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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벤트 공지를 보고 그놈의 물욕때문에
찬장을 뒤져보면서 어떻게 감동을 유발하지
이 생각 저 생각 이 잔머리 저 잔머리 굴려보다가
그걸 떠나서 내 마음의 그릇을 소개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있는 그대로.
그리하여 이 그릇들에 담긴 요리 사진들을 몇년전 것 부터 열심히 찾았는데
몇개가 없어요.
편하게 시장갈 때 신는 뒤축이 낡은 편안한 신발처럼
구멍이 나서 비가 오면 발이 금새 젖을 것 같은 그런 신발인데
버리지 못하는 그런 심정으로 이가 군데 군데 나갔는데도
이렇게 제 손에, 눈에, 쓰임에 맞춤한 듯 딱 맞고 가볍고 편안한 이런 그릇은 다시는 없을 것 같아서요.
10년 전 쯤 어느 대학 앞에서 도예과 대학원생이 팔았던 하나 밖에 없는 그릇이었어요.
그래도 너무 낡아서 제가 자랑하듯 찍어두는 사진에는 늘 가려져 있었지요.
중국에서는 이 나간 그릇도 잘 쓴다라고 변명하면서 거의 매일 매일을 같이 한 그릇입니다.
그런데 참 뭐랄까요?
요리 사진 올리고 자랑하면서도 이 나간 그릇에 담는 센스를 들킬까봐
사진 찍을 땐 뒤에 빼놓거나 각도를 돌려놓거나 그랬지요.
출세한 남자가 마치 뒷바라지 하느라 꾸미지도 않고 낮이야 밤이야 고생하고 이제는 초라한 조강지처 대하듯
그리 숨겼네요.
매일 매일 방울 토마토도 담아놓고 각종 면요리, 고봉밥, 찌게, 불고기, 김치, 차 마실 때 퇴수기로 잘 사용하는
소중한 그릇입니다.
대청소 할 때마다 버려야지 했는데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부서져서 가루가 될 때까지 가지고 있겠다는 생각이 더 듭니다.
이 그릇이 쓰인 사진을 찾으면서 예전의 추억도 찾게 되고
덕분에 여러 생각에 잠기게 된 하루입니다.
저도 이 그릇처럼 이제는 세월과 함께 이가 나가고 늙어버렸네요.
이 그릇을 사고 요리를 했던 지난 10년의 모습들도 차차 잃어가고 있지요.
하지만 누군가에게 이 그릇처럼 이제는 익숙하고 정들고 내보기에는 부끄러울지언정
소중한 그런 존재가 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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