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독신주의자 글 썼던 원글인데요....

조회수 : 1,423
작성일 : 2013-01-28 15:06:57

하루 지나고 들어오니 정말 많은 분들이 글을 읽어주시고, 감사하게도 소중한 시간을 내어 마음으로부터 우러나는 위로와 격려, 조언들을 빼곡히 써주셨더라구요..
친부모에게도 받지 못한 애정어린 조언을 82에서 또 다시 받게 되어 가슴이 뭉클하게 아리고,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댓글들을 다시 찬찬히 읽다가.. 가슴에 와닿는 바가 있어서요.

저는 만 7세부터 22세까지 폭력을 당해와서 부모와 애착관계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했답니다. 그 결에 독신주의자가 된 것도.. 맞습니다. 부모님이 인간 대 인간으로 불쌍한(자식을 이렇게밖에 못 키워서 사랑과 존경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불쌍..) 마음은 아주 조금 있지만, 다시는 제 삶을 그들의 삶에 엮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저 또한 치유되지 못한 상처가 있기에...

제 나이쯤 되니 주변인들 부모님들께서 한두 분씩 돌아가시고, 친구들이 몇년에 걸쳐 괴로워하고 후회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곤 했었어요. 만일 내가 저 상황에 처한다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종종 했었고요.
눈물은 날 것 같아요. 슬픔도 기쁨도 그 무엇도 아닌 기묘한 감정에 빠져서, 드디어 가셨구나... 그들의 굴곡진 삶이 끝났구나. 다시는 저 사람을 보지 못하겠구나. 내가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가까이서 존재하고 있었던 사람들이 이제는 그 육체와 생명을 거두었다는 연한 상실감.... 이 정도의 감정이지만요.

아버지도 어머니도 전신마취하는 수술을 몇번씩 하셨었지만, 진정으로 걱정된 적은 없었어요. 그저 의례적으로 전화드려 수술 잘 하셨냐 담담히 묻고, 병원에 한번쯤 얼굴 비추고. 보통은 부모님이 큰 수술 하시면 같이 울고불고, 매일 병원에 붙어살고, 자나깨나 근심하지 않을까..... 생각은 했지만요. 제가 정말 아끼는 동생이나 친구들이 만약 큰 수술을 했다면 너무 무서워서 눈물부터 펑펑 났을 것 같아요. 글 쓰는 지금 상상만으로도 눈물이 울멍울멍 맺히거든요.
제가 미련없이 집을 나와 독립했을때, 제 나이 어린 친구들은 모두 부모님과 떨어져 사는건 상상만 해도 싫다며 고개를 내저었었죠. 시집 갈 때까지 캥거루처럼 붙어서 살 거라고.. 신혼집도 친정 가까이에 얻을 거라고..^^ 그런 친구들이 참 부러웠지만.. 제가 가질 수 없는 것이기에 담담히 넘겼어요.

상실감...... 그 사람이 한때 머물렀던 그 자리..
그 마음 속의 자리가 우리 부모님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자리로구나.
적어도 부모님 가신 후에 크디큰 상실감으로 몇 년을 허덕이지 않겠구나.
그것만이 유일한 위안입니다.
전 부모를 가졌으되 제대로 가지지 못했고, 사랑받기를 원했지만 구타만을 받았습니다.
다행인 것은 제가 감정적 기형아가 아니라서, 제 선 안에 들어온 몇몇의 소중한 친구들과는 가족같은 친밀감과 사랑을 나누고 살아요. 부모님에게 사랑받지 못했어도, 세상엔 사랑과 아낌, 애정이라는게 있다는걸 알려준 사람들이 정말 고마울 따름입니다.

많은 분들께서 좋은 조언들을 남겨주셔서 곰곰히 고민해봤는데, 만일 다시 한번 제 의사를 밝혀야만 한다면 구차한 변명 지어낼 것 없이 "싫다. 난 혼자 살 거다." 라고 웃음기 없이 진지하게 말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 저를 스트레스 해소용 샌드백으로 써왔던 부모님을 싫어하고(아마 말 못하는 짐승이라도 자기를 아무 이유 없이 패는 주인은 싫어할거예요), 그런 부모님과 내 푸르디 푸른 청춘을 내내 같이 사는 건 더더욱 싫고.... 제가 말하는 저 간결한 단어야말로 가장 깔끔할 것 같아요. 표면적으로는 분란도 없을테고, 부모님도 한번쯤 생각해보실 기회가 될 것 같아요. 왜 싫어할까, 하고. 제발 한번만 돌이켜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마음으로 소통해주신 82님들 덕택에 오늘도 어른으로 일어설 힘을 얻고 갑니다. 여기 이곳이 친혈육보다도 더 든든한 곳이네요, 제겐.....
항상 늘 고맙습니다.
날씨가 흐리지만 따뜻한 기운 감도는 오후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IP : 223.62.xxx.51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나님
    '13.1.28 3:25 PM (222.114.xxx.57)

    저도 별로 엄마한테.정이없어서
    돌아가셔도.그런가보다 할거같아요
    할머니 할아버지 모시고 사셨는데 전 할머니 할아버지 돌아가셨을때도 슬프지도 눈물나지도 않더군요. 그 두분 모신 스트레스를.엄마가 나한테 폭력으로 풀었거든요.
    두 조부모 돌아가셨을때도 10살. 20살때 눈물한방울 안났어요. 그애도 아기들.기르면서 매일 웃고 기분좋게살아요

  • 2. ...
    '13.1.28 3:38 PM (115.91.xxx.203)

    님 글 거의 다 보고 리플도 달았던 사람이에요..

    부디 스스로라도 상처치유하시고 행복한 인생이 되시길 빌어요.
    저역시 그런 상처로 문득문득 힘들 때,
    10년이 훨씬 더 지난 지금도 찬찬히 뒤돌아보면,
    정말 독립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자살하거나 미쳤거나 둘 중 하나였을것 같아요.
    그냥 묻어두거나 잊은척하거나 뭐든 상관없이
    좀 마음 편히 지내시면 마음의 평화가 오는 날이 분명 올거에요.
    힘내세요^^

  • 3. 아..
    '13.1.28 4:40 PM (175.199.xxx.6)

    맘아프다...

    그래도 원글님 너무 멋있게 성장해 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부모님 돌아가셔도 상실감 안느낄 수 있어 좋다는 거,
    저는 이해해요. 무슨 마음인지 아주 깊이 와닿아요.

    싫다, 혼자살거다, 하시면
    부모님이 왜 그럴까 생각해보긴 커녕 화내고 매도하실지도 몰라요.
    어떤 반응이 나올지 알 수 없어요.
    그래도 실망 마세요. 앞으로 어떤, 표면의 호의적 태도를 꺠는 상황이 닥치더라도
    담담하게 그러나 독하게 잘 이겨내세요.

    물론 그런 일 없이 표면적으로라도 조용한 관계가 유지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14193 자식키우는 부모맘... 다 같은건 아닌가봐요. 4 그리고그러나.. 2013/02/04 1,388
214192 눈 치우고 왔어요. 6 ㅎㅎ 2013/02/04 1,158
214191 오이랑 크래미?랑 초무침하는 레시피좀 알려주세요~ 13 ^^ 2013/02/04 1,720
214190 이 남자 사람 왜 이러는 걸까요. 5 키읔키읔 2013/02/04 1,469
214189 성격이 넘 다른 형님 동서지간 3 FF 2013/02/04 6,539
214188 법무법인과의 합의... 정말 어렵네요.. 7 슬픈서민 2013/02/04 1,714
214187 남편이랑 있는 자리에서 남편측 사람들한테 남편을 뭐라 지칭하나요.. 7 2013/02/04 1,987
214186 혈액암이나 백혈병, 혈소판 감소증에 대해 아시는 분 계신가요? 5 건강검진 2013/02/04 3,313
214185 조카의 교제를 말려야하는지... 39 ... 2013/02/04 9,678
214184 한가지 여쭤 볼려구요 2 4ever 2013/02/04 618
214183 초딩 남자아이용 애니 (벤10같은) 1 ㅁㄴㅁ 2013/02/04 705
214182 저건 남이다. 2 저건 남편이.. 2013/02/04 675
214181 과거의 트라우마를 없애는 법 6 ☆★☆★☆ 2013/02/04 2,626
214180 초등아이 폭설로 결석한다고 전화해도 될지... 8 ㅠㅠ 2013/02/04 2,524
214179 이 남자 소개시켜줘도 괜찮을까요 6 캔디나이디 2013/02/04 1,593
214178 시어머니 설 선물이요 현금?상품권?그냥 옷? 5 부탁 2013/02/04 907
214177 건성 비비크림 추천해주세요 2 에베레스트 2013/02/04 1,517
214176 7번방의 선물 보고왔는데.... 2 ㅎㅎ 2013/02/04 1,280
214175 밑에 접속 글 보고서 ........ 2013/02/04 558
214174 피카디리 앞 CCl 추억 ㅎㅎ 3 나우누리유저.. 2013/02/04 1,526
214173 시골미용실의 경쟁 2 /// 2013/02/04 1,862
214172 영화보고왔어요 민재양 2013/02/04 525
214171 친구에게 한우갈비세트 보냈어요~ 5 힘내~ 2013/02/04 1,825
214170 영화 접속 12 해피엔드 2013/02/04 2,211
214169 유태인 학살에 관한 술술 읽어지는 책이나 영화 좀 알려주세요 35 .. 2013/02/04 2,1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