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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브론테, 사랑의 명시 ― ‘추억remembrance’

| 조회수 : 3,807 | 추천수 : 0
작성일 : 2012-03-07 23:04:03

 

 


 

추억 remembrance

 

                                        에밀리 브론테

 

흙 속은 차갑고, 네 위에는 깊은 눈이 쌓여있다.

저 먼 곳 쓸쓸한 무덤 속에 차갑게 묻힌 그대

하나뿐인 사람아, 모든 것을 삼키는 시간의 물결로

떼어져 나는 사랑을 잊고 만 것일까?

 

홀로 남게 된 내 생각은

산봉우리들을 날고, 앙고라의 기슭을 방황한다.

지금 날개 접고 쉬는 곳은 히드 풀과 양치기 잎이

내 고고한 마음을 항시 덮고 있는 근방이다.

 

흙 속은 차가운데 열다섯 차례의 어두운 섣달이

이 갈색 언덕에서 어느새 봄날의 물이 되었다.

변모와 고뇌의 세월을 겪어 왔으나

아직 잊지 못할 마음은 너를 배반하지 않았다.

 

젊은 날의 그리운 사람아, 혹시 세파에 시달려

너를 잊었다면 용서하기 바란다.

거센 욕망과 어두운 소망이 나를 괴롭히나

그 소망은 너 생각하는 마음을 해치지는 않았다.

 

너 말고 달리 하늘에 빛나는 태양은 없었다.

나를 비추는 별도 역시 달리 없었다.

내 생애의 행복은 모두 네 생명에서 비롯되었고

그 행복은 너와 함께 무덤에 깊이 묻혀 있다.

 

그러나 황금의 꿈꾸던 나날은 사라지고

절망조차 힘이 빠져 파괴력을 잃었을 때

나는 알게 되었다. 기쁨의 도움이 없이도

생명을 이루고 강해지고 키울 수 있다는 사실을.......

 

그때 나는 정열의 눈물을 억제하고

네 영혼을 사모하는 내 어린 영혼을 일깨워

나와는 관계없는 무덤에

서둘러 가려하는 열망을 호되게 물리쳤다.

 

때문에 지금 내 영혼을 시들게 하려 하지 않고

추억의 달콤한 아픔에 잠기려 하지 않는다.

깨끗한 고뇌의 잔을 모두 마신 지금에

왜 다시 헛된 세계의 길을 추구하리오........

 

 

● 에밀리 브론테(Emily Bronte, 1818~1848) 영국 출신 여류작가

 

 


 

‘추억remembrance’은 《폭풍의 언덕》, 원제 ‘워더링 하이츠Wuthering Heights’

를 쓴 에밀리 브론테 시입니다. 이 시는 예전 종로서적에서 출간된 <사랑의 명시>

라는 시집에 수록되어 있었는데 수록된 수 백편의 시 중 이 시만을 편애할 정도로

좋아했었지요. 그 후, 세월이 흘러 책 많은 것도 마음을 심란케 하는 것 같아서

한때 책들을 거의 치워버리고는 그만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봄스러운 기운으로 풀리면서 기억 속의 이 아름다운 시가 다시금

읽어보고 싶어져 혹시나 하고 검색을 해보니, 옛 시절 자주 읽었던 그 시가

그대로 누군가에 의해 인터넷에 올려져있어서 오랜만에 해후를 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시대가 좋아서 <유튜브> 영상을 통해서도 시낭송 감상이 가능한, 참 좋은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네요.

 

<추억>을 읽고 시낭송을 들으시면서 사랑의 인연에 얽힌 지난날의 기억이 빛바랜

사진처럼 떠오르실 분들이 많으시겠지요. 한 때나마 마음을 차지했던 그 사람,

함께 했던 시간들, 그리고 손길이 배어있는 정들고 소담스런 물건들........... 이미

이제는 강물처럼 흘러서 가버린 자신만의 옛 이야기가 되었지만, ‘남이 알세라,

누군가 볼세라.’ 두근거리며 설레던 일들은 이제 아련한 한 ‘추억’ 이 된 것입니다.

그새 이렇게 추억remembrance이........

 

 


에밀리 브론테 자매가 살았던 <하워스 마을>

 

 

~~~~~~~~~~~~~~~~~~~~~~~~~~~~~~~~~~~~~

 

‘추억Remembrance’

영어 원문: http://www.youtube.com/watch?v=5KwTVuHztsc

 

영시 낭송: http://www.youtube.com/watch?v=kwYmTgDpPd4

 

~~~~~~~~~~~~~~~~~~~~~~~~~~~~~~~~~~~~~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첫눈이내리면
    '13.6.1 4:18 AM

    바람처럼님..이웃사촌이고 싶어요..감사합니다..

  • 바람처럼
    '13.6.1 10:48 PM

    이 게시물은 작년 봄에 올린 것인데 ‘첫눈이 내리면 님’께서 처음으로 댓글을
    주셨군요. 저도 감사드립니다. ‘이웃사촌’이라는 말은 현대에 들어 거의
    사라져가는 말인데 오랫만에 들을 수 있었네 요. 녜, 저도 그렇게 생각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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