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갱년기와 사춘기

처음 조회수 : 1,945
작성일 : 2017-08-06 12:18:26
주말 내내 자유게시판에 올라오는 
준희와 할머니 관련 글을 읽으니 맘이 심란하네요.

1.
얼마전 울언니가 갱년기 때문에 힘들다고 하니
80대중반이신 울엄니가 자기네 때(세대)에는 
갱년기라는 말이 아예 없었다고 하시더라구요.  

폐경기의 호르몬 변화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그런 증상도 없었고 그런걸 문제로 언급한 이름도 없었다는 거지요.

우선, 그 시대에는 살기 힘들어서 그랬을 수가 있었겠지요. 
30년대생이면 조국 근대화 기치가 가열찼던 70-80년대에 
중년이 되고 갱년기를 맞이하셨을테니까요. 

또한, 개인화가 진척된 오늘날처럼 
남녀노소 모두 자신에게만 몰두하는 상황이 아니라 
가족이나 친척들 이웃들 관계로 인생이 꾸려지던 시기니까
자신의 몸이나 감정에 대해 더 예민하게 신경을 쓰거나 
감각을 발달시켜 관찰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지요.

2.
게시판에 계속 올라오는 준희의 사춘기 이야길를 보니
사춘기도 일종의 문화 현상이라는 사실이,
그러니까 사회마다 시대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며
그 사회의 다른 요인들, 가족관계나 교육문제 가치관과 도덕 등과 
맞물려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네요.
이 문제는 이미 1930년대에 미국의 대중적인 인류학자 마가렛미드가 
사모아의 청소년기에 대해 이미 책으로 낸 바도 있지만요...

그러니까 사춘기라서 그래라고 하는 것으로 문제가 설명되지는 않지요. 
오히려 오늘날 한국의 사춘기가 왜 이런지에 대해,  
좀 더 따져보고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3.
특히 여자아이들의 중2병이 요즘에는 더 무서워졌고
그 이면에는 한국사회에서 여자의 젊음(실은 어림?)과 섹시함이 
상업적으로만 잘팔리는 가치로 더 칭송되고 있다는 문제가 있지요.
이번에 준희와 할머니 사이에서도 아이돌학교가 이슈가 되었지요.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어머니역할과 모성에 대한 반성이 필요해보여요. 
준희 할머니의 어머니 역할에 대해 찬반 의견이 분분한데
다 너 잘되라고 그랬다는 마음과 동기를 십분 이해하더라도 
그런 마음이 본능이고 자연스러운 모성이라고 전제하고 받아들일 수는 없겠지요.
 
한국의 어머니들(여기서는 준희 할머니)이 아이와 자신을 분리하지 못하고
나아가 자신의 행불행과 자기 인생의 성취나 실패를 투영하면서
심리적 압박을 주고 통제하는 것, 
이것이 본능이고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퉁쳐서는 안되겠지요.

한국 사회에서 한 세대 만에 여성의 법적 지위나 대우는 나아졌지만
세상은 그보다 더 빨리 변하는지라, 여성들은 더욱 더, 
노인으로, 중년으로 청소녀로 제각각의 인생단계에서 
새롭고 복잡한 인생 문제에 계속해서 직면하게 되네요. 
우리 모두 각자의 도전을 받아들이면서 계속 살아가야겠지요.  

  





 
IP : 14.39.xxx.35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33
    '17.8.6 12:21 PM (175.209.xxx.151)

    아이에게 너무 기대지 말고 내인생열심히 살아야 해요.아이가 부담감을 느끼니까

  • 2. ..
    '17.8.6 12:27 PM (124.51.xxx.87) - 삭제된댓글

    오늘날 한국의 사춘기가 왜 이런지에 대해 따져보고 돌아보아야 한다는 글에 공감합니다
    중2병이란 말이 언제부터인가 당연시하듯 쓰이기 시작했는데, 분명 사회적 요인이 있겠죠
    그 부분에 대해 누군가 사회학적으로 분석해서 명쾌하게 책으로 묶어내주면 좋겠네요
    현재의 사회현상을 날카롭게 분석해줄수 있는 저자가 있다면 출판사에서 기획해보는 것도 의미있겠어요

  • 3. ..
    '17.8.6 12:38 PM (121.129.xxx.66)

    굉장히 공감가는 글이예요.
    이렇게 정리는 못햇었지만 저도 세대별로 겪는 문화와 의식차이가 와닿아요.
    그런데 뭔가 또 바뀌지 않고 세습된 부모역할이 나아지질 않고 반복되는 느낌.

  • 4.
    '17.8.6 2:16 PM (49.167.xxx.131)

    사춘기도 예전엔 엄마랑 좀 싸우고 낙옆굴러가는것만 봐ᆞ 눈물흘린다고 했잖아요. 요즘 애들이 사춘기가 심하고 엄마들도 갱년기가 예전보다 힘들어진듯 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719538 택시보고 느낀것 7 영화 2017/08/15 1,448
719537 광명이케아 지금 가면요 4 휴가 2017/08/15 1,332
719536 목디스크, 일자목으로 목/어깨 아픈 분들 따라하세요~ 49 ^^ 2017/08/15 5,252
719535 외국사람들은 어떻게 비키니입고 피부를 견디는걸까요 5 ... 2017/08/15 2,441
719534 자유한국당은 왜 친일파 후예임을 인증하는 거죠? 49 이니짱 2017/08/15 953
719533 사춘기와 갱년기가 만났을때? 1 15년차 2017/08/15 1,290
719532 서울에도 광폭베란다, 전실 있는 아파트 있나요??? 17 .... 2017/08/15 5,575
719531 비오는 날씨.. 언제쯤이면 괜찮아질까요? 8 ,,, 2017/08/15 1,329
719530 닭은 먹어도 된다네요 4 happyw.. 2017/08/15 1,530
719529 지방교대 나와서 서울에서 선생님 할 수 있나요? 7 55 2017/08/15 3,320
719528 빛을 되찾다 광복절 기념 플래쉬몹 4 아리랑 2017/08/15 532
719527 마트에서 파는 미숫가루 맛있는게 뭘까요? 1 ,,, 2017/08/15 1,117
719526 약산성 세숫비누가 어떤게 있나요? 6 세숫비누 2017/08/15 1,870
719525 지금 kbs1 손기정 다큐 볼만해요 1 재방 2017/08/15 364
719524 토마스 크레취만, 장훈감독과 볼뽀뽀 2 택시운전사 2017/08/15 1,104
719523 장충기 문자와 언론적폐. 지금이 재벌의 하수인 '기레기'를 청산.. 3 참언론인의 .. 2017/08/15 383
719522 미혼분들 잘보세요 17 ㅇㅇㅇ 2017/08/15 6,899
719521 광복의 주인공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이름 부른 5명은 누구? 3 고딩맘 2017/08/15 1,091
719520 압력솥을 태웠는데요... 8 압력솥 2017/08/15 1,499
719519 닭하고 계란 다 못먹으면 우째요? 5 또난리 2017/08/15 2,061
719518 1980년대의 랜드로바, 영에이지 신발 7 신발 2017/08/15 2,759
719517 공영방송 '잃어버린 10년' 그린 영화 《공범자들》 샬랄라 2017/08/15 548
719516 이니 하고싶은 거 다해~ 8.14 (월) 9 이니 2017/08/15 493
719515 수프리모 생두 굽는 법 4 수프리모 2017/08/15 601
719514 채소나 과일주스 뭘로 드세요? 2 .. 2017/08/15 1,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