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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이벤트응모] 엄마표 카레라이스

| 조회수 : 3,462 | 추천수 : 4
작성일 : 2006-10-10 02:29:15
엄마는 더운데 지지고 볶고 신경쓰는 것을 싫어하셨다.
요리니 집안청소니 별로 관심을 갖고 싶어하지 않으셨다.
차라리 그럴 시간에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셨을 정도.

그렇기에 요리의 원래의 레시피는 절대로 무시하시고
언제나 모든 재료를 한꺼번에 넣고 푹푹 끓이시곤 하셨다.
하다못해 라면도 맨 찬물에 면이니 스프니 다 쏟아넣고 냄비뚜껑을 닫아버릴 정도였으니...
그러면 퉁퉁 불은 라면이 된다...
그렇게 나는 엄마의 음식에 익숙해져왔고
그 중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있었으니 바로 카레라이스였다.

감자, 양파, 당근, 돼지고기 등을 죄다 커다란 냄비에 썰어 넣고서
물과 카레가루를 넣고 있는대로 푹푹 끓인 엄마표 카레
어쩌면 있는 재료 다 넣고 푹 '고은' 거라 그 맛에 빠져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물이 좀 과다하게 많아 흥건했기에
카레를 밥 위에 얹는다기보다는
카레에 밥을 만다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말아먹어야 하는 엄마표 카레라이스의 느낌을 참 좋아했다.

카레라이스는 엄마와 나의 화해의 매개체이기도 했다.
너무나 성향이 비슷한 모녀는 툭닥툭닥거렸고
심하게 툭닥거리고 나면 고집쎈 난 꿍하니 입과 눈을 닫아버렸다.
아예 무표정으로 눈을 안마주치려하며 쇠고집을 피워댔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면
언제나 엄마는 엄마표 카레라이스를 슬그머니 하시곤 했다.
그 카레의 향에
있는대로 삐쳐있던 내 성질도 봄날 눈녹듯 녹고 우리는 다시 사이좋은 모녀가 됐었다.

학창시절을 마치고, 직장생활을 하는 등
삶을 살면서 더러 카레라이스를 먹긴 먹었지만 화해의 의미로는 별로 없었던 걸로 기억된다.

그러다 세월이 지나 못난 딸래미가 엄마가 무던히도 반대하는 남자와 결혼을 하겠다고 고집을 피워댔고
약 한달간 엄마는 내 방에서 기거를 하며 설득작업을 시도하셨다.
하지만 그놈의 쇠고집은 꺾을 수가 없었다.


결국 두 손 두 발 든 엄마....결혼을 허락하실 수밖에 없으셨다.


결혼을 하루 앞둔 날...


엄마는 조용히.....카레라이스를 하셨다......


딸래미가 먹는 모습을 차마 보지 못하고 엄마는 들어가셨고...
난 카레국물이 흥건한 밥을 눈물과 함께 꾸역꾸역 밀어넣었다.


그날 먹었던 카레의 맛은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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