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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생각난 옛날 이야기
갑자기 첫사랑 생각이 나네요. ^^
말한번 제대로 못 건네 보고 끝난 여고 2학년때 그 심장 쿵쾅거리던...
저 때만 해도 영어 회화 학원 다니던 고등학생이 거의 없었어요.
대부분 영어수학 입시 전문 학원을 다녔거든요.
우리학교는 야자도 선택이라서 하는 애들도 안하는 애들도 있었는데, 저는 1차 야자 까지만 하고 2차는 하지 않아서 비교적 일찍 집에 올수 있었습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회화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그냥 저랑 다르게 생긴 사람이랑 대화가 되는게 신가하고 재미있어서 꽤 오래 열심히 다녔어요.
방학 때는 고등학생 비율이 조금 늘어나기도 했지요.
뚜두둥~~~
방학 셋쨋날 수업에 들어가니 정말 잘생긴 남학생 한명이 앉아 있더군요.
자기 소개 하는데 목소리 예술!
수업시간의 적극적인 태도...
첫날 좀 쿵쾅거리다가 둘쨋날 관심이 가고 셋쨋날.. 뿅 갔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제가 뭐 적극적으로 나서고 그런건 아니였어요.
첫번째로 소심해서 교복입은 여학생은 교복입은 남학생이랑 이야기하면 안되는줄 알았고요~
(우리 때만 해도 남녀 공학의 전국에 거의~ 없었거든요.)
두번째로 제가 제 주제파악을 너무 잘 했거든요. ㅡ.ㅡ;;
(아시죠? 터질듯한 교복 치마, 튼실한 두다리, 우둘투둘 여드름에 몽실언니 머리.)
게다가 성격도 엄청 괄괄~한 탓에, 아니 목소리가 커서 성격이 괄괄해 보였겠군요. ^^;;
절대 먼저 말 걸거나 그러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걔가 같은 반이라고 먼저 인사해주면 무시 때리고 다니기.. 등등.
이름도 몰라요. 아시죠? 영어 회화학원에서 영어 이름 쓰는것... 아는거 Bob입니다.
제가 당시에 쓰던 영어이름은 유치해서 차마 말 못하겠네요. ㅋㅋㅋ
생각해 보니 나름대로 로맨스도 있었군요.
껌한번 얻어먹어 봤고. 치토스 한봉지 얻어먹어 봤고, 유판씨 2알 줘 봤네요. 하하하 ㅡ.ㅡ;;
고등학교 2학년 2학기가 되면서 저는 회화 학원을 그만 뒀어요. 학교 야간 자율학습 2차까지 동참하기 위해서죠. 학원 종강날 다음이 학교 시험일이라서 종강날도 말도 안하고 못가구요.
그렇게 첫사랑이랑 이별(?)을 했습니다.
대학 들어가고 나서 혹 같은 학교에 왔을까 싶어 뒷통수가 비슷한 놈을 보면 슬쩍 가서 얼굴을 보기도 하고... 버스타고 그 녀석 다니던 학교앞을 지나칠때 유심히 들여다 보기도 하고 타는 사람 얼굴을 하나하나 뚫어지게 쳐다 보기도 하고...
뭐, 만난다고 해서 별 이야기 할것도 없지만.
시간이 흘러 첫사랑의 기억은 제게서 너무나 멀어져 버렸습니다.
동기들은 다 군대를 제대하고 여자 동기 들은 학교를 다녔네요. (제친구들 거의다 재수 해서 다들 졸업이 늦었네요.) 첫사랑? 누구지? 할 만큼 시간이 흘렀을 무렵입니다.
아버지 생신 이였어요.
당시 집안사정으로 어머니도 아버지도 생신 신경쓸 겨를이 없어 제가 챙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집근처 홈플러스로 가서 잡채 재료도 사고 미역국 재료도 사고 아버지 좋아하시는 갈치도 큰놈으로 사고, 전은... 반찬코너에서 샀습니다. ㅡ.ㅡ;; 마지막으로 양념된 갈비찜을 사려고 정육 코너로 갔습니다.
정육 코너에 가면 같은 고기지만 브랜드가 틀리고 출산지가 틀리잖아요.
그중에 세일하는 곳이 있더라구요. 그 곳으로 쇼핑카트를 몰고 갔죠.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실은 그곳에 점원이 키도 훤칠한게 너무 잘생겼더군요. ㅡ.ㅡ;;
(네, 저 좀 밝혀요... )
4인 가족 먹을 만큼 포장해 달라고 함과 동시에 이왕이면 양념이랑 야채좀 듬뿍 넣어달라고 때 쓸려고
점원 얼굴을 쳐다보니..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라더구요.
일단은 아는 채를 해야죠. 그런데 도저히 어디서 아는 누군지, 이름이 뭔지 기억이 안나더라구요.
대뜸..
"어 니~ (야! 너! 라는 부산 사투리 입니다.) 여기서 알바 하냐? 야! 오래간만이다."
그런데 그 녀석도 어디서 저를 많이 본 모양입니다.
"어.. 그래 오래간만이다..."
반응이 그다지...
여하튼 잘 됏다 싶어서 아버지 생신이니깐 많이 줘~ 야채 많이줘~ 양념 듬뿍줘~를 무진장 친하게 이야기 하곤,
다음에 또보자 이러면서 연락처를 물어 보지도 않고 왔습니다.
집에와서 암만 생각해도 누군지 기억이 안나는 거에요. 비교적 기억력이 좋다는 저인데 말이죠.
누굴까 누굴까.. 고민하다가 정말 밤에 한숨도 못잤습니다.
새벽녁 해가 밝아 오는데, 밝아 오는 해 처럼 번뜩!
오호라... 그 녀석이 그렇게 애절(?)하게 그리워 하던 제 첫사랑 Bob 이였던 것입니다.
아버지 생신날 아침!
식사 중에 제가 그 이야기를 흥분해서 엄청 침튀겨 가며 이야기 했습니다.
수북히 뼈만남을 갈비를 접시에 하나씩 쌓아가던 제 동생이,
남은 양념에 밥을 비비면서 한마디 하더군요.
"진정 가슴 아픈 첫사랑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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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림커피
'05.12.5 10:41 PM에이...별루 안그리웠나보다..
전 아직도 첫사랑 얼굴이 선한데요...
담날에 한번 더 가보지 그러셨어요?2. 김수열
'05.12.5 10:48 PM오옷~ Ellie님, 이런 애틋한 첫사랑의 기억이...
근데, 그 홈플러스가 어디에요? 그 후 또 가보셨어요?
궁금궁금!^^
근데요...형우 영어이름이 bobby잖아요~ ㅋㅋ3. Ellie
'05.12.5 11:23 PM프림커피님. 제 취미가 짝사랑이 걸랑요. ^^;; 그동안 수많은 짝사랑 남들 때문에 묻혔나 봅니다.
그담날 당연히 가봤죠. 그런데, 행사 직원이라서 그날이 마지막이였데요.
제동생 왈, "누나는 누나 인생이 타이타닉 같지? 남들은 덤앤 더머로 본다."
애기들 잘 커요? 전에 부산 번개 보니깐 저 한국 들어가기 훨씬전에 하더라구요. 우리 내년을 기약해봐요!
김수열님.. 형우가... 형우가... 흑흑흑...
20년만 젊었어도 어떻게 생각을 해보겠는데...
우리 조카 한살인데, 너무 어린가요? ^^
얼마전에 또 대단원의 막을 내린 짝사랑 이야기가 있죠. 그건 나중에~ ^^;;4. 여름나라
'05.12.6 10:05 AM잼나요...ㅎㅎ 첫사랑 이야기 하시니 살며시 미소지어지내요..전 제 첫사랑 대학가서 우연히 만났어요..제 후배로 들어왔더라구요...^^ 억울한거 한가지..나중에 슬쩍 이야기해보니 그 넘에겐 제가 세번째 사랑이더라구요..괜시리 밑지는기분에...그날 하루종일 꿀꿀했었던 기억이...
글구요...동생분말씀...넘 웃겨요... "누나는 누나 인생이 타이타닉 같지? 남들은 덤앤 더머로 본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