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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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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완벽한 오전을 보내는 방법

| 조회수 : 13,619 | 추천수 : 58
작성일 : 2008-09-18 17:54:17
1. 코스와 일정을 잡고 맥주를 준비한다.  

기억은 정확하지 않지만, 하루키는 길고 긴 마라톤 코스를 뛰면서 맥주 생각을 한다고 하더군요. 골인한 후에 마시는 맥주만큼 맛있는 것이 없다면서, 그 맛을 잊지 못해 마라톤을 뛴다고.
저야 도대체 산은 왜 올라가고 마라톤은 왜 뛰는지 영 이해가 안가는 사람이지만, 이런 건 조금 이해가 가네요.
다른 방법으로는 맛 볼 수 없는 기막힌 맥주를 위해서라면야.
제가 뛰는 마라톤은 주로 명절 및 시댁 행사. 김장이나 손님초대.
짧게는 1박2일, 길면 3박 4일의 풀코스입니다.
웬만하면 뛰기 전에 맥주도 미리미리 냉장고에.
이 경우에는 추리소설과 함께 즐기는 커피나 홍차, 케잌 한 조각.
이번 추석 전에도 소설 몇 권 주문해 받아놓고, 새 커피 사다놓고 부지런히 준비해 뒀습니다.

2. 열심히 뛴다.

남편 일 때문에 평소보다 늦게 출발하게 되었는지라, 추석 전날 오전에 갈비찜 열 근 재우는 틈틈이 골뱅이 양념장이랑 해물 샐러드 재료랑 드레싱 준비하는 김에 세탁기도 두 번 돌려놓고 출발.
일정대로 시댁과 친정을 오가며 좋은 기록으로 완주했습니다.

3. 맥주를 들이킨다.

2박 3일 막바지에 집에 돌아와 청소기 돌리고 싸온 빨래 부랴부랴 해놓고, 다음날 남편 내보내고 아이 유치원 버스 태워보내고 나니 희희낙락.
손 씻고 커피 내려서 추리소설 읽으면서 뒹굴뒹굴. 케잌도 한 조각, 아니면 구워 놨던 쿠키라도 집어먹고.
베란다 창문 활짝 활짝 열어젖혀 놓았더니 바람이 시원합니다.
정말 맥주나 와인이라도 홀짝대고 싶은데 얼굴 벌게서 유치원 버스 마중 나갈 수 없으니 참지요.
정확히 5시간 10분의 자유입니다.
운이 좋아 푹 빠질만한 책을 골라잡은 거면 한 권 다 읽어치우기에도 충분한 시간이고,
시간 쓰기 아깝다 싶은 책이면 얼른 다른 걸로 바꿔 들어도 좋지요.






우리집 반경 30킬로 내에서는 최고로 꼽는 '라미띠에'의 쇼콜라 얼그레이나 레어치즈. 맞은편 Hans에는 미안하지만 맛 차이가 확연하네요.
나무랄 데 없는 맛을 즐기면서 술술 넘어가는 책장.

4. 여력이 되면 안주도 만든다.

넉넉히 만들어 둔 양념장으로 골뱅이 얹은 쟁반국수.
소면이 없어서 메밀국수 삶고 치커리나 상추가 없어서 있는대로 썰어놓고.



혼자서 대충 때우는 점심치고는 좀 시간투자를 해서 넉넉한 오전을 마무리합니다.
별다른 재주도 취미도 없는 심심한 인간으로서는 이정도면 완벽하게 달콤한 한나절이네요.
꼬박 3년을 아이와 한 몸으로 살다가 유치원 보내고 여유가 생기니,
이번에는 남편이 정신없이 바빠져서 아예 휴일없이 살게 되는 바람에 주말에도 아이와 둘이서만 보내며 교대가 없는지라 그것도 나름대로 고됩니다. 둘,셋씩 끼고 계시는 분들께는 엄살이겠지만요.
가끔 이렇게 보내는 한나절을 기대하면서 고단한 일상을 수월하게 넘깁니다.    
짧은 댓글일수록 예의를 갖춰 신중하게 작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1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teresah
    '08.9.18 6:08 PM

    어머 '체리 치즈케이크 살인사건' 이네요. 저도 저 시리즈 좋아하는데 제가 아직 안 읽은 책이네요.
    정말 따끗한 커피 한잔과 치즈케잌 먹으면서 책읽으면 좋겠네요.

  • 2. peony
    '08.9.18 6:32 PM

    일산 사시나봐요?
    라미띠에 맞은편이 한스인거 보면^^ 저두 라미띠에랑 한스케잌 넘 좋아해서
    자주 가거든요ㅎㅎ

  • 3. 밀크티
    '08.9.18 6:36 PM

    teresah님, 저 한나 스웬슨 시리즈 뒤로 갈수록 점점 늘어지면서 별로인데요. 어느새 정들어서 마지못해 읽고 있어요. 사실 레시피 읽는 맛으로 봐요. 커피와 치즈케잌에는 정말 딱이긴 해요.

    peony님, 네 일산 맞아요. 어쩌면 가까운 단지에 사실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군것질로 녹는 돈과 붙는 살로 고민하면서도 발길을 끊지 못하고 있어요.^^

  • 4. 커피야사랑해
    '08.9.18 8:59 PM

    비슷한 취미를 갖고 계시네요.(내생각엔) 저두 혼자 하는걸 좋아하고 그래야 편한것 같아서
    미리 계획 한데로 일주일치 일기를 몰아쓸때도 있어요
    어떤날엔 하루종일 읽어요
    시집, 수필, 소설등 맘 당기는 대로 얼마전에는 토지(이번이 다섯번째)를 또 읽고 감동에 젖어 있는 중이구요
    또 저는 한달에 하루 휴가를 해요.
    주말이나 휴일에 남편한테 집일(아이들까지)들을 모두 맡기고 이런날은 다리가 다까지도록 걸어요. 시내를 구석구석 훝다가 지르고 쉬다가 먹다가 또 지르고 첨엔 남편이 어딜 갔다 왔는지 은근히 묻더니 이젠 그러라 해요
    그러고 나면 다시 일상의 일들이 탄력을 받는 것 같아요

  • 5. 하늘파랑
    '08.9.18 9:02 PM

    앗! '체리치즈'랑 '다질링' 이네요 ^.^
    저두 저 책 좋아하는데 ...
    밀크티님...중간에 저 **퍼즐이라는 책 제목좀 갈켜 주심 안될까요?
    한나시리즈는 갈수록 힘이 빠지긴 하는데 그래도 열심히 봅니다.
    베이킹을 안해서 레시피는 못쓰지만 그거 보면 즐거워요~
    코지미스테리 좋아하심 '죽음의 러브레터' 나 '원포더 머니'라는 책도 재밋었어요.

  • 6. 밀크티
    '08.9.18 9:30 PM

    커피야사랑해님, 저도 한달에 한 번 주말 중 하루 꼬박 돌아다니거나 단골 카페 만들어 빈둥거리기 뭐 그런 낙으로 살았는데
    비빌 언덕도 없는 곳에서 한 달에 한 나절 쉴까말까 하는 남편이 안스러워 집안일과 육아 완벽책임지다보니 유치원 버스 시간 맞춰 쉬어야 해요. 아이 데리고 슬슬 다니는 것도 재밌긴 한데 역시 짧은 산책이라도 홀가분해야 제맛이죠.
    저는 제 책(주로 쓰잘데 없는 소설) 읽느라 아이 책 읽어주기 시들해요.^^

    하늘파랑님, 그게 <외딴섬 퍼즐>인데요, 완성도가 떨어지는 건 아닌데 제 취향은 아니에요.
    <원포더 머니>는 재미있게 읽었는데 <투 포 더 도우>는 꽝이에요. 은근 예전 '블루문특급'분위기의 티격태격 좋았는데, 저는 접으려구요.
    <죽음의 러브레터>는 도서관에 신청해놨어요. 소비량이 꽤 되어서 살 돈도 없고, 다 쌓아둘 공간도 없고 반쯤은 도서관에서 해결이에요.
    가장 좋아하는 건 교고쿠도 시리즈지만, 코지 미스터리류도 꽤 좋아해요.
    혹시 뱀파이어에 관심있으시면 <어두워지면 일어나라> 강추에요.
    코지 미스터리와 스릴러의 교집합에 속하는 작품들중에서는 최고인 듯.

  • 7. 어여쁜
    '08.9.18 11:25 PM

    우워..정말 부러워서 눈물이 날 꺼 같아요.엉엉
    둘째 낳고 나니 그 좋아하던 차 한잔 마실 시간이 없네요.
    저도 느긋하게 에프터눈 티를 즐기고 싶어요.달콤한 케익과 함께..
    언제 빵 터질지 모르고 눕히면 울어버리는 등짝 센서를 자랑하는 딸래미 덕에
    밥도 제대로 못 먹는데 과연 언제가 될런지..

  • 8. P.V.chef
    '08.9.18 11:42 PM

    느긋한 커피한잔과 케익이라~제가 너무 사랑하느거쟎아요!
    거기다 좋은책까정 넘 부러워요...울 주부들 이런시간 증말 필요하다구요!

  • 9. 꿈지기
    '08.9.19 12:59 AM

    어쩜~~님들 어찌~~나 이리도 사랑스러우신지~~
    그 멋쮠 오후를 위해 미리미리 계획도 세우시고 준비하시고
    열씸히 뛰신후에 맞이하는 그 여유~~
    짝짝짝 박수를 보내드려요

    저두 혼자 노는거 좋아라하는데 그때그때 대강 놀았거든요?
    이젠 계획한번 세워볼까봐요 드뎌 한달에 두번 오후 휴가 받았거든요 오호호호 ^0^

  • 10. 순덕이엄마
    '08.9.19 5:19 AM

    오 상당히 스따일리쉬~

    제가 닉은 토속적이어도 스따일 이런거 디게 좋아합니다. ^^;;;

    책 읽고싶네요. ㅠㅠ

  • 11. 면~
    '08.9.19 8:09 AM

    @_@ 맥주는!! 맥주는!! 계속 맥주를 기다렸지 말입니다.

    정말 완벽한 오전입니다.

  • 12. 밀크티
    '08.9.19 12:14 PM

    어여쁜 님, 그 새 둘째도 낳으셨군요. 첫아이 임신하셨을 때 모습 생각나는데. 조금만 기다리세요. 왠지 죄송.^^

    P.V.Chef님, 도시락 싸시느라 바쁘셨죠? 저도 그 도시락 먹고 싶은데. 정말 주부들이야말로 법적으로 휴무일수가 보장되야 하는 거지요.

    꿈지기님, 한 달에 두 번 오후 휴가 계획 멋지게 세우셔서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저는 남대문시장 가고 싶은데 5시간으로는 빠듯하게 동동거리며 다녀야해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요.

    순덕이엄마님, 저는 시어머님 케잌들의 아리따운 자태를 잊지 못합니다. 그 케잌들 맛보면서 책읽고 싶네요.

    면~님, 헤헤, 맥주 좋아하는 친구 생각나네요. 쇼생크탈출에서 팀 로빈스가 교도소 옥상에서 동료들과 마시던 그 맥주를 부러워하던 친구예요.

  • 13. 팥쥐
    '08.9.19 1:21 PM

    라미띠에 이름을 82cook에서 보게 되어서 넘 반갑네요... 제 친구가 하는 곳인데, 일산이라 저희 집과는 너무 멀어서 거의 연중행사로 가거든요... 담에 가면 "쇼콜라 얼그레이" 꼭 먹어봐야겠어요..

  • 14. 밀크티
    '08.9.19 3:28 PM

    팥쥐님, 쇼콜라 얼그레이가 아니라 얼그레이 쇼콜라인가 봐요. 생각해 보니.
    제가 가장 좋아하는 건 마카롱인데, 발군의 실력이시던데요.

  • 15. 안경
    '08.9.19 5:27 PM

    음! 하루키 소설 넘 좋아하는데.. 상실의 시대 처음 읽고 뻑 가서 하루키 팬 되었죠.

  • 16. j-mom
    '08.9.19 6:34 PM

    커피잔이 얼마나 눈에 꽂히는지....ㅎㅎㅎㅎ
    심하게 맘에 드네요.....
    주변에 엄마들 보니 첨에 아이 보내고 자유시간 생기면 어딜 나가는게 아니고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는걸 먼저 하더군요....
    저두 갠적으로 맥주를 중독수준으로 좋아해서 뭔가 일을 많이 하더나 하면 반드시 마셔줍니다.
    미리 냉장고에 넣어둔 잔에 따라서......
    그 시원함 말로 표현 안되죵.....ㅎㅎㅎ

  • 17. 고로케
    '08.9.20 1:35 AM

    격한 운동 후

    슈퍼에서 맥주사서 버스정류장 벤치에 앉아서 시원하게 마시던 생각이 나네요,,,

    10년 전이네요,,,

    그 뒤로 스포츠 매니아가 되었네요,,,

    그 맥주 맛에,,,,ㅋㅋㅋ

  • 18. 사탕발림
    '08.9.21 6:28 PM

    저도 이런 시간을 늘 고대하고 있죠.
    근처 일본인이 운영하는 케이크집에서 맘에 드는 걸 집어오면 딸래미가 먼저 선점해서 고민이에요.
    늘 차로 이동해야 하는 지라 쟁여놓고 먹어야 하는데... 가격의 압박이... ㅠㅠ
    한국에 있을 때는 도서관에서 왠만한 책들을 거의 빌려 보았는데, 외국 오니 가장 아쉬워요.
    추리소설 좋아하는데, 무지 땡깁니다. ㅎㅎ

  • 19. 배낭여행
    '08.9.21 11:33 PM

    무료한 오전을!!
    계획적으로 가정업무를 마무리하고
    추리소설로,,,

    전문직 전업주부로 추천 합니다
    전문직이 따로 존재 할까요!!
    우리 스스로 만들어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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