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현관을 들어서면,
이런 큼직한 스티로폼 상자가 하나 놓여 있고...
그 위는 이렇게 신문 한 장이 덮여 있지요.
이 스티로폼 상자안에 뭘 담아 두었냐면...
아마 다들 바로 짐작 하셨을 꺼예요.
흙에서 갓 캐어져서 바로 옮겨 고구마들이
큼지막한 이 스티로폼 상자에 가득 담겨져 있지요.
고구마는 방금 캔 것은 단맛이 영 덜하지만,
이렇게 한 겨울이라도 너무 차갑지 않으면서
볕이 직접 안 드는 장소에다 두고서, 건들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고...
세월아네월아 하면서 가만히 두고
그저 잊어버리고 있다 보면...
나중에 달달하고 맛있는 고구마가 되어있지요.
보통은 이렇게 스티로폼 상자를 잘 이용합니다.
종이상자에 넣어 두어도 좋지만,
이렇게 스티로폼 상자안에다 신문 깔아서 차곡차곡 넣어두면...
아주 추운 날이라 현관까지 냉기가 차갑게 들어오는 날이라도
고구마들이 원래 그대로 잘 보존이 됩니다.
그렇다고 뚜껑까지 꼭 맞는 스티로폼뚜껑으로 덮어 주지는 않고,
이렇게 신문으로 살짝 덮어 주기만 하면
통풍도 잘 되는 상태로
고구마가 썩지도 않으면서 참 달달하게 잘 숙성이 되어 가지요.
이 고구마들도 겨우 며칠 이렇게 두었다 먹은게 아니라,
속살이 달달하게 맛있게 익도록 충분히 두었답니다.
최소한 3~4주동안... 그러니 거의 한 달 정도죠?
이렇게 가만히 놔 두었어요.
그랬더니 당시 처음에는 맹맛이던 고구마가,
이제 한창 단맛이 들었네요.
여전히 캐 온 그 때 모습 그대로...
전신이 흙투성이인 녀석들입니다.
우리가족이 정말 좋아하는 겨울간식 중 한가지가..
바로 고구마스틱이예요.
만들기 힘들거나 복잡하지도 않고
속 살 달달한 고구마와 기름만 있으면,
금새 뚝딱 만들어 지니...
게다가 며칠동안 계속 간식으로 두고
먹고 또 먹어도..
이 아삭하게 씹히는 고소하고 달달한 맛은...질리지도 않아요.
이것보다도 더 간단하면서도
맛있는 간식꺼리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우리 가족은 이 고구마스틱을 정말 좋아합니다.
물론, 직화냄비에 올려서 군고구마로 구워 먹기도 하고,
예전에 우리 어머니가 늘 잘 드시던 모습처럼
어느새 제가 또 그 나이가 되어가면서
생고구마를 껍질 벗겨서 오도독 오도독 씹어 먹고 있기도 하네요.
나이가 들면서 비로소...
딸은 그 연세때의 엄마모습을 그렇게 알게모르게 닮아가는가 봅니다.
또, 맛탕도 어쩌다 한번씩 만들어 냅니다.
단것으로 버무려서 끈적하니 달라붙는 맛탕보다는
이렇게 고구마 자체의 단맛 만으로도
구수하면서도 달달한 고구마의 순수한 맛이
그냥 꼭꼭 씹을수록 참 좋다며...
가족들 모두가 이걸 더 좋아하네요.
생고구마 껍질 벗겨서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은 다음,
이렇게 도마에 올려서 채를 썹니다.
너무 굵게 해서 튀겨내면 맛도 덜하고,
익는데도 시간이 더디 걸리니...
될 수 있으면 좀 가늘게 썰어 내면
더 맛있게 튀겨져요.
고구마스틱 채는 일부러 예쁘게 썰 필요도 없으니..
두께가 많이 두꺼워지지만 않도록 해서
편하게 쓱쓱 칼질하시면 됩니다.
고구마스틱을 튀겨놓으면
이상하게도 못난이로 나온게
더 먹음직스럽게 보이기까지 하거든요.
고구마스틱 만들기는요...
잘 달궈진 기름에다
썰어 놓은 이 고구마채를 넣어 튀겨내기만 하면 끝.
그런데 처음 고구마채를 넣을 때에
아주 잔 기름거품이 부글부글 위로 끓어 오르니...
맨 처음에는 좀 조심하셔야 합니다.
그러니까 많은 양을 더 빠른 시간에 빨리 튀겨내고 싶다는 욕심에
너무 많은 기름에
또 너무 많은 고구마채 건더기를 넣게되면,
맨 처음 고구마채가 들어갔을 때 기름거품이 부글거리며 넘쳐나서
순간적으로 기름이 범람할 수 있다는 거지요.
좀 더 자세하게 그 순간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지만
거품에 연기까지 열기가 너무 세어서...
이렇게 열기가 한 풀 가라앉은 다음에야
겨우 사진을 찍을 수가 있었네요.
우리집은 이렇게 튀겨내려는 냄비나 다른 용기에다
지름이 딱 맞는 스뎅채반을 얹어서는
스뎅채반이 기름에 쏙 잠기에 해서는
그 안에다 고구마채를 넣어서 튀겨 냅니다.
이 때 쓰는 스뎅채반은,
손잡이가 길게 달려있는 것을 사용하지요.
이렇게 튀겨내다가 다 익으면,
손잡이를 잡고
기름냄비에서 이대로 위로 건져 올려서는
탁탁탁 몇 번 기름을 털어내기만 하고
다 익은것은 부어 버리고
또 다시 기름에 채반을 잠기게 해서는
다음 재료를 또 넣어서 튀겨내고..
이렇게 반복 하기만 하면 되니까 참 편합니다.
그저 튀겨지는 중간에 한 두어번 정도씩
젓가락으로 위 아래 섞어주기만 하면 되고요.
고구마채는 처음 시작의 부글거림으로
기름이 넘칠 듯 올라오기도 하지만,
이 때에도 긴 손잡이를 그대로 잡은 채로
살짝 채반 자체를 약간만 올려주지요.
고구마 튀겨낼 때 이런 초기의 부글거리는 기름거품은
길어봤자 1분 이내로...
다 사그러져 버립니다.
그러면 다시 정상적으로 기름에 채반을 담그고
이대로 죽 튀겨내면 되지요.
이제 초반의 부글거림은 없어지고
안정권에 들어선 상태...
이대로 얼마간만 더 튀겨내면 됩니다.
이대로 바로 손잡이가 긴 이 스뎅채반을 올려서
몇 번 탁탁탁 털어주기만 하고...
기름 종이 깔아놓고 준비해 놓은 너른 그릇에다
확 부어주기만 하면 끝.
두 번 튀겨낼 필요도 없이,
한번만 제대로 튀겨내도
더 이상 빠삭거릴 수 없을 정도로 느껴질만큼,
충분합니다.
그리고는 통풍 잘 되는 곳에
식으라고 둡니다.
이리두면 방금 튀겨낸 것도, 금새 식지요.
그러면 여분의 기름기는 열기와 같이 날아가 버리고,
입에 넣고 씹어 보면 고소하게 씹히면서 아자작 아자작 합니다.
그래서, 오늘 저녁 간식거리는
한라봉과 고구마스틱.
이 고구마스틱의 또 다른 좋은 점은,
한번 튀겨 놓으면 적어도 1주일 이상...상온에 이렇게 두어도
빠삭빠삭한 식감과 고소한 맛은 그대로라는 것이지요.
먼지나 불순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큼직한 빵덮개로 덮어 두거나,
손으로 건드리면 빠작 하고 부러질 정도로 제대로 식힌 다음
적당한 용기에 뚜껑 덮어서 넣어 두고
먹고싶은만큼씩만 한 줌씩 꺼내 먹어도 아주 편하고 좋겠지요.
금새 없어지고 마는 우리집은
식탁위에다 이렇게 푸짐하게 얹어 두면서,
오고 가다가도 한 줌.
또, 커피 한 잔 뽑아서
책 한 권 들고 식탁에 앉아서
아자작 아자작 씹히는 기분좋은 소리를 느끼며
먹고 또 먹고...
책 한 권 다 읽고남과 동시에
어느새 뱃 속까지도 든든.
이래저래..우리집에서는 오늘도,
고구마 튀겨내는 냄새가
맛있게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