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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놈, 작은 놈, 두 마리의 당랑(螳螂)

이플 조회수 : 943
작성일 : 2013-09-03 12:23:12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천안함사건이 북괴의 소행이라고 굳게 믿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보기에 북한은, 중무장한 수십척의 한‧미 군함이 합동훈련하고 있는 서해바다 적진에 소리없이 침투해 들어와 단 한발 ‘1번어뢰’로 작전을 성공시킨 후 흔적없이 사라질 정도로 막강한 해군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들은 또,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휴전선에 밀집해 있는 장사정포를 쏘아 대 순식간에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고 남한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을 법 하다. 한걸음 더 나아가 북한은 걸핏하면 남한의 공기관 전산망을 마비시키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천하무적의 해커부대를 운용하고 있고, 최종적으로는 핵무기를 실은 대포동 미사일로 일본 내 미군기지는 물론 여차하면 미국 서부까지 한 방에 날려 버릴 수 있는 무서운 존재다.

또 한 번의 남침이 가능하다고 믿는 망상

북한군은 느닷없이 연평도 민간인 밀집지역을 포격할 만큼 예측불가능한 존재인 반면,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퍼 준 쌀을 빼돌려 지금도 배불리 먹는 덕분에 사기충천해 있다. 한반도에 전쟁이 터진다면 이렇게 강력하고 잔인무도하고 예측불가능한 북괴에 의해서이지 절대로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없다!

미안하지만 내가 보기에, 천문학적인 국방예산을 펑펑 쓰면서도 미국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놓지 않으려는 우리 군 수뇌부와, 이들의 엄살에 세뇌된 사람들 말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우리 사회에 그다지 많지 않다. 이른바 ‘종북혐의자’들의 생각은 정확히 그 반대에 있다. 그건 ‘종북’ 정도가 아니라 ‘주사파’로까지 몰려 있는 진보당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석기 의원과 진보당 핵심멤버들의 머릿속에 정확히 어떤 생각이 들어있는 지 모르지만, 그의 강의 녹취록을 읽고 또 고쳐 읽어 봐도, “진보당 놈들, 북괴가 쳐들어 오면 지들도 내부에서 소동을 일으켜 호응하려고 음모를 꾸몄다지?”라는 일반의 인식에 걸맞은 내용은 찾아 볼 수 없다. “오는 전쟁 맞받아치자” “시작된 전쟁은 끝장을 내자”는 발언은 말 그대로 전쟁의 ‘주어’가 없고, 그 전쟁마저도 (북한의 핵 보유를 전제로) 정규전의 전면전이 아닌 비정규전, 그것도 심리전 사상전 선전전 등을 상정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이어진 권역별 토론에서는 “장난감 총을 개조해서 무장하자” “사제폭탄 만드는 건 어떤가” “통신 철도 가스 유류시설들을 어떻게 해 보자” 등등 엉뚱한 소리들이 튀어나온다. 강경하고 결의에 차 있는 듯 하지만, 기실 어둔 귀로 듣고 꼬인 혀에서 나오는 그런 발언들은 리더에 대한 아부, 나도 뭔가 하고 있다는 허풍과 과장에 다름 아니다. 생경한 단어들과 쇳소리가 묻어 나오는 어투에서, 이미 시대의 기차를 놓쳐 버린 자칭 혁명가들에 대한 페이소스를 느낄 수 있을지언정 혁명의 열기나 희생의 결단은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이걸 두고 내란음모라니!

자칭 혁명가들의 공허한 쇳소리로 엮은‘내란음모’

1백여명의 자칭 혁명가들이 모여 “분단의 체제 자체를 무너뜨려버려…자주된 사상, 통일된 사상, 미국놈을 몰아내고 새로운 단계의 자주적 사회, 착취와 허위없는 그야 말로 조선민족의 시대의 꿈을…통일혁명의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면서…선두에 서서 승리의 국면을 만들어 가면서 이에 대한 준비하는 것이 훨씬 지혜롭지 않겠는가.”고 다짐하고 결의하는 광경이 비장하기는 하되 그건 수레바퀴에 맞서는 한 마리 사마귀의 용맹에 불과하다.

1만명에 이르는 직원들을 거느리고 연 1조원이 넘는 예산을 쓰는 국정원이 간첩사건을 조작하고 댓글이나 다는 조직이 아니라는 걸 널리 알리기 위해 이런 찌질한 상대를 엮어 무시무시한 ‘내란예비음모죄’를 덮어 씌우려는 것은 아닐 것이다. 권력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전쟁위기를 조성하거나 내부의 희생양을 만들어, 반대하는 소리를 이간하고 문제의 본질을 흩으리려는 시도는 동서고금을 막론한 수구기득권세력의 상투수법이다.

우리의 경우 유신시대를 관통한 무수한 간첩조작사건들이 그 편린들이며 노태우정권 때의 ‘강기훈씨 유서대필사건’이 대표적이다. 많은 이들이, 그때 안기부(국정원의 전신) 등 권력기관들이 맛봤던 달콤한 기억이 이번 진보당의 ‘내란예비음모사건’을 만들어냈을 개연성이 크다고 보는 이유다. 심지어는 유용한 때 써먹기 위해 진보당을 3년 동안 수조 속 물고기처럼 키워 온 것인지도 모른다는 의혹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면 지금 상황에서 “진보당, 너희들 뭐 하자는 거냐, 너희들의 진짜 정체는 뭐냐”고 삿대질하면서, 진보당이 문제를 만들었다고 속을 썩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문제를 만든 것은 진보당이 아니라 국정원이기 때문이다. 한 번은 속을 수 있고 두 번도 속을 수 있지만 판판이 속는다면 그건 어리석음일 뿐이다. 핵심은 본질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본질은 ‘내란음모’가 아니라 ‘국기문란’ ‘선거부정’

지금 정국의 본질은 진보당의 ‘내란음모사건’이 아니라 국정원의 정치개입이란 ‘국기문란사건’이고 선거부정이다. 이것은 (현 단계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국정원 개혁, 혹은 폐쇄로만 해결될 수 있다. 국민은 민주주의의 회복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며 그것이 역사의 순리이고 정의에 부합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진보당을 끌어들여 역사의 수레바퀴를 막을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것이야말로 또 하나의 당랑거철(螳螂拒轍)이다.

근 1백20년 전, 프랑스를 거의 내전상태로 몰아 넣었던 ‘드레퓌스사건’에서도 왕당파, 군부, 카톨릭 성직자, 주류언론, 대자본가 등 수구기득권  카르텔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종북놀음’과 똑같은 반유태주의로 똘똘 뭉쳐 조작과 날조, 협박을 일삼았다. 이들에 맞서 에밀 졸라 같은 지식인들, 피카르 중령 같은 양심적 군인, 클레망소 같은 통찰력있는 정치인들, 그리고 자유와 평등 박애를 사랑하는 프랑스 민중들이 힘을 다 해 싸운 것은 드레퓌스가 예뻐서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진실과 정의다.

아직 우리들 앞에는 에밀 졸라, 피카르, 클레망소 같은 이들이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대신 꿋꿋이 촛불을 든 시민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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