솜털을 밀었고
처음으로 누이의 젖은 치마를 훔쳐 입었다, 생각해보면
차라리 쥐가 되고 싶었다
꼬리도 없이 늘 그 모양인 게 싫어

자루 속의 친구들을 속인 적도 상처를 준 적도 없지만
부끄럼 많은 얼굴의 아이는 거울 속에서 점점 뚱뚱해지고

작은 발자국들을 지나 어느새 거울의 뒤쪽을 향해 걷다 보면
계절은 겨울이고,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시간
나아갈 수도 돌아갈 수도 없는 어둠 속에서
조금 울었고 손을 씻었다


                 - 황병승, ≪너무 작은 처녀들≫ -

_:*:_:*:_:*:_:*:_:*:_:*:_:*:_:*:_:*:_:*:_:*:_:*:_:*:_:*:_:*:_:*:_:*:_:*:_:*:_:*:_:*:_:*:_:*:_





 

2016년 8월 3일 경향그림마당
http://img.khan.co.kr/news/2016/08/02/201608039292.jpg

2016년 8월 3일 경향장도리
http://img.khan.co.kr/news/2016/08/02/201608035252.jpg

2016년 8월 3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754888.html

2016년 8월 3일 한국일보
http://www.hankookilbo.com/v/56cad40fee0141ccb3dfeb5bfa1aa434




덥다... 춘하추동 상관없이 이 나라는 참 덥고 습하다...





―――――――――――――――――――――――――――――――――――――――――――――――――――――――――――――――――――――――――――――――――――――

그립다는 것은 지금은 너를 볼 수 없다는 뜻이다.
그립다는 것은 그래서 가슴을 후벼파는 일이다.
가슴을 도려내는 일이다.

              - 이정하, ˝그립다는 것은˝ 中 - (from. 페이스북 ˝하루에 한줄˝)

―――――――――――――――――――――――――――――――――――――――――――――――――――――――――――――――――――――――――――――――――――――

IP : 202.76.xxx.5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개돼지도 알고살자
    '16.8.3 8:03 AM (14.42.xxx.85)

    감사히 잘 보겠습니다

  • 2. ...
    '16.8.3 8:23 AM (1.241.xxx.187)

    항상 고맙습니다.

    그러나저러나 ㄹㅎ 눈에서 레이져가 나오네욪

  • 3. ...
    '16.8.3 10:29 AM (218.236.xxx.162)

    잘 봤어요 고맙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85270 여성의 커리어를 생계형으로 규정지으십니까 23 커리어 2016/08/10 2,312
585269 하림버팔로윙 후기 2 맛나 2016/08/10 1,595
585268 성주 상황을 잘 모르지만 다음 새누리에서 반기문 나오면찍겠지요... 1 dkldd 2016/08/10 467
585267 대구 하지정맥류 잘보는 병원 추천해주세요 2 딸기야 놀자.. 2016/08/10 4,111
585266 관광지에 차 몰고 와서 술마시는 사람들..음주운전하는거죠...?.. 3 궁금 2016/08/10 725
585265 자신을 바꾸게된 계기가 된 책이 있을까요? 12 2016/08/10 2,557
585264 폐경증상에 관해 궁금이 2016/08/10 1,019
585263 다음 연예 카테고리에 툭하면 등장하는 야노시호 주영훈 가족 2 .... 2016/08/10 1,414
585262 중1 아들의 건강검진 1 아들 맘 2016/08/10 1,143
585261 요근래 이*트몰 수박 어떤가요? 6 폭염 2016/08/10 1,038
585260 애들 장난감 버릴려고하는데요 종량제쓰레기봉투에 11 버리기 2016/08/10 5,230
585259 자기 실수로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져 본 분 계신가요? 6 묵묵 2016/08/10 2,250
585258 영드 셜록이요.. 시즌당 편수가 너무 적어요 4 호롤롤로 2016/08/10 1,364
585257 녹슨 동전은 어떻게 해아하나요? 3 ... 2016/08/10 972
585256 김정문큐어크림 2 2016/08/10 2,013
585255 남편에게 아무 감정도 안느꼈으면 좋겠어요.. 6 외롭다.. 2016/08/10 2,504
585254 근데 지코는 어디서 떴나요? 7 지코 2016/08/10 3,764
585253 아주 쬐그만 크로스백 쓰기 괜찮을까요? 1 가방 2016/08/10 903
585252 해외주식거래는 어디가 수수료가 싸나요? 덥다 2016/08/10 387
585251 양쪽 문열어놓고 있으니 맞바람쳐서 시원해요 14 남서향집 2016/08/10 2,255
585250 부산 요양원이나 재활원 3 oo 2016/08/10 1,026
585249 '낀세대' 베이비붐 세대 노후파산 맞나? 3 남의 일 아.. 2016/08/10 1,825
585248 금메달 펜싱 다시보기 유리병 2016/08/10 557
585247 남자계영 800미터 4 와우 2016/08/10 1,299
585246 펠프스 사람인가요... 일본선수가 은메달인데 그것도 대단해요 2 금메달20개.. 2016/08/10 1,9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