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제 목 :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서서”― <로버트 프로스트> 시

| 조회수 : 8,228 | 추천수 : 1
작성일 : 2012-12-05 22:16:41

 

 

 

 

 

 

 

 

 

 


 

 

오늘 서울에 한나절 동안 꽤 많은 <눈>이 내렸는데 전국적인 현상인가 봅니다.

사실 도시 생활을 하는 현대인들에게, ‘천연天然 그대로’ 가만히 다가와서

욕망의 문화에 잠식되었던 감성과 동심어린 추억을 깨우는 것이 ‘함박눈’ 말고

또 있겠습니까? 하늘로부터 침묵의 리듬을 타고 하늘거리며 내려오는 게

영락없이 <별세계別世界>의 눈꽃송이들이지요!

또 덩실 바람에 실려서 사뭇 너울너울 흩뿌려지는 눈발도 있지 않은가요?

그러나 근래에 들어서 이 흰 눈조차도 ‘산성’으로 오염되어 버렸다니, 이제는

공해로 인해 또 하나의 자연물을 잃어버린 듯 아쉽고도 씁쓸할 뿐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순백의 결정체인 눈송이가 ‘소리 없이’ 내리어 다소곳이 지상에

쌓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참선參禪하는 선승이나 수도자들은 이미 그 소리를

들어서 알고 있다는군요. 김광균 시인이 <설야雪夜>에서 그려내고 있는,

“............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 가 바로 ‘백설’의 속삭임이

아닐는지요.

아마도 시인의 감성과 구도자의 도력道力의 경지는 서로가 통하는가 봅니다.

그렇게 마음을 홀가분하게 비운 사람들에게만 자신의 내밀한 소리를 드러내는

새하얀 눈의 그 은밀한 수줍음!.........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서서>의 마지막 구절인 종결에서,

“하지만 나에게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기에

잠들기 전에 수십 마일을 더 가야만 한다.”

 

어떤 번역에는 “자기 전에 가야 할 먼 길이 있다.” 로 되어 있는데요,

 

사람이 세상에 한 생명으로 올 때 각자 개인마다 주어진 고유한 소명, 혹은

평생에 걸쳐서 걸어가야 할 자기만의 그 어떤 의무일 듯싶습니다. 또 귀한

<사람>의 몸을 받아 이 세상에 온 존재로서 천부의 재능에는, 자연의 섭리에

의한 서로 돕고 살라는 ‘공동선’의 깊은 의미가 숨어 있을 테니까요.

 

자신의 존재가 비록 무명無名의 <들꽃>처럼 보여도, 지금까지 살아 온 세월과

겪어낸 시간들이 있었기에 가족과 세상의 온전함을 유지한 한 ‘버팀목’이

될 수 있었고, 아직도 살아가야 할 인고忍苦의 긴 여정이 남아 있기에, 다시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저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로 돌아가야겠지요.

 

<회남자淮南子>에서 “장부가 젊었을 때 농사에 힘쓰지 않으면 세상에는

굶어 죽는 자가 있고, 부인이 나이가 있을 때 옷감을 짜지 않으면

세상에는 추위에 떠는 자가 있다.” 하지 않습니까.

 

스스로 원해서 온 세상은 아닐지라도, 살아가야 할 이유는 오롯이 자신의 몫

이며, 개인의 자유의지의 선택에 의해서 동과 서로 갈릴 수도 있겠는데요,

시인은 가장 좋은 삶을 사는 것은 자기 소명에 충실한 삶이라는 것을 말하고

<자기본분>의 도리를 채근採根하며 일깨워 주는 건 아닐까 합니다.

 

 

~~~~~~~~~~~~~~~~~~~~~~~~~~~~~~~~~~~~~

 

영시 낭송: “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

http://www.youtube.com/watch?v=TjozQHEqXNs

 

‘눈이 내리네 Tombe La Neige’

연주곡: 폴 모리아 악단 연주

http://www.youtube.com/watch?v=wFCHjtkCcHs&feature=related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geerisan
    '12.12.6 5:23 AM

    좋은글 감사합니다.

  • 바람처럼
    '12.12.6 7:37 PM

    프로스트의 이 명시는 동양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겨울의 이미지와 잘 들어
    맞는 시인데 ‘첫눈(?)’이 오는 날이라서 올려드렸지요. ^^

  • 2. 도도네
    '12.12.6 2:58 PM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 감사합니다.
    마음이 차분해지네요.

  • 바람처럼
    '12.12.6 7:32 PM

    현대인처럼 경쟁이 치열한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아름다움’이 빚어낸,
    시와 영상과 음악을 통해서 복잡해진 마음을 정화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이 차분해 지셨다니 저도 보람을 느끼네요. ^^

  • 3. rabbitchoi
    '12.12.6 3:32 PM

    좋은글 감사합니다,
    지난글들까지 찾아 읽었어요

  • 바람처럼
    '14.2.4 10:48 PM

    제가 게시판에 올린 글들을 전부 찾아 읽으셨나 보네요. 바쁘신 시간이셨을 텐데,
    저로서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 4. 그린 티
    '12.12.6 6:37 PM

    자게에 올리신 글보고 이제 찾아와 읽었습니다. 차가운 날 좋은 시 한 편 잘 읽었습니다.

  • 바람처럼
    '12.12.6 7:36 PM

    현대인에게는 바쁜 일상 중에도 틈틈이 자신을 돌아보는 생각과 침묵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런 시간이 여의치 못할 때 시를 읽거나 아름다운 그림과 음악을
    통해서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좋은 시간이 되셨나 보네요. ^^

  • 5. 이피제니
    '12.12.7 12:35 AM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좋은 글이네요.

    이곳도 눈이 오니, 오늘 같은 날 아다모의 Tombe la Neige 노래가 더 잘 어울리는군요

    늘 감사드리며....

  • 바람처럼
    '12.12.7 6:58 AM

    이 ‘Tombe la Neige’ 라는 샹송은 아다모가 만든 곡으로 알고 있는데
    실은 아다모가 벨기에 사람이라고 하니, 이피제니님에게는 더 특별하게
    다가 올 수도 있겠습니다.

    예전에는 한국에서 겨울이 오면 이 아다모 노래가 유행했었고, 또
    샹송이나 칸초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었는데요,
    지금은 팝송보다도 오히려 K-pop을 대중들이 더 좋아하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 팝송의 영향을 받은 K-pop이긴 하지만요........... ^^

  • 6. 레노마
    '12.12.7 9:26 PM

    여고때 국어시간에는 '가지 않은 길을 그리고 영어시간에 이 시를 수업시간에 배우고서는 프로스트를 퍽이나 좋아했었는데. 오랜만에 좋은 음악, 시, 멋진 풍경 감상하면서 옛추억 떠올리면서 다시금 그시절로 돌아가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 바람처럼
    '12.12.7 10:11 PM

    한국인들의 정서에, ‘가지 않은 길’이나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서서’라는
    시들이 잘 들어맞아서인지 프로스트를 많이들 좋아하지요.

    자연의 한 정지된 이미지를 그려내면서 실은 ‘인생’을 이야기하고 있거든요.
    시인이 머리로 쓴 시詩라기 보다는 아마 그의 살아온 삶이 담긴 체험적인
    언어들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

  • 7. 무인산장농원
    '13.12.17 11:42 PM

    마음이
    평온해지는 느낌...
    좋은 글 잘보고 갑니다...^^.

  • 바람처럼
    '14.2.4 10:46 PM

    제가 너무도 뒤늦게 댓글을 달아드리게 되었네요. 죄송합니다.
    지금은 2월이고 이제 입춘, 즉 봄이 시작되고 있지요. 겨울이
    자연의 순리에 따라서 소멸되고 계절의 새순이 돋아나고 있죠. ^^

  • 8. 하얀돌
    '14.2.12 12:13 PM

    오늘 하루 정말 오랫만에 오롯이 혼자있을 수 있게되어
    무엇을 할까 궁리하던 중에 바람처럼님 글을 읽게 됐어요.

    보물을 얻은 것처럼 마음이 채워지는 글들이 참 좋습니다.

    계속 좋은 글들 자주 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드려요^^

  • 바람처럼
    '14.3.2 9:13 PM

    하얀돌님의 댓글에 제가 너무 늦게 댓글을 드리게 되었군요. 지난 연말
    부터 여러 일들을 하느라 82에 들어와 글을 올릴 수가 없었답니다.
    제 글들로 인해 하얀돌님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시간을 들인
    보람이 있겠습니다!
    생활이 정리 되는대로 다시 글을 올릴 수 있는 시간이 왔으면 좋겠네요.
    저로서도 노력을 해보겠습니다. ^^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24594 1박 2일 지들끼리 3 고고 2018.11.13 377 0
24593 삐용 4 띠띠 2018.11.12 558 3
24592 가을을 울안에 가두다 도도/道導 2018.11.12 294 1
24591 시상에서 최고 비싼 이자 -김찬옥- 1 들꽃 2018.11.11 328 0
24590 고령화 사회를 보는 듯... 3 도도/道導 2018.11.09 867 1
24589 견성이나 인성이나 2 고고 2018.11.08 807 2
24588 사전점검 앞둔 헬리오시티 정원 구경하세요 3 anny79 2018.11.08 2,717 0
24587 어떤 삶의 가능성 2 쑥과마눌 2018.11.08 591 1
24586 떠나는 마음과 보내는 마음이 가득한 피아골 3 도도/道導 2018.11.07 598 0
24585 마실 10 테디베어 2018.11.06 918 1
24584 청량산 청량사 2 wrtour 2018.11.06 610 2
24583 대안학교 춘천전인학교 을 소개합니다~ 나무꾼 2018.11.05 353 0
24582 빗장울이 떨어져도 아침에 만나는 풍광은 언제나 축복이다. 2 도도/道導 2018.11.05 504 1
24581 가을을 한 보따리 가져 옴 5 쑥과마눌 2018.11.04 854 0
24580 액면가 -윤준경- 2 들꽃 2018.11.03 369 0
24579 마루의 가을 16 우유 2018.11.03 1,262 2
24578 가을이 쏟아진 곳에서 2 도도/道導 2018.11.03 406 0
24577 으허허 아놔 5 고고 2018.11.02 929 0
24576 행복 / 천상병 6 줄리엣 2018.10.31 664 0
24575 가을의 화려함을 즐기다 2 도도/道導 2018.10.31 705 0
24574 아기 유기견 새봄이 9 Roland 2018.10.30 1,577 0
24573 식구 4 고고 2018.10.30 873 0
24572 비오는 날 카메라를 들고 나가는 이유 6 도도/道導 2018.10.29 801 0
24571 봉화 청량산&청량사의 가을(에피타이져) 5 wrtour 2018.10.28 860 1
24570 낙엽갖고 놀기 2 고고 2018.10.28 880 1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