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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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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3돌을 맞은 동현이의 일기

| 조회수 : 11,132 | 추천수 : 33
작성일 : 2007-10-04 11:40:24
며칠 전 엄마가 저를 부르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벌써 3년이나 키워줬으면 이제 엄마를 도와줘야지 (사실은 '밥값을 해야지?' 란 표현이었습니다만^^;)?
김치도 담그고, 청소도 하렴."

그래서 열심히 깍두기를 버무리고,

부직포 밀대도 밀었지요. 우리집 청소기는 어찌나 장판에 달라붙는지 아직은 제 힘으로는 못 당한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제 생일잔치를 한다지 뭡니까.
엄마가 무슨 케이크를 먹고 싶냐고 다정하게 물으시기에 전 기뻐서
"토마스 케이크요!"라고 힘차게 대답했습니다. 기대에 부풀어서요.
꼭 토마스여야 하냐고 다시 한 번 물으시기에 다시 한 번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지요.

마음 졸이면서 두 밤을 자고 나서 드디어 제 생일날이 되었습니다.
엄마는 창문에 종이 등불과 꽃이 줄줄이 달려있는 유치한 줄을 거시고는 상차림을 시작하셨어요.
아빠와 저는 떡을 사오고요.
수수팥떡 만들어 주라고 외할머니께서 전화를 하신 것을 듣긴 했지만 전 알고 있었지요.
우리 엄마가 그 말씀대로 하실 리가 없다는 걸.
뭐 제 입장에서도 떡 만들면서 허둥대다 짜증까지 내는 엄마를 보느니 이쪽이 좋아요.
게다가 제게는 토,마,스 케이크가 있으니까요.

이렇게 점심상을 차리기도 전에, 엄마 친구 잠잠이 아줌마 부부가 오셨습니다.
제가 전에 "이모"라고 부르니까 엄마가 "네가 이모가 어딨어? 엄마는 남동생만 하난데."하셨더랬죠.
까칠한 우리 엄마.
게다가 제 생일인데 왜 제 친구가 아닌 엄마 친구를 초대하는 건지.
그리고 저는 고기 좋아하는데 아줌마가 고기를 안 드신다고 왜 저까지 고기반찬을 못 먹어야 하는지.
사실 저는 그 답을 알고 있지요.
저 상에 차려진 그릇 중에 세 개만 빼고 다 아줌마가 선물해주신 거라더군요.
역시 물량 공세에 약한 우리 엄마. 고등학교 때부터 쭈욱 친구라던데, 아줌마가 불쌍해 보입니다.
하지만 저는 아줌마가 좋아요. 엄마와는 달리 얼마나 재밌게 온몸으로 놀아주시는데요.
아줌마랑 아저씨가 상차림을 칭찬하자 엄마가
"응, 1년 내내 구박하다가 오늘만 잘해주는 거야." 라고 대답하셔서 다들 웃었지만
저는 엄마가 솔직한 분이신 것이 자랑스러웠습니다.

찰밥에 홍합 미역국,
제가 버무린 깍뚜기에 (역시 김치도 손맛이지요)
깻잎 절임,오이무침, 말린 죽순나물, 연근조림, (제가 좋아하는 건 없나요)
새우를 넣은 오리엔탈 냉파스타,
콩고기 가지볶음, (그래도 고기랑 비슷한 것이 맛있었어요)
사진엔 없지만 양송이 구이

이렇게 점심을 냠냠 맛있게 먹고
드디어 케이크가 등장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두근두근~~

어라~ 이게 무슨 토마스?
엄마는 생크림이 오버휘핑되어서 어쩌고 변명을 하셨지만
케이크도 안 굽고 우리가 잘가는 빵집에서 카스테라 사다가 크림 장식만 하신 건데 그 장식도 이 모양이니 정말 실망이었어요.
백일때만 해도 안 그랬는데 우리 엄마가 저를 덜 사랑하시는 걸까요.
저는 약간 시무룩해졌지만 생일날 혼날까봐 촛불을 끄고 박수도 쳤습니다.
사실 정말 좋았던 건 아빠가 주신 선물상자였어요.
나중에 말씀하시는 걸 들으니 아빠 회사분이 사주신 거라지만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포크레인과 덤프트럭 세트. 말도 하고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멋진 녀석들이에요.  

그 다음날은 엄마가 뭐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자고 하셔서
택시도 타고 버스도 타고 기차도 타고 토끼도 보고 회전 목마도 타고 잔디밭에서 뛰기도 하고 모래놀이도 하고 꿈틀이도 가고 까만 국수도 먹고 아주 즐겁게 보냈습니다.

내년 생일에는 제가 받고 싶은 선물을 받을 수 있을까요?
토마스 기차세트! 아마도...힘들겠죠?
엄마가 그런 걸 하나씩 들여놓기 시작하면 집안이 망한다고, 지금 있는 자동차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아빠한테 말씀하시는걸 들었어요. 정말일까요?
짧은 댓글일수록 예의를 갖춰 신중하게 작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3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P.V.chef
    '07.10.4 12:06 PM

    동현이 넘 귀여워요.
    울 막내도 막 세살이 되었는데...
    다들 고 또래에는 토마스 기차를 좋아하는가봐요.
    케ㅇㅣㅋ도 예쁘고,음식들도 맛갈스럽네요.
    동현아,튼튼하게 크길~~~~~~~~~~

  • 2. 금모래빛
    '07.10.4 12:09 PM

    미소가 가득 지어지네요^^
    글솜씨도 맛깔나고 케이크도 정성이 듬뿍입니다.
    동현이 생일 추카해~~★

  • 3. 콩줌마
    '07.10.4 12:11 PM

    으으악... (넘어가는 소리)

    토.머.스 케잌!

    진정한 생일의 완성이요 대박 아이템입니다.

    다가오는 아들넘의 생일, 이걸루 쏴와악~~~!

    어찌 만드나요? 수첩볼펜 대기입니다. 꼭 갈켜주세요!!!

  • 4. 오렌지피코
    '07.10.4 12:18 PM

    박수!!! 짝짝짝!!! 동현이 생일 축하해!!! ^^

    고맘때 애들 다들 토마스키차에 꿈뻑 죽지요.ㅎㅎㅎ
    근데 그러다 슬슬 로보트로 넘어가나봐요. 울 아들 내년 네돌 생일땐 유켄도 아님 파워레인저 케익 꼼짝없이 해내야 되게 생겼어요.ㅠ.ㅠ;;;

  • 5. ssun
    '07.10.4 12:21 PM

    엄마의 정성이 대단하신것같아요~~

  • 6. 밀크티
    '07.10.4 12:37 PM

    P.V.chef 님, 고맙습니다. 토마스 기차는 좋아하면서 dvd는 무섭다고 못봐요.

    금모래빛님, 미소에 제가 기뻐요. 감사합니다.

    콩줌마님, 이건 토마스 케잌 아니고 그냥 기차케잌이에요. 토마스 케잌은 전에 오렌지피코님이 만드셨던데.
    카스테라 세 개 사다가 하나는 적당히 모양잡아 주시고, 생크림 휘핑해서 색소 조금 섞어주시고 (전 브레드가든에서 천연색소라고 하는 제품 샀는데 윌튼보단 덜 해롭겠지 싶어서요, 색깔이 많이 연했어요.) 크림 발라주시고 빼빼로 꽂아 연결, 바퀴는 오레오 한 개 사면 14개 들었는데
    12개 쓰고, 나머지 2개의 크림을 발라내서 멘토스 붙이는데 이용하시면 잘 붙어요.
    그리고 해바라기 초코볼 바닥에 뿌려주시고 기차 본체에 스프링클 뿌린 거에요.
    크림만 매끈하게 바르시면 나머지는 어려울 것이 없는데 저 모양이에요.

    오렌지피코님, 동현이는 아직 유캔도랑 파워레인저는 모르는데 내년에 어린이집 보내면 금방 알아오겠지요? 로보트는 절대 못 만들어주지요. 기훈이는 많이 컸던데요, 얼굴도 달라지고. 저희 애도 요즘 부쩍 애기티가 가시고 있어요.

    ssun님, 이런 날 하루만 정성을 보이는 거지요. 평소엔 방치^^

  • 7. 원주민
    '07.10.4 12:53 PM

    이렇게 단정한 상차림이 요즘은 맘에 들어라구요...정성도 뜸뿍들어가구요~~예쁘심..

  • 8. 밀크티
    '07.10.4 1:08 PM

    헤헤, 단정해 보이려고 애썼지만, 공기에 하나 붙어있는 밥풀, 국물 떨어진 김치 보시기, 한가닥 삐져나온 숙주나물이 저의 정체를 드러내주는군요.
    예쁘다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9. 채리엄마
    '07.10.4 1:27 PM

    공기에 하나 붙어있는 밥품, 국물 떨어진 김치 보시기, 한가닥 삐져나온 숙주나물...
    말씀 읽고서야 확인했습니다. 하하하!!!

  • 10. 밀크티
    '07.10.4 2:17 PM

    채리엄마님, 말씀드리지 말걸 그랬나 봐요.
    메인에 떡하니 떠버리니 원, 남사스러워서.

    사실 얼마전에 밀크티라는 닉을 쓰려고 하시던 신입회원님께 쪽지를 드린 적이 있어요.
    글을 너무 안 올려서 말씀드리기도 죄송스러웠지만
    가뜩이나 글 안올리는데 닉까지 점거당하면 이제 82와는 영영 이별이라는 위기감이 들어서 말이죠.
    메인의 영광을 바다사자님께 바칩니다! 닉 바꿔 주셔서 감사해요.

  • 11. 율리
    '07.10.4 2:51 PM

    동현이 완전 귀여워용~~^^

  • 12. 서준마미
    '07.10.4 3:00 PM

    와~~ 너무 잼나게 글을 쓰셨네요~~~
    동현이는 센스 만점 엄마를 두어서 행복할 것 같아요~
    글 하나하나에 사랑이 가득 느껴집니다.
    계속 미소로 글을 읽게 만드시네요~~

    케잌 멋지네요~
    동현아~ 생일 축하해^^
    그리구 엄마가 너무 훌륭한 분이란 걸 알아야 해~~ ㅋㅋㅋ

  • 13. mulan
    '07.10.4 4:55 PM

    저두 울 딸 친구 두돌생일에 제 친구들을 부를까 생각중인뎈ㅋㅋㅋㅋ

  • 14. 김진
    '07.10.4 6:48 PM

    동현이는 밀크티님 같은 분을 엄마로 두어서 참 행복할 것 같아요. ^^ 행복하세요...

  • 15. 깜쥑이
    '07.10.4 10:50 PM

    우왕~ 밀크티님 글이 넘 귀엽고 재밌어요 ^^
    밥값하는 동현이 귀엽네요 ㅋㅋ
    근데 저는 케익위에 곰돌이 양초가 궁금해요...어디서 구입하신건가요?
    남편이 저보다 더 곰돌이를 좋아해서 생일때 사보고 싶네요 ㅋㅋ

  • 16. 밀크티
    '07.10.4 11:14 PM

    율리님, 귀엽다고 해주셔서 감사해요.

    서준마미님, 그렇죠?^^ 요즘 제가 "세상에서 제일 예쁜 건 누구지?" "엄마"하고 연습시키고 있는데 남편은 불만이더라구요. "제일 훌륭한 사람은 누구지?" "엄마" 연습들어가야겠어요.

    mulan님, 저는 아이 생일 뿐 아니라 남편 생일에도 제 친구들 부른답니다.

    김진님 감사합니다. 이런 칭찬을 받으니 마치 유체이탈한 기분이에요. 저 그런 엄마 아닌데^^

    깜쥑이님, 곰돌이 양초는 2년 전에 파티피아에서 산 건데요, 원래 5개가 세트에요.
    자세히 보시면 2개는 불을 붙였던 흔적이 있네요.
    내후년까지는 저걸로 버티려구요.ㅋㅋ
    요즘에도 파는지 모르겠어요. 더 이쁜 게 있겠죠.

  • 17. 미세스김
    '07.10.4 11:27 PM

    케잌도 멋지고 아드님도 귀엽고 다 좋은데 일기 너무 재미있어요 ㅎㅎㅎ
    왜 전 애 키우면서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요...그저 키우는데 급급해서 저런 시간이 없는게 아쉽네요

  • 18. 발아현미
    '07.10.4 11:28 PM

    밀크티님 죄송하지만 지는 상차림보다도 고 식탁인지 좌탁인지에

    더 눈이가네요 지마음에 꼭드는 스타일이네유

    사셨는감유 아님 맞추셨는감유?

  • 19. 김현주
    '07.10.4 11:49 PM

    ㅋㅋ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케잌 너무 멋진걸요. 눈속에 담아두었다가 울딸 크면 꼬옥~ 만들어줘야겠습니다. 아이디어도 좋구 아이가 무지 좋아했겠어요^^

  • 20. 밀크티
    '07.10.4 11:59 PM

    미세스김님, 너무 열심히 키우셔서 그래요. 저처럼 띄엄띄엄 키우시면 이런 시간도 많을셨을 텐데요.^^

    발아현미님, 집이 작다보니 소파랑 테이블 들여놓기가 부담스러워서 구입한 좌탁인데요.
    그 몇달전에 남편이랑 우연히 지나가다가 실물을 본 적이 있었어요. 맘에 들길래 이름 기억해놨다 인터넷 뒤져서 찾았구요. 비슷해 보이는데 가격대가 좀 싼 업체 몇 군데 전화해서 찬찬히 상담했더니 그래도 여기가 낫더라구요. 제작과정이요.
    '청마루' 라는 이름인데 비슷한 이름이 꽤 많거든요. 꼼꼼하게 보시구요,
    쓸수록 윤이 나면서 자연스러워서 저희는 만족하고 있어요. 모서리도 날카롭지 않고 처음 왔을때도 약품 냄새가 안났구요.
    전화로 상담하면서 아이가 있는 집이고 하니 색 안나도 좋으니 약품이나 니스처리하지 말아달라고 했고 거기서도 자기들은 천연염료로만 마무리한다고 했구요.
    현금으로 입금하는 조건으로 하시면 가격도 많이 깎으실 수 있는 거 아시죠?
    좋은 좌탁 고르세요.

    김현주님, 이쁜 따님 꼭 만들어주세요. 아이는 오직 스프링클과 바퀴만 먹으려고 했답니다.

  • 21. 피글렛
    '07.10.5 12:17 AM

    케익이 너무 이쁩니다.
    이렇게 유머 감각이 뛰어난 엄마에게 태어난 동현이는 정말 행운아에요!

  • 22. 신난다
    '07.10.5 9:29 AM

    하하하~
    동현이 완전 ㄱㅣ ㅇ ㅕ 움
    생일 추카한다!

    근데 케익 이 누님 쪼금만 주면 안 되겠니?
    사아실 너보다 케익에 눈이 더 간단다..

  • 23. Hope Kim
    '07.10.5 10:29 AM

    엄마의 정성과 사랑이 가득한 재미있는글이예요.
    동현이의 토마스 기차도 너무멋있고요 밥값할려고
    열심히 일하는 동현이 모습도 정말귀여워요.
    엄마가 만들어주신 토마스 기차와 함께
    동현이에게 참 행복한 하루였겠네요.

  • 24. sweetie
    '07.10.5 1:14 PM

    글도 재미있게 읽고 동현이의 깍두기 담그는 모습과 땀 뻘뻘 흘리며 열심히 청소하는 모습도 귀여워요.

  • 25. 콩줌마
    '07.10.5 3:17 PM

    밀크티님 넘 감솨~*
    이쁜 동현이 무럭무럭 총명하게 자랄 거예요. (동현아, 생일 추카!!!)
    동현이 편에서 쓴 글이 참 재밌었는데,
    어젠 기차케익에 홀딱해서 제대로 인사도 못했네요.
    축하하고, 감사해요~~~!

  • 26. 메로니
    '07.10.5 7:58 PM

    와핫핫, 넘넘 재미있어요. 토마스 케이크 예쁜데요!

  • 27. 윤옥희
    '07.10.5 8:23 PM

    대단해요......

  • 28. 온새미로
    '07.10.5 9:24 PM

    ^^* 동현이가 행복하다는 생각이 드네요....엄마 때문에라도 행복하겠어요....글 재밌게 봤어요...귀여운 동혁이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기를 기도합니다....축하해요.~~

  • 29. 꼼꼬미
    '07.10.6 10:52 AM

    동현이는 너무 좋겠어요...친구같은 엄마가 있어서...

    행복한 가정 잘보고 갑니다 마음이 따뜻해 지네요 ^^

  • 30. alice
    '07.10.6 11:50 AM

    저 몇년간 유령회원인데 처음 글 남겨요

    밀크티님 멋진 엄마네요, 동현이는 행복하겠어요
    몇번씩 계속 읽게 되는 글이네요. 저도 비슷한 월령의 아이가 있는데 반성 됩니다. 아이 데리고 간식도 만들어 주러 다니시고, 하여튼 감동입니다

    건강하시고 앞으로 자주 글 올려 주세요 ^^

  • 31. Joy
    '07.10.9 10:03 AM

    동현아!!
    건강하게 자라라. 생일 추카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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