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맘이라 주말이 너무 아까웠소.
그래서 대충 아침에도 빵쪼가리로 떼우고 식구들의 눈초리도 싹 무시하고
먹고싶으면 알아서 먹기를 시전했소.
점심도 라면으로 떼웠소.
직장맘에 주방에서 내가 법이라 주면 주는대로 반발시 반발한 사람에게
친히 주방권을 넘긴다 엄포했기에 다들 고분고분 대학생 딸은 직접 라면 끓여줬소.
이 화창한 가을 날 문 활짝 열고 얼마 남지 않은 주말을
넷플과 즐기고 있었소.
근데.... 근데...
열린 아파트 베란다 사이로 기가막힌 김치 볶음 냄새와 조기 굽는 냄새와 칼칼한 된장찌게
냄새가 날 미치게 했소.
마치 그것은 엄마의 밥상을 앞에 둔 것 같은 그런 냄새였소..
누군지 모르지만 그러면 안되는 것이오.
직장맘인 날 이렇게 자극하다니 요즘 이사 나가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요리 장인이 이사 온 모양이오...... ㅠㅠㅠㅠㅠㅠ
넷플의 영화 3편은 때리고 낼 출근하려 했건만....
참다 못 참고 결국 나도 복수하기로 했소......
가장 냄새가 멀리 그리고 잘 나는 것을 만들기로 작정했소.
냉장고 뒤져보니 돼지고기 잡채용과 온갖 야채들이 있긴 있었소...
(이번 주가 지나면 음쓰통으로 들어갈 모양이지만..
덕분에 냉장고 파먹기는 성공한 것 같소이다만...-.-;;;)
그리고 냉동실에는 늘 상비되어 있는 해물도 있길래
냄새만은 정말 끝내주는 나가사끼 짬뽕을 만들었소......
나 역시 베란다 문을 아주 아주 활짝 열고서...
딸래미가 뛰쳐나와 환호성을 지르더이다.
면은 자기가 삶겠다고 자청하고 남편은 자기는 짬뽕 밥으로 먹겠다 슬쩍 한마디 던지더이다.
좀 더 칼칼하게 청양고추 넣고 이른 저녁 5시에 나가사끼 짬뽕 면과 국을 다 먹었소.
내 다이어트는 물건너갔소.
하지만 당신의 그 된장찌게 냄새와 김치 볶음의 냄새는 아직도 코끝에 아련하오.
그대 너무하시오.
어느 집 장금이가 이쪽으로 이사온 것이오.
내 이 아파트 7년을 살았건만 이런 냄새는 처음이오.
혹 82에 있으신 분이면 이실직고 하시고 요리 레시피 좀 풀어보시오. ㅠㅠㅠㅠ