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뿌리를 뽑자

| 조회수 : 5,150 | 추천수 : 54
작성일 : 2008-03-24 21:57:14
도라지 나물을 좋아합니다.
말린 도라지를 볶아 놓아도 좋아하고
살캉하니 생도라지를 볶아도 좋아합니다.
오이를 넣고 무쳐도 좋아하지만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엄마가 해 주시는 도라지 무침입니다.
이제는 이것도 저것도 다 귀찮아 하는 친정어머니
그래도 행사가 있어 모이면 육개장을 큰 들통에 끓여 놓으시고
이것 저것 나물 반찬도 몇가지 하십니다.
그 중에 제가 좋아하는 도라지 무침.
혹시 남아 도는 것은 없나? 하고 싸올 욕심도 부려봅니다.

우리 엄마는 꼭 손 많이 가게 통도라지를 사다가 쓰십니다.
손마디 만하게 납작하게 쪼개서 말이지요.
얼마 전에 친정에 갔더니 냉장고에 손질만 해 놓고
아직 무치지 않은 도라지가 보였습니다.
동생이
"까느라 지쳐서 무치기가 싫어졌지?"
하면서 걱정 섞인 잔소리를 한마디하더군요.
제가 들고 나서니 엄마가 빼앗아갑디다.
그래서 옆에서 마음먹고 구경을 했지요.


장을 보러 가니 도라지 파는 아주머니가
좌판 앞에서 망서리는 저를 꼬드깁니다.
이제 싹이 나면 억세서 못 먹는다......는 말에 일키로나 담아왔지요.
그리고 식구들 다 늦은 어느날 밤에 일 저질렀습니다.

엄마가 무친 도라지는 윤기가 반딱반딱 하더니만
제가 한 것은 때깔도 못 따라가네요.
그나마 하룻밤 자고 나니 양념이 잘 배어 비슷하긴 합니다만.......

간장. 고춧가루, 고추장. 마늘. 엿. 참기름......

이제 엄마와 제가 같이 늙어가는 듯 싶은데
옛날 생각은 안 난다. 하시면서 뒤로 물러 앉으시는 엄마에게
그 손맛은 아니 나올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전 처럼 보채면서 해 달라지도 못하고요.
자꾸만 그리운 음식이 늘어만 갑니다.
더 잊기 전에 엄마 계실 때 같이 만들어 보아야 할 텐데요.

무슨 생각으로 씀바귀도 같이 사서 데쳐 무쳤습니다.
쪽파와 풋마늘을 마음대로 잘라 넣어서
고추장과 매실액. 마늘 .참기름만 넣어
무치면서 먹어보니 그것 참,
인생이 그러지 않아도 쓰구만
뭐 땀시 이토록 쓴것을 찾아서까지 먹는답니까?

그래도 도라지 무친것과 같이 밥 한술 넣어 비비니
저녁을 간단히 하는 딸이 후각, 시각에 고문이 웬말이냐고 한마디하네요.

새로 조리려고 사다 둔 우엉을 같이 얹어
뿌리 삼총사를 만들려고 했는데
정말로 귀차니즘이 설레발을 치는 바람에 3뿌리반찬 계획 실패올시다......


봄입니다.
푸릇한 봄 나물로 입맛 잘 챙기시고
복잡하고 어수선한 세상 힘차게 살아내자구요.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왕사미
    '08.3.25 12:50 AM

    갑자기 침샘가동..
    아래 한숟갈남은 밥에 눈독 들입니다..

  • 2. 천하
    '08.3.25 11:37 AM

    건강미가 줄줄 흐르는 메뉴군요.
    맛있는데..

  • 3. 안나푸르나
    '08.3.25 12:59 PM

    침 고여요`````` ~~~~~^^*

  • 4. 콜린
    '08.3.25 3:02 PM

    사진이 둘다 넘 좋아요~~~ @.@
    어머니께서 앞으로도 한 30년은 도라지 무쳐주셔야 할텐뎅...
    lyu님도 똑같은 맛을 내실 수 있을거여요(아니면 청출어람일지도~~)

  • 5. 짱아
    '08.3.25 4:51 PM

    어느새 친정엄마 솜씨를 닮아가더라구요.
    맛있어 보입니당.

  • 6. 현승맘
    '08.3.26 11:24 AM

    숟가락들고 찾아뵐께요..ㅋㅋ

    주말에 시골에서 일 치르고 왔어요..
    세끼 꼬박 꼬박 챙겨먹고 왔더니, 살만 다시 피둥피둥 쪘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41086 티비보다 태워먹은 어묵볶음 4 너와나ㅡ 2024.12.12 1,771 0
41085 부지런히 살았던 지난 날들(feat. 겉절이 레시피) 10 제이비 2024.12.10 5,143 3
41084 벌써 12월 10일. 23 고독한매식가 2024.12.10 4,953 3
41083 절박한 모닝 커피 (오늘 국회에서 커피 타임!) 10 발상의 전환 2024.12.07 8,740 3
41082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네요 16 제이비 2024.12.04 10,862 2
41081 파이야! 14 고독은 나의 힘 2024.11.30 10,722 2
41080 맛있게 먹고 살았던 9월과 10월의 코코몽 이야기 25 코코몽 2024.11.22 12,843 2
41079 82에서 추천해주신행복 54 ··· 2024.11.18 18,781 7
41078 50대 수영 배우기 + 반찬 몇가지 42 Alison 2024.11.12 18,272 6
41077 가을 반찬 22 이호례 2024.11.11 12,098 5
41076 올핸 무를 사야 할까봐요 ^^; 13 필로소피아 2024.11.11 9,884 6
41075 이토록 사소한 행복 43 백만순이 2024.11.10 10,561 5
41074 177차 봉사후기 및 공지) 2024년 10월 분식세트= 어 김.. 12 행복나눔미소 2024.11.08 4,198 6
41073 바야흐로 김장철 10 꽃게 2024.11.08 6,816 5
41072 깊어가는 가을 18 메이그린 2024.11.04 10,491 5
41071 드라마와 영화속 음식 따라하기 25 차이윈 2024.11.04 9,488 8
41070 아우 한우 너무 맛있네요.. 9 라일락꽃향기 2024.10.31 8,283 4
41069 똑똑 .... 가을이 다 가기전에 찾아왔어예 30 주니엄마 2024.10.29 10,695 8
41068 10월 먹고사는 이야기 12 모하나 2024.10.29 7,623 2
41067 무장비 베이킹…호두크랜베리빵… 12 은초롱 2024.10.28 6,930 5
41066 오랜만이네요~~ 6 김명진 2024.10.28 6,313 4
41065 혼저 합니다~ 17 필로소피아 2024.10.26 6,419 4
41064 이탈리아 여행에서 먹은 것들(와이너리와 식자재) 24 방구석요정 2024.10.26 5,505 3
41063 오늘은 친정엄마, 그리고 장기요양제도 18 꽃게 2024.10.22 10,524 4
41062 무장비 베이킹…소프트 바게트 구워봤어요 14 은초롱 2024.10.22 5,857 2
41061 만들어 맛있었던 음식들 40 ··· 2024.10.22 9,131 5
41060 캠핑 독립 +브라질 치즈빵 40 Alison 2024.10.21 6,398 7
41059 호박파이랑 사과파이중에 저는 사과파이요 11 602호 2024.10.20 3,671 2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