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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뿌리를 뽑자

| 조회수 : 5,067 | 추천수 : 54
작성일 : 2008-03-24 21:57:14
도라지 나물을 좋아합니다.
말린 도라지를 볶아 놓아도 좋아하고
살캉하니 생도라지를 볶아도 좋아합니다.
오이를 넣고 무쳐도 좋아하지만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엄마가 해 주시는 도라지 무침입니다.
이제는 이것도 저것도 다 귀찮아 하는 친정어머니
그래도 행사가 있어 모이면 육개장을 큰 들통에 끓여 놓으시고
이것 저것 나물 반찬도 몇가지 하십니다.
그 중에 제가 좋아하는 도라지 무침.
혹시 남아 도는 것은 없나? 하고 싸올 욕심도 부려봅니다.

우리 엄마는 꼭 손 많이 가게 통도라지를 사다가 쓰십니다.
손마디 만하게 납작하게 쪼개서 말이지요.
얼마 전에 친정에 갔더니 냉장고에 손질만 해 놓고
아직 무치지 않은 도라지가 보였습니다.
동생이
"까느라 지쳐서 무치기가 싫어졌지?"
하면서 걱정 섞인 잔소리를 한마디하더군요.
제가 들고 나서니 엄마가 빼앗아갑디다.
그래서 옆에서 마음먹고 구경을 했지요.


장을 보러 가니 도라지 파는 아주머니가
좌판 앞에서 망서리는 저를 꼬드깁니다.
이제 싹이 나면 억세서 못 먹는다......는 말에 일키로나 담아왔지요.
그리고 식구들 다 늦은 어느날 밤에 일 저질렀습니다.

엄마가 무친 도라지는 윤기가 반딱반딱 하더니만
제가 한 것은 때깔도 못 따라가네요.
그나마 하룻밤 자고 나니 양념이 잘 배어 비슷하긴 합니다만.......

간장. 고춧가루, 고추장. 마늘. 엿. 참기름......

이제 엄마와 제가 같이 늙어가는 듯 싶은데
옛날 생각은 안 난다. 하시면서 뒤로 물러 앉으시는 엄마에게
그 손맛은 아니 나올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전 처럼 보채면서 해 달라지도 못하고요.
자꾸만 그리운 음식이 늘어만 갑니다.
더 잊기 전에 엄마 계실 때 같이 만들어 보아야 할 텐데요.

무슨 생각으로 씀바귀도 같이 사서 데쳐 무쳤습니다.
쪽파와 풋마늘을 마음대로 잘라 넣어서
고추장과 매실액. 마늘 .참기름만 넣어
무치면서 먹어보니 그것 참,
인생이 그러지 않아도 쓰구만
뭐 땀시 이토록 쓴것을 찾아서까지 먹는답니까?

그래도 도라지 무친것과 같이 밥 한술 넣어 비비니
저녁을 간단히 하는 딸이 후각, 시각에 고문이 웬말이냐고 한마디하네요.

새로 조리려고 사다 둔 우엉을 같이 얹어
뿌리 삼총사를 만들려고 했는데
정말로 귀차니즘이 설레발을 치는 바람에 3뿌리반찬 계획 실패올시다......


봄입니다.
푸릇한 봄 나물로 입맛 잘 챙기시고
복잡하고 어수선한 세상 힘차게 살아내자구요.
짧은 댓글일수록 예의를 갖춰 신중하게 작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왕사미
    '08.3.25 12:50 AM

    갑자기 침샘가동..
    아래 한숟갈남은 밥에 눈독 들입니다..

  • 2. 천하
    '08.3.25 11:37 AM

    건강미가 줄줄 흐르는 메뉴군요.
    맛있는데..

  • 3. 안나푸르나
    '08.3.25 12:59 PM

    침 고여요`````` ~~~~~^^*

  • 4. 콜린
    '08.3.25 3:02 PM

    사진이 둘다 넘 좋아요~~~ @.@
    어머니께서 앞으로도 한 30년은 도라지 무쳐주셔야 할텐뎅...
    lyu님도 똑같은 맛을 내실 수 있을거여요(아니면 청출어람일지도~~)

  • 5. 짱아
    '08.3.25 4:51 PM

    어느새 친정엄마 솜씨를 닮아가더라구요.
    맛있어 보입니당.

  • 6. 현승맘
    '08.3.26 11:24 AM

    숟가락들고 찾아뵐께요..ㅋㅋ

    주말에 시골에서 일 치르고 왔어요..
    세끼 꼬박 꼬박 챙겨먹고 왔더니, 살만 다시 피둥피둥 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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