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펌)김영대 평론가를 추모하며

ㄱㄴ 조회수 : 3,041
작성일 : 2025-12-26 17:58:45

설명하는 사람의 침묵
― 김영대 평론가를 추모하며

 

김영대 평론가의 부고는 한 시대의 귀가 닫혔다는 소식처럼 다가온다. 그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설명했지만, 자신의 죽음은 설명하지 못하고, 아니 설명하지 않고 우리와 이렇게 멀어져버렸다.

 

그는 노래를 소비의 대상으로 두지 않았다. 노래가 태어난 시간과 장소, 그 곡을 부르게 만든 세계의 균열과 욕망을 함께 들려주던 사람이었다. 

대중음악이 단순한 유행이나 취향으로 소모되지 않도록, 그는 언제나 설명하는 자리, 해석의 자리, 맥락의 자리를 지켰다.

 

대중음악은 흔히 “느끼면 된다”고 말해진다. 그러나 김영대는 달리 말했다. 느낌은 시작일 뿐이며, 이해될 때 음악은 더 깊어진다고. 
정말로 이해하는 만큼 들렸다.

 

 

그는 음악을 설명하면서도 음악을 가두지 않았다. 오히려 설명을 통해 음악이 다시 살아 움직이게 했다. 같은 곡이 다르게 들리게 만드는 힘, 그것이 그의 평론이 가진 가장 큰 미덕이었다.

 

그의 글과 말에는 유난한 과장이 없었다. 
대신 정확함이 있었다.
아티스트를 숭배하지도, 
대중을 얕보지도 않았다. 

음악 산업의 구조, 시대정신의 변화, 장르의 계보를 차분히 짚으며, 지금 우리가 무엇을 듣고 있는지를 묻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의 평론은 ‘추천’이 아니라 ‘동반’에 가까웠다. 함께 듣고, 함께 생각하자는 제안이었다.

 

 

김영대는 대중음악을 문화로, 문화 를 다시 사회로 연결한 평론가였다. 아이돌 음악을 이야기할 때도, 인디 신(scene)을 설명할 때도, 그는 늘 질문을 남겼다. 왜 이 음악이 지금 여기서 사랑받는가. 무엇이 바뀌었고, 무엇이 반복되는가. 그 질문들은 음악을 넘어 우리가 사는 세계를 향해 열려 있었다.

 

그래서 그의 부재는 단순한 한 사람의 죽음이 아니다. 설명해주던 목소리 하나가 사라진 것이다. 혼란한 시대에 귀 기울여 들을 수 있게 해주던 안내선 하나가 끊어진 것이다.

 

 

아직 해야 할 말이 많았을 사람이다.
정리해야 할 음악의 역사도, 새롭게 등장한 목소리들도, 그가 풀어줄 언어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이별은 더욱 갑작스럽고, 더욱 아프다.

 

그러나 그는 남겼다. 글을 남겼고, 해석을 남겼고, 듣는 태도를 남겼다. 무엇보다 대중음악을 존중하는 방법을 남겼다. 쉽게 소비하지 않고, 함부로 판단하지 않으며, 
끝까지 들어보는 태도 말이다.

 

 

 

김영대 평론가의 삶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음악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 음악이 태어난 세계까지 함께 사랑하려는 일이라고.

 

 

그의 명복을 빈다. 깊은 슬픔 속에 있을 가족과 지인들께 조용한 위로를 전한다. 그리고 남은 우리는, 그가 보여준 방식으로 계속 듣고, 설명하고, 연결해 나갈 것이다.

설명하는 사람이 떠난 자리에서
음악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그의 언어를 기억하는 귀들이 아직 살아 있으므로.

 

지성용 신부

IP : 210.222.xxx.250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인격
    '25.12.26 6:03 PM (39.125.xxx.210)

    인격적으로도 본받을 만한 분이셨던 거 같은데...
    왜 할 일 많고 좋은 분들 중에 빨리 가는 경우가 유난히 많은지 모르겠어요.
    허구한날 남을 괴롭히는 인간들 중 잘먹고 잘사는 경우도 너무너무 많은데 말이죠.

  • 2. .....
    '25.12.26 6:05 PM (58.142.xxx.165)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김영대 평론가의 이름은 방탄 덕분에 알게 되었고 해박한 지식과 유창한 언어로 k팝을 널리 알려 나름 좋아하던 분이었는데
    작년 민희진.뉴진스.아일릿 사태 보면서 크게 실망했네요.

  • 3. 저도
    '25.12.26 6:08 PM (218.147.xxx.180)

    개인적으로 팬이었어서 아까 다른글에도 댓글달았지만
    마음이 너무 아파요 이분 평론이 진짜 kpop평론 불모지에서
    한줄기 빛같은 존재였어요
    기레기들이 진짜 제목뽑기할때 이분이 제대로된 칼럼을
    쓰고 또 영어로도 그게 가능해서 외국 언론에서도 이분한테
    인터뷰요청할때가 많았죠 인스타 팔로우하면서도 결혼을
    하셨는지 자녀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가족얘기 듣고나니 더
    맘이 안좋구요 ㅠㅠ

    좋은분들은 왜 이리 빨리가나요 ㅠㅠ

  • 4. 슬프다.
    '25.12.26 6:11 PM (218.39.xxx.130)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5. ...
    '25.12.26 6:16 PM (211.234.xxx.211)

    20대때 알고 지내던 지인이었어요
    갑자기 음악평론가로 활동해서 신기했었는데
    너무 젊은데 갑자기 무슨 일인가요
    95-96학번 정도였던걸로 기억하는데

  • 6. 추모
    '25.12.26 6:26 PM (175.192.xxx.113)

    너무 안타까워요..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7. 너무
    '25.12.26 6:29 PM (1.240.xxx.21)

    안타까워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8. 안타까워요
    '25.12.26 8:40 PM (182.210.xxx.178)

    좋은 분이었던 거 같네요.

    젊은 나이에 너무 갑작스럽게 가셔서..ㅠ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805376 미혼 여성의 인공수정은 법적, 제도적으로 사실상 제한돼 있다... 3 인구위기 11:21:27 183
1805375 뷔의 인기 9 우왕 11:19:57 513
1805374 오늘과 내일 외출시 경량패딩은 오바일까요 3 날씨 11:18:09 252
1805373 서울 미세먼지 최악입니다 1 ..... 11:16:32 247
1805372 90노인 보청기 지원 받을 수 있나요? 5 보청기 11:13:35 113
1805371 위비트레블체크카드 궁그미 11:12:45 72
1805370 혼자서는 여행을 못하겠어요 7 바비 11:12:22 515
1805369 시청주의혐오. 검찰공개 여수 해든이 학대영상 18 ㅡㅡ 11:09:53 465
1805368 어떤 드라마 재밌게 보셨나요? 2 ㅇㅇ 11:08:27 227
1805367 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 긍정률 51%···13년 만에 50% .. 2 ㅇㅇ 11:04:41 290
1805366 바람막이 몇 개씩 있으신가요? 7 추위질색 11:03:06 505
1805365 아들 자랑 좀 할게요..... 15 ㅇㅇ 11:03:03 1,081
1805364 본인이 대통령 말을 안들었어서 5 이래서 11:02:18 392
1805363 이재명 대통령 재산신고 1 ㅇㅇ 11:02:00 201
1805362 행운의 쓰리세븐 ... 11:01:23 113
1805361 우울감 해소 어찌해야하나 고민중 발견한것들 2 음... 11:00:45 401
1805360 홍상수영화 소설가의 영화 1 10:58:59 203
1805359 이케아에서 커피 마셔요 9 10:57:47 724
1805358 사람 잊는 법, 놓아주는 법 좀 알려주세요 10 여름 10:55:19 551
1805357 수요난장판 뒷이야기 ........ 10:54:43 361
1805356 11시 정준희의 논 ㅡ 마침내 사망한 이근안과 우리가 기억해.. 같이봅시다 .. 10:54:17 140
1805355 공기청정기 없는 카페요 4 미세먼지 10:52:24 358
1805354 예민함이 더 올라오는데 어떻게 해야할까요? 3 .. 10:50:37 431
1805353 요즘.. 어떤분 승질에 잠못잘듯 9 .. 10:49:02 988
1805352 한번만 더 끌어올려요 널리 알려주세요 7 나거티브 10:48:52 5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