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사랑 사랑 사랑'에 푹빠진 딸

강가딘 조회수 : 1,372
작성일 : 2012-04-06 15:47:56

제가 집에서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스 코리아"를 가끔 보는데요, 7회인가를 4살(39개월) 딸내미랑 같이 보게 됐습니다. 같이 봤다기 보다도, 제가 티비를 보고 있고 딸은 곁에서 왔다갔다 하면서 장난감 갖고 노는 시츄에이션이었지요.

가수 둘이 듀엣으로 노래하면서 경쟁하는 구도였는데, 한 팀이 김현식의 '사랑 사랑 사랑'을 부르더군요.
웬지 옛생각도 나고 해서 재밌게 보는데, 문득 보니, 옆에서 딸이 완전 필꽂혀서 넋놓고 티비를 보고 있더라고요.

노래 끝나고 나서 격하게 박수를 치는 딸내미 선수.
딸: "엄마 저거 무슨 노래야?"
나: "어, 엄마가 옛날에 좋아했던 가수가 부른 노랜디, 사랑 사랑 사랑이라는 노래야."
딸: "엄마, 저노래 디게 좋다. 너무 좋아."
나: "?&#$^"

지금까지 아이가 유행가를 듣고 딱히 어떤 반응을 보인적이 없었기 때문에 사뭇 의외였고 좀 신기하기도 했지요. 것두 무신 걸그룹 노래도 아닌 김현식의 노래에 저런 반응을 보이다니, 우리 딸내미는 사뭇 복고풍이구나 하면서요.


그날 이후 딸은 제가 퇴근만 하면 "엄마, 언니랑 오빠(남자 같이 생긴 여자 가수 지망생 신초이^^)가 부르는 그 노래, 사랑 노래 틀어줘" 하고 조르기 시작했고, 저는 울며 겨자먹기로 몇번이나 700원을 지불하고 VOD 재생을 해줬습니다.

그러다 급기야, 지난 주말에 나들이 갔다가 돌아오는 차안에서 딸내미 왈 "엄마, 그때 그 언니랑 오빠랑 부른 사랑 노래 불러줘."
운전하던 남편은 이게 무신 소린고 하는 표정이고, 저는 한참 웃다가 "알았어, 불러줄께" 하면서 김현식의 '사랑 사랑 사랑'을 불러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딸내미가 너무 여러번 들어서인지 가사를 다 외워 따라하는 것 아니겠어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딸이 노래를 부릅니다.

"누우구나 한번쯤은 따랑에 울고, 누우구나 한번쯤은 따랑에 웃고, 그것이 바로 따랑 따랑 따랑이야.
철부지 어렸을땐 따랑을 몰라, 세월이 흘러가면 따랑을 알지, 그것이 바로 따랑 띠랑 따랑이야.
그 흔한 따랑 한번 못해본 사람, 그 흔한 따랑 너무 많이 한 사람, 그것이 바로 따랑 따랑 따랑이야.
따랑에 마음아파 따랑에 울고, 따랑에 기분좋아 따랑에 웃고, 헤이~"

저랑 남편은 너무 웃기기도 하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딸의 열창이 끝나고 남편이 물었습니다.
"땡땡아, 땡땡이는 사랑이 뭔지 알아?"
딸이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어요.
"알지 그럼~!"
남편이 다시 물었습니다.
"사랑이 뭔데?"
딸이 잠시 뜸을 들이더니 대답했습니다.
"어...있다가 집에 가서 얘기해줄께."

저랑 남편은 낄낄대고 웃고, 딸은 대답해 놓고 멋적었는지 졸립다며 자겠다고 하더라고요.

아직 그이후 딸에게 사랑이 뭐냐고 다시 묻진 않았는데요. 
4살 딸내미가 '철부지때는 몰랐다'는 그 사랑, '세월이 흘러가며 알게 됐다'는 그 사랑은 어떤건지 무척 궁금합니다.

IP : 211.196.xxx.79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ㅎㅎ
    '12.4.6 4:11 PM (122.32.xxx.222)

    4살 우리딸(37개월)도 실컷 말해놓고 막상 뭐?그게 뭐야? 물으면 어~ 하면서 딴청 피우는데 그모습 생각나서 한참 웃었어요.
    따님의 '따랑'이 뭘지 저도 궁금하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05647 위장한 박원순 시장님 무슨일로? 시장에 갓을까요? 4 애국 2012/05/03 1,013
105646 조동이 드뎌 종편 관련 자금력 한계 드러내고 잇답니다. 추카 !.. 2 애국 2012/05/03 1,435
105645 생활비 받아야 할까요.. 말아야 할까요.. ㅠㅠ 162 도와주세요... 2012/05/03 16,592
105644 82에서 끊이지 않는 시부모 생신 얘기 하나 추가 6 차남댁 2012/05/03 2,897
105643 생협 우리밀라면 맛있나요? 4 ,,, 2012/05/03 1,255
105642 나이어린 엄마가 자기라는 호칭을 쓰는데요 17 ... 2012/05/03 4,169
105641 넓은집은 청소를 어떻게 하시나요? 4 .. 2012/05/03 3,220
105640 일본산 명태에서 방사능 검출...분유에서도 일부 검출(달걀도) 1 녹색 2012/05/03 1,825
105639 인사성 없는 사람 어떻게 생각하세요? 7 00 2012/05/03 4,405
105638 미드 그림형제 보시는분 계신가요? 7 ... 2012/05/03 2,376
105637 끝장토론 보는 중인데 목사는 왜 나왔는지.. 2012/05/03 996
105636 중학생 딸아이의 튼살 어떻게 할까요??? 6 ... 2012/05/03 4,416
105635 so what ?뒤에 생략된 문장은 뭘까요... 1 파란 2012/05/03 1,439
105634 그레이 아나토미에서 메러디스 그레이하고 크리스티나 양의 우정이 .. 3 우정 2012/05/03 3,087
105633 노트북추천좀해주세요 2 해라쥬 2012/05/03 1,298
105632 딸아이 10 중2중간고사.. 2012/05/03 1,765
105631 주위에 외과의 계신가요? 외과수술시 실에 대한 궁금증 3 궁금타 2012/05/03 2,402
105630 거니님이 국민께 조금 죄송하답니다 6 쬐금 2012/05/03 1,738
105629 상상했던 이미지의 사람을 만난적이 있나요? 3 brams 2012/05/03 1,580
105628 말린홍합으로 미역국 끓이는 방법 5 마리 2012/05/03 6,447
105627 스타벅스 0원이네요!! 공짜로 받으세요~ 홀릭 2012/05/03 1,770
105626 어버이날 꽃 배달 서비스 추천해주세요.. 조언 2012/05/03 1,424
105625 방배동 구름떡집 흑인자 인절미 5 무지개 2012/05/03 18,000
105624 냉면 육수 어디께 젤 괜찮나요? 1 앙이뽕 2012/05/03 1,585
105623 가방 세로로 긴거 , 가로로긴거 어떤게 더 날씬해보이나요? ㅡㅡㅡ 2012/05/03 8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