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박현숙, '알아주는 삼성, 돈 좀 벌자고 들어갔는데...'

반도체노동자 조회수 : 2,285
작성일 : 2014-06-21 18:34:08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37484


박현숙
(가명). 93년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 입사. 6년간 도금, 절단‧절곡, 마킹 업무. 재직 시 납중독, 악성빈혈 진단 받음. 퇴직 후 재생불량성 빈혈 진단.

93년 입사, 96년 납중독, 97년 악성빈혈

"저희 때는 삼성 1순위였고, 2순위는 백화점. 삼성하면 그때는 알아줬잖아요. 그래서 돈이나 벌어보자 들어갔는데…."

93년, 고3 겨울 현숙 씨는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 들어갔다. 당시 반도체 선두주자 삼성은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최고의 직장이라 여겨졌다. 갓 신설된 온양공장에 배정받은 그녀에게 주어진 업무는 반도체 칩에 납을 도금하는 일이었다.

"칩이 기계에 들어가서 납 도금이 돼서 나오는 거예요. 기계로 한다지만 냄새는 다 풍겨요. 칩이 들어가는 문이 있고 나가는 문이 있으니까요. 그게 문이 아니라 그냥 구멍이었어요. 세차장 가면 고무 같은 걸로 커튼처럼 치렁치렁 해놓잖아요. 구멍에 그게 달린 것도 있고 없던 것도 있고. 또 불량 보느라 수시로 기계 뚜껑을 열었으니까, 냄새야 늘 났죠. 저는 그게 몸이 해로울 거라는 생각은 전혀 못했어요. 일할 당시에는 언니들도 마스크도 안 쓰고 하니까, 해롭다는 생각을 전혀 안 했죠."

납은 발암물질이다. 그러나 현숙 씨가 해로움을 깨달은 것은 2년을 보낸 후였다. 그녀는 건강검진에서 납중독 진단을 받았다.

"건강검진이 있었어요. 기억하기에, 검진 결과에 납중독이라고 쓰여 있었어요. 그때는 납중독이 뭔지도 몰랐어요. 회사는 별 이상이 없데요. 그래도 중독이라 나오니까, 납이 몸에 안 좋구나…. 그래서 제가 조장님한테 공정을 바꿔 달라고 말을 해가지고, 트리폼 공정으로 옮겨갔죠."

현숙 씨는 바로 옆 공정으로 자리를 옮겼다. 납 도금 공정과 문 하나를 사이에 둔 곳이다. 여닫는 문을 통해 도금 약품 냄새가 옮겨왔다. 그래도 직접 일하며 맡는 것보다는 덜했다. 그녀는 트리폼 공정이라 불리는 곳에서 반도체 칩을 절단하는 일을 맡았다.

"어우, 힘들었죠. 트리폼 공정 같은 경우는 한 사람 당 맡는 기계가 앞뒤로 4개였어요. 이거 하다가 저거 하다가. 제가 일복이 터졌어요. 그때는 사람도 많지 않아가지고 각자 맡는 기계가 많았어요.

게다가 도금 공정보다 냄새는 덜했는데, 에폭시 가루가 있잖아요. 반도체 칩을 절단하면 검은 가루가 나오는데, 그걸 에폭시 가루라 불러요. 그 검은 색 가루가 주변에 떠다녔어요. 그거 말고도 칩이 깨지거나 하면서 나오는 이물질 같은 게 엄청 많았어요. 칩마다 에어건을 쏘아서 이물질을 제거하는데, 그럼 이물질이 사방에 다 날리는 거예요. 마스크를 써야 하는데,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면 답답하잖아요. 그래서 다들 마스크를 안 썼어요."

검은 분진을 먹으며 트리폼 공정에서 일했다. 이번에는 악성빈혈 진단이 내려졌다. 그녀는 사내 의사에게 상담을 했고, 철분제와 레모나를 복용하라는 말을 들었다. 달리 취해진 조치는 없었다.
IP : 211.177.xxx.205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반도체 노동자
    '14.6.21 6:34 PM (211.177.xxx.205)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37484

  • 2. ...
    '14.6.21 6:55 PM (110.15.xxx.54)

    "또하나의 약속"인지 "탐욕의 제국"에서인지 노동자들 입사할 때 건강한 사람을 뽑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건강상태는 일반인들의 건강상태보다 더 좋았다고 재판정에서 이야기하던 것 생각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93275 내일 축구, 홍명보는 이기고 대한민국은 진다. 3 16강 2014/06/26 2,434
393274 해동을 해야하는 냉동식품과 하지않는것? ㅇㅇㅇ 2014/06/26 928
393273 4~5만원 영양크림 괜찮은 거 있을까요? 3 선물 2014/06/26 2,643
393272 순비누 8 .. 2014/06/26 2,474
393271 보온도시락 보온력 높히려면 뜨건물 부었다 담으라고 하는거요.. 8 보온도시락 2014/06/26 2,422
393270 스킨 롤러 효과가 어떤가요? 4 yj66 2014/06/26 2,589
393269 먼지봉투 교체 후 청소, 청소 후 먼지봉투 교체 2 오르가니스트.. 2014/06/26 1,445
393268 강아지 키우는 분들 계란 노른자 일주일에 몇 번이 적절할까요 25 , 2014/06/26 20,616
393267 일리 캡슐 새로나온거 드시고 계시는 분 계세요??? 2 ㄴㄴㄴ 2014/06/26 4,447
393266 잠 많이 자면 확실히 키가 클까요? 13 베이글 2014/06/26 6,054
393265 의사 부부는 어떤가요? 자식들도 다똑똑하고 남부러울거 없을거같아.. 6 2014/06/26 4,899
393264 딱 이정도 였음 좋겠어요 1 2014/06/26 1,205
393263 재직자근로개발 카드.. 발급 이후 재직형태가 바뀌면 어찌되는지... 3 음... 2014/06/26 1,419
393262 욕실에 매트까는거 괜찮나요? 위메프 딜 뜬건데 사보신분? 6 동서남북 2014/06/26 1,836
393261 요가강사 직업으로 어떤가요? 7 요가 2014/06/26 5,035
393260 초등학생이랑 여름 한라산 - 코스 추천해 주세요. 2 샤베 2014/06/26 1,416
393259 우체국 실비보험 항문 질환 급여 해당만 보장이 된다고 하는데요... 12 궁금 2014/06/26 6,932
393258 부모형제남편이 없으니 3 작은새 2014/06/26 2,370
393257 지금도 이 상황을 그리워하는 분들 아주 많겠죠?? 1 조선시대 2014/06/26 1,234
393256 변기에 물이 조금밖에 안받혀요 5 세입자 2014/06/26 4,698
393255 이번 임병장 총기난사 뒤에는 "잔인한 계급열외".. 6 호박덩쿨 2014/06/26 2,754
393254 체코 "프라하"를 "프라그".. 13 프라하 2014/06/26 5,322
393253 xo소스로 볶음밥 말고 또 할수 있는게 뭐가 있나요? 궁금 2014/06/26 1,215
393252 자라세일시작이라는데 살만한게 뭐 있을까요?? 2 .. 2014/06/26 2,149
393251 랑콤자외선차단제.. 3 해피 2014/06/26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