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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길냥이에 관한 기억

고양이 조회수 : 900
작성일 : 2013-06-27 02:26:29

어렸을 땐 고양이를 안좋아했어요. 무서워했죠. 고양이는 요물이야. 하는 어른들 말씀, 고양이에 대한 괴담들, 애드가 앨런 포우의 단편까지... 싫어했다기 보단 무서워했습니다.

 

주택에 살았던 어느 날, 쥐 쫓아낸다고 엄마가 노란 줄무늬 - 가필드 무늬 -의 아주 어린 고양이를 어디선가 빌려오셨어요. 쥐가 고양이 울음소리만 들어도 도망간다고 어린 고양이를 빈 방에 가두고 아무도 못 들어가게 했지요. 그 어린 냥이는 자기 임무를 알았는지 야옹야옹 한참을 울다가 갔는데 그때 그 새끼고양이가 너무 예쁘고 불쌍해서 그때쯤부터 고양이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던 것 같아요.

 

여기 들어오면서 고양이 특히 길냥이에 대한 관심이 아주 많아졌어요. 우리 동네 길냥이들도 눈여겨 보게 되었고 동네 동물 병원에서 길냥이들을 데려다가 키우면서 무료 분양 해주는데 지날 때마다 한참을  들여다보곤 해요.

 

몇 년 전에 스페인 여행을 하면서 네르하를 들리게 되었어요. 거기 지중해의 발코니인가 하는 유명한 관광지가 있잖아요?

아, 내가 드디더 지중해를 직접 보게 되는구나 하며 기대를 하고 갔는데 막상 대면한 지중해는 뭐 그냥 바.다.  그런데 그 발코니라고 하는 곳에 고양이가 아주 많더라구요. 관광객이 많을 성수기는 아니었지만 워낙 유명한 곳이라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고양이들이 자유롭고 여유있게 돌아다니거나 누워 있었어요. 처음엔 근처 가게에서 파는 고양이들일까 싶었는데 숫자도 꽤 많고 그냥 길냥이들 같았어요.

그중 한 마리한테 다가갔더니 얘가 정말 오래된 주인을 맞이하듯 저를 아무 스스럼없이 대해주더라구요. 그러다가 제가 쭈그리고 앉았더니 제 무릎과 다리에 몸을 비비고 발라당 눕기도 하고 저를 아주 좋아하더라구요. 저는 얘가 왜이럴까 날 아는 고양이일까? 이역만리 사람조차 아는 이 하나없는 이곳에서?하면서도 느낌이 좋아서 한참 그러고 있었습니다. 다른 고양이들도 제게 다가와 환대를 해주었어요. 다들 저의 쓰다듬을 받고자 했죠. 제가 마치 고양이 여왕이 된듯한 기분이었어요.

모두들 길냥이 같아보였는데 상태가 아주 좋았어요. 살집도 충분히 있고 털도 지저분하지 않았고 손과 발도 깔끔했습니다. 잘 케어를 받고 있는 듯해서 참 행복해 보이더라구요. 일년내내 따뜻한 지중해 기후에서사람에 대한 경계심 없이 자유롭게 늘어져있는 고양이들.스페인 사람들은 고양이를 좋아하는 걸까요? 저를 참 좋아해주던 스페인 고양이들, 길냥이, 우리나라의 불쌍한 길냥이들 볼 때마다 생각나요. 고양이에 대한 뿌리깊은 편견들, 빨리 없어졌으면 합니다.

IP : 58.228.xxx.206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네 저두요 원글님
    '13.6.27 3:12 AM (112.219.xxx.251)

    길냥이들이 사람을 보고 흠칫 놀라고 공포에 떨고 숨거나 도망가지않고, 사람을 적대하고 경계하지 않고
    사람을 믿고 순하디 순하게 길에 누워 순딩순딩 딩굴딩굴 하는 나라가 되면...
    같은 사람들에게도 서로가 좀 더 너그러워진 나라일 때겠죠?
    우리나라는 사람살기도 너무 각박하지만 길고양이들에게도 너무 잔인해요

    왜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요물일까요?
    가까운 일본에서는 행운을 불러온다는 속설도 있고 복고양이라고 하죠 마네키네코 그것도 있고......

    종로인가 어느구에서 민원때문에 길고양이 한번 일제히 잡아서 없애봤더니 쥐들이 엄청나게 공원에 득시글거려서 후회했다는 뉴스도 본것 같은데.....

  • 2. 에구.....
    '13.6.27 4:10 AM (211.234.xxx.199)

    빌려왔던 그 어린 것, 불쌍하네요.
    문 닫은 방에 두었으니 얼마나 무섭고 나가고 싶었을까요.
    안 그래도 고양이들은 닫힌 문만 있으면 열라고 난리 나는데...
    그렇게 운 건 무서워서였을 가능성이 99%예요.
    얼굴도 모르는 고양이지만 천수를 누렸기를 빕니다.......

    그리고 원글님, 저도 모든 동물들과 사람들이 서로를 미워하거나 경계하지 않는 세상을 꿈꿔 보곤 해요...^^
    돈 많이 벌어서 길동물들 급식소 차리고 싶습니다.
    누군가는 미관이 어쩌고 또 그러겠지요.....

  • 3. ㅇㅇ
    '13.6.27 6:21 AM (113.216.xxx.29)

    쓰신 글이 예쁘네요.

  • 4. 아...
    '13.6.27 9:10 AM (1.245.xxx.160)

    그림이 그려지네요......

  • 5. ...
    '13.6.27 3:15 PM (122.32.xxx.150)

    길냥이에 관한 기억...글이 아주 이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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