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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나이드니 진짜 애기가 된 우리 어머니^^

인생나이듬 조회수 : 6,376
작성일 : 2024-05-08 21:10:26

시어머니 89세

제가 시어머니 늦둥이랑 결혼해서 

산세월이 20년.

 

새댁때는 며느리들몰래

혼자서 김장 50포기씩 하시고

틈틈이 친척집 가게봐주는 알바도 계속 하시고

저 애기 키우느라 힘들 때는

저 좋아하는 거 사다가 지하철 세 번씩 갈아타고 오셔서 주고가시고

맛있는 음식 만들어 혼자 먹기 아깝다고 생각되면

아들 며느리 손주먹이고 싶어서 휭하니 오셨다가

문고리에 음식 걸고 가시고.

 

격 없이 잘 지냈어요. 시누 들도 자기 엄마 단도리 너무 잘하는 편이라, 행여나 엄마가 며느리한테 실수할까봐 평고 엄청 엄마를 엄청 단속해대니 제가 오히려 후한 말씀으로 잘 해 드릴 수밖에 없었고

사실 당신 성품도 선 넘는 스타일이 아니고

자식도 많아 바쁘고 해외자식들도 챙겨야하고

 본인 생활도 바쁘시기도 하고

그래도 그나마 다른 자식들보다 가까이 살면서 자주 찾아뵈며 산 세월이 20년인데

코로나이후

파킨슨에 경도인지장애..

협심증 고혈압당뇨는 원래있으셨고...

이제는 지하철도 못 타시고

 조금씩 움직이시기는 하지만

척추 협착으로 거동도 많이 불편해 지팡이 짚고 다니시는 거 남사스럽고 자신없다고.. 동네 밖으로는 많이 다니시려고도 안하고..

그러다 보니 어느 날 문득 드는 생각이

한 달에 두세 번 저희가 방문할 때만 식물 같아지신것 같다... 그 자리에서 많이 움직일 수 없으니 찾아봐주지 않으면 만날 수 없는... 거예요.. 나이들면 서글프겠구나... 그 파워풀했던 에너지 참... 금방 다 사라지는 구나 마음은 그대론데. 그런생각이 들더라고요

 

주말에도 갔다 왔지만

오늘 전화하니

시누이랑 목욕 갔다 왔다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간다며 너도 올래 ? 하시는 거예요. 그렇게 말해도 못오는 것도 아시고

그런 말도 넘 부담스럽고 무리한 요구라는 것도 다 아셔요.( 내가 맨날 이렇게 주책이다. 못 오는 거 알면서도 그냥 마음이 그렇다. 라면서요)

그래도 진짜 보고 싶고 외로워서 꼭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원래 진짜 안 그러셨는데 최근 들어 정말 달라진 게 느껴져요. 마치 애기가 하고싶은대로 생각나는대로 막 졸라대는 듯한 그런 느낌도 들고.

어머니 다음에 맛있는 거 제가 사드릴게요. 하고 끊는데

진짜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안계셔서 전화할 때가 없으면 어떡하나 하면 갑자기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몸이 조금 불편하시고 시누의 도움을 받아야 하긴 하지만 그래도 계시는 한 오래오래 건강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번은 중딩 남자애가 어디서 유투브를 보고

할머니 돌아가신 상상이 갑자기 들어 혼자 펑펑울었다고 해서

그말 듣자마자 그런말하지마 하면서 둘이 줄줄 운적이있었어요ㅎㅎ(저 T에요 )

 

무조건 받으려고 하지 않고

상대가 받고 싶어 하는 것을 주셨던 어른의 사랑은

 시어머니든 

 내 엄마든 상관없이 진심이 통하는 것 같아요

 

모두 행복한 어버이날 저녁 보내세요

 

 

IP : 61.254.xxx.88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ㅠㅠ
    '24.5.8 9:22 PM (218.233.xxx.109) - 삭제된댓글

    할머니 생각나서 저도 눈물 납니다
    백세 넘으셔서 돌아가셨는데 요양원에 찾아뵈면 길 막힌다고
    빨리 가라고 했어요
    그런데 그날 이상하게 다음주에 올거냐고 물어보셨고 그날은
    빨리 가라는 밀을 안하시더라구요
    그 다음 주에 찾아 뵈러 갔는데 기운 없어 보이시더니 제 손을 잡고 눈을 감으셨어요
    저 오기만을 일주일동안 기다렸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 아파요
    그 순간을 미리 알았다면 일주일 동안 할머니랑 함께 했으면 좋았을까? 그래도 늘 아쉬웠을꺼예요

  • 2. ...
    '24.5.8 9:22 PM (108.20.xxx.186)

    좋은 이야기 나눠주셔서 감사해요.

    무조건 받으려고 하지 않고
    상대가 받고 싶어 하는 것을 주셨던 어른의 사랑은
    시어머니든
    내 엄마든 상관없이 진심이 통하는 것 같아요

    저도 동감하는 부분이에요. 저는 시아버지 통해서 이런 마음 크게 느껴요.
    저희 아버님은 파킨슨 증후군이에요. 서양남자들 의례 그렇듯이 온 집 수리하고 정원 가꾸는 것 내 손으로 평생을 하신 분인데, 이제는 당신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어서 그 상실감에 아직도 힘들어 하셔요. 원글님 어머님 건강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랄께요.

    저 시간대는 지금 아침인데 이런 따뜻한 글 보니, 오늘 하루 꽤 좋은 날이 될 것 같아요.

  • 3. 그러게요.
    '24.5.8 9:23 PM (125.178.xxx.170)

    그렇게 잘 해주셨던 기억 있는 분들은
    그런 마음으로 이런 저런 날들 잘 해주실 듯요.

    그런 기억 없고 아픔만 준 사람들에게
    의무감으로 20년 넘게 하고 있으니
    이게 참 슬픈 일이에요.

  • 4. ㅎㅎㅎ
    '24.5.8 9:24 PM (221.147.xxx.20)

    앗 저 부정적인 방향으로 이야기가 흐를 것 같아 각오하고 읽었는데
    다행히 그렇지 않네요 요즘 다들 너무 날카롭고 비판만 하는지라...
    저도 그래요 오늘 시어머님이랑 통화하고 나서 어머니 인생은 뭐였을까
    사진 속 예쁘고 똑똑한 처녀적 모습은 사라지고 오랜세월 아프고 맘고생하고
    행복했던 시절 없이 산 그 세월이 참 안쓰럽더라구요
    아들 며느리에 선 잘 지키시고 바른 행동 보여주시는데 말이죠
    같은 여자와 사람으로서 공감도 가고 맘도 아프고 했네요

  • 5. 82에서
    '24.5.8 9:33 PM (110.70.xxx.160)

    오랜만에 좋은글 읽었어요.. 시어머니 며느님 시누 다 선하신분들 같아요

  • 6. ...
    '24.5.8 9:40 PM (211.206.xxx.191)

    원글님 글 읽고 눈물 나네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늙음을 예습하는 거죠.

    우리 엄마도 한 평생 독립적으로 사셨고
    존경할 만한 어른이셔서 지금은 보행기 밀고 겨우 산책하고 신생아처럼
    잠을 많이 주무시는 잠자는 공주님이 되어 우리들의 보살핌을 받고 계신데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요.

    무조건 받으려고 하지 않고
    상대가 받고 싶어 하는 것을 주셨던 어른의 사랑은 시어머니든
    내 엄마든 상관없이 진심은 통하는 것 같아요.

    맞아요.
    사람과 사람 사이 예의를 지키고
    윗사람이 먼저 아랫 사람 보듬으면 관계가 나쁠 수가 없죠.
    원글님은 좋은 어머니의 사랑을 받고 또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배웠으니
    좋은 어른이 될거예요.

  • 7. 이런글
    '24.5.8 9:43 PM (211.234.xxx.239)

    좋아요
    진짜 이기적인 글에 부채질하는 댓글들 홍수를 보다가
    미소 짓게 하는 글입니다
    노인이 되면 점점 본인 중심으로 변해요
    그럴때마다 과거를 추억하면서
    노인을 이해하면 상처 받지 않아요

  • 8. ...
    '24.5.8 10:33 PM (39.117.xxx.84)

    식물 같아지신 것 같다,라니 그 모습이 그려지고 그 마음이 공감가고..
    참 빠른 시간입니다..

  • 9. 눈이사랑
    '24.5.8 10:36 PM (180.69.xxx.33)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늙음을 예습하는 거죠.

    우리 엄마도 한 평생 독립적으로 사셨고
    존경할 만한 어른이셔서 지금은 보행기 밀고 겨우 산책하고 신생아처럼
    잠을 많이 주무시는 잠자는 공주님이 되어 우리들의 보살핌을 받고 계신데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요.

  • 10. 으헝
    '24.5.8 11:05 PM (121.137.xxx.107)

    으헝..ㅜㅜ 눈물나요

  • 11. 식물
    '24.5.8 11:42 PM (1.225.xxx.83)

    식물같다는 표현.너무 가슴에 와닿아 짠해요

  • 12. 식물 맞아요 ㅜ
    '24.5.9 12:29 AM (116.41.xxx.141)

    넘나 징하고도 아름다운 글이에요
    우리가족도 다 님들가족만큼의 우애인줄알고 살았는데 이젠 진짜 엄마가 식물같아지니
    점차 내몫이 될까 두려워서 멀리 떠나려는게 보여서 요새 참 서글퍼지던 참이라
    님글이 참 반갑네요 ㅜ
    다들 헤어질결심을 하는건지 ㅠ

  • 13. 건강하시길
    '24.5.9 12:29 AM (1.240.xxx.179)

    식물..ㅠ

  • 14. 00
    '24.5.9 1:09 AM (175.192.xxx.113)

    부럽습니다..
    제 시어머니와 정반대인 좋은 분을 시어머니로 두셔서요..

  • 15. 부럽네요.
    '24.5.9 2:36 AM (124.53.xxx.169)

    좋은 경험이 많아야 좋은 시어른이 될텐데
    난 아들만 둘인데.
    남편의 어머니처럼 고약하고 요상한 어른은 절대로 안되고 싶지만
    워낙 받은 경험이 없어서 ..걱정이 태산이네요.
    늙은이가 온화함 마져 없으면 말 그대로 정말 추하거든요.

  • 16. 부럽네요님
    '24.5.9 12:00 PM (211.206.xxx.191)

    괜찮아요.
    우리가 또 자게에서 존경할 만한 어른들 이야기에 감명 받으며
    그런 이야기도 축적이 되면 내가 본 것, 들은 것,
    경험한 것이 되니까 우리도 좋은 어른이 될 수 있어요!!!!!!!!!!!!

  • 17. 엘비라
    '24.5.9 3:33 PM (182.31.xxx.46)

    저도 시어미이고 제 시어머니도 살아계셔서 인지
    마음한켠이 따뜻해지는 글 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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